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100권을 채우는 여정에서, 맨 마지막, 100번째 책을 어떤 것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처음에 보바리 부인으로 시작했던 것은 그냥, 그때 도서관에서 마침 그 책을 빌려온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도서관에 줄줄이 꽂힌 책들, 이미 갖고 있는 책들을 죽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르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사르트르의 말이었다. 말, 타고다니는 말 […]

책을 펼치자마자 실로 다양한 죽음이 담겨 있는 가계도가 나온다. 일가족 몰살, 버찌씨가 목에 걸려 죽음, 권총 자살. 대체 이건 뭔지. 이 불길한 가계도를 대충 훑어보며 혀를 찼다. 운명적인 한 가족의 비극, 뭐 그런 이야기인가. 하고 읽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뜻밖에도 웬, 아주 괜찮은 신사가 먼저 나온다. 조지프 씨, 예전에 폴란드의 풍차라고 불렸던 양지를 손에 넣었다는 우아하고 […]

심각묵직한 감상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이솝이다. 이 책은 결혼식 전날 긴장을 풀기 위해 빌려다 읽었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이솝 우화집이라는 것이,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물론 유치원때, 교실에 놓여 있던 여우와 신포도니 사자와 늑대같은 어린이용 동화책은 보았지만, 내가 갖고있던 이솝 우화집은 무려 일신서적공사에서 나왔던 버전이다. 노란 표지의 그 일신 그랜드 북스인가 하는 시리즈. […]

쫄쫄이 내복같은 옷을 입은 소년들의 클로즈업으로 시작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를 본 적이 있다. 열두 살 부터 소년원에 들락거린 열다섯 살의 알렉스. 기본적으로 그 영화와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지만, 결말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루도비코 법으로 통제된 상황에서 벗어나 본성을 되찾은 알렉스가 이번에는 권력자들의 꼭두각시가 되며, 자신은 치료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마치 오멘의 데미안처럼 사악하게 […]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돼지들, 특히 나폴레옹의 변화를 따라가며 생각했던 말이다. 애초에 이 소설이 풍자하는 것이 스탈린 시대의 소련이라 해도, 이 명제만은 지금의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청렴할 것 같았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트러블을 일으키고, 털어 먼지 한 점 안 나올 것 같던 이도 털다보면 온갖 것들이 다 나오는. 조지 오웰의 1984가, 가상의 […]

앞서 이야기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전작이자,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느껴지는 세상,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어른들의 잔혹한 무법세계가 아닌, 마을 안에서, 폴리 이모의 애정어린 잔소리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 동심 가득한 세상이 담겨있는 이야기. 라고 하면 너무 달짝지근한 설명이 될까. 마지막으로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던 것이 중학교 다닐 무렵이었으니, 정말 15년 넘게 잊고 있었다가 다시 읽은 책이다. […]

학교다닐 때 “야성의 절규” 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소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가정에서 사랑받는 애완견으로 살아가던 버크가, 어느날 정원사의 손에 끌려나와 유콘으로, 그것도 썰매개로 팔려나간다. 그야말로 멀쩡히 살던 도련님이 갑자기 납치되어 새우잡이배에 끌려간 것 같은 상황이다. 새 주인은 그나마 개를 아끼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버크는 이곳에서 많은 경쟁상대와 추위와 굶주림과 같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고난을 겪게 된다. […]

목록을 오랜만에 들여다보다 보니, 아직도 폭풍의 언덕 감상을 안 쓰고 있었더라. 이런, 생각해 보니 정작 갖고있고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는 책은 자꾸 감상을 미루게되는 것 같다. 그나마 헤세의 책들은 지난번 헤세 작품들을 몰아 읽을 때 같이 썼지만, 폭풍의 언덕은 괜히 뒤로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폭풍의 언덕은. 단언하건대 내가 좋아하는 단 한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요즘은 아무데서나 개나소나 물방개나 다 언급하는 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근원이 되는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 그러니까 사실은 프로이트가 죽일놈일듯. 적어도 오이디푸스 입장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앞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나 무진기행이나 홍길동전 이야기 할 때도 말한 것 같지만, 읽지도 않고 개나소나 오이디푸스 타령이라는 말씀. 예전에 그리스 비극 같은 것을 읽으면서 함께 읽기는 했다. 그때 읽었던 책에는 […]

고등학교 때였다. 문학, 논술 수업을 담당하시던 학년주임 오정기 선생님이 갑자기 물어보셨다. “홍길동전 아는 놈.” 전원이 손을 들었다. 홍길동전도 모르는 놈이 있나 하고 낄낄거리면서. “홍길동전 읽은 놈.” 잠시 머뭇거리다가, 몇몇이 손을 내렸다. 선생님이 혀를 차셨다. 반장을 불러 세우셨다. “홍길동전 그거 어떻게 끝나나.” “붙잡혔던 홍길동이 병조판서 벼슬을 받고 율도국으로 가면서 끝나는데요.” “그건 어린이용 동화책 이야기고. 그거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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