제목만 보았을 때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 새로 나왔거나 속편이 나왔나 했다. 차분히 읽어보니 전에 이 글의 일부가 잡지에 실렸을 때, 그를 비판하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말이 실려있던 그 비판이 이해가 갔다. 작년은 특히 모두에게 버거운 해였다. 특히 작년 봄은 잔인해서, 내 주변에도 쌀이 떨어지고 공과금을 내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작년 어린이날에 코로나 […]

유치원 옆에는 아파트 단지 복합상가가 있었고, 그 복합상가에는 서점이 있었다. 유치원이 끝나고 나면 나는 서점을 기웃거리다 집에 갔다. 가끔 아버지가 책을 사오라고, 책 이름이 적힌 종이와 책값을 주시면 유치원 끝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왔다. 자란 뒤에는 피아노 학원 끝나고서도 서점을 기웃거렸다. 그때는 용돈을 아껴서 가끔 책을 사기도 했다. 그 무렵 나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고, […]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는 어릴 때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배웠다. 그는 중년이 되어서야 다시 음악을 시작한 것 처럼 말하지만, 사실 젊었을 때에도 월셋집에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두고 있었고, 잠시 처분했다가도 두 딸이 태어난 뒤에 다시 피아노를 장만했다. 비록 칠 수 있는 레파토리가 확 줄어들고, 가디언의 기자로서 바쁘게 살아왔지만, 음악을 아주 놓아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면서도 […]

박완서 작가의 딸이자 편집자이고 역시 작가인 호원숙의 수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읽었다. 정세랑 작가님이 추천사를 쓰셨는데, “시선으로부터”가 떠오르면서도, 심시선씨는 그렇게 이것저것 음식 열심히 만들진 않았을 것 같아서 조금 웃었다. 여성 작가를, 그의 부엌으로 기억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나고 잘난 여성이라도 앞치마를 두르면 부엌데기로 환원된다는 뉘앙스를 감출 생각도 않는 남성작가들의 글은 혐오스럽고, 여성작가가 다른 […]

장샤오위안은 과학사학자이자 천문학자이자 성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이자, SF 애호가이기도 하다. 학문과 독서, 좋아하는 책을 찾아 서점을 누비는 일과 자신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 지인들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작은 책 안에 빼곡이 담겨 있어, 띄엄띄엄 읽는 내내 누군가의 서재에 초대받아 느긋이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즐거웠다. 책의 초반, 저자의 소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당황스럽다. 저자는 […]

일기일회, 이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정서다. 몇십 번, 몇백 번이나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매번 조금씩 달라지고, 이해가 깊어지고, 변해가는 것. 그래서 그때와 똑같은 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을, 저자는 이십 대 초반부터 계속 배우고 익혀 온 다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스무 살 때는 다도를 그저 하나의 예법이라고만 생각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뭐가 정리가 되질 않아서였다. 필기는 간단히 붙었지만 학원에서 뭔가 설명해준 건 거의 없었고. 기능은 그야말로 차가 굴러가는 법만 배웠고, 그리고 갑자기 도로에 나왔다. 도로에 나와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기능 보는 내내 시동 꺼지지 말라고 클러치에 발 걸치던 습관을 없애는 거였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책. 이달 중순에 김현진 작가님께 선물받았는데, 연말에 정신이 없다 보니 어젯밤에야 읽었다. 솔직히 제목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무슨 힘내라는 힐링형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이어서.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내용 자체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는 좀 달랐다. 사실은 추억속의 책이나 만화들, 어릴 때 보던 외화 시리즈, 배우,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 살면서 흔들릴 때 우리가 만났던 수많은 […]

12월 초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학교 앞 분식, 도 아니고 떡볶이라니. 주제가 너무 좁지 않은가.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비슷비슷한 떡볶이 이야기라도 담고 있는 사연은 전부 다르다. 친구들에 얽힌 이야기, 슬프고 힘들었던 순간들, 즐거웠던 순간들.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여자에게 있어 떡볶이란, 학교 다닐 때의 추억과 연결되는 음식이다. 물론 떡볶이란 참 […]

고양이 복고, 복동이와 함께 사는 저자가, 자신의 고양이 복고를 사랑스럽고 다정한 연하의 연인같은 이미지로 그려낸 따뜻한 일상만화… 가 아니라 요리만화. 전에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봤던 만화인데 책으로 나왔다. 따뜻하고 평화로우며, 독립해서 낯선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2030의 어떤 시기의 느낌들이 되살아나는 좋은 이야기다. 그란데도 왜 힐링이나 일상이 아닌 요리만화냐 하면, 중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누나를 위해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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