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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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과 두 가지 욕망
공공도서관은 더 많이 필요하며,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어지간한 대학도서관 급의 장서와 다수의 사서들을 갖추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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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11) 조선 전기 귀신 이야기에 잠복된 사회적 적대, 강상순, 민족문화연구 56호(2012. 6. 30),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pp 97~136, 2012
102쪽 “우리는 이러한 필기류 저작들이 유가적 이념을 결코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던 사대부 남성들에 의해 씌어졌다는 점, 그 저자들은 정(正)·상(常)에서 벗어난 변(變)·괴(怪)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되 이를 자신들의 성적·계급적 입장과 이념에 따라 선별하고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103~106쪽 조선 전기 필기류 저작 : 1. 조상의 신령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17세기 이후 필기, 야담류에는 빈번하게 출현) : 물론 조선 전기의 필기에도 제사의 대상이 될 만한 신령한 귀신이 일부 등장(손순효의 꿈에 나타난 정몽주의 신령, 묘 이장 감독관 꿈에 나타난 현덕왕후의 신령) 하지만 조선 후기의 귀신 이야기에서 주역을 이루는 직계 조상이나 근친의 귀신은 이 시기 필기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2. 귀신은 죽음을 환기시키는 불길하고 두려운 존재(고모 귀신, 유계랑 귀신, 설공찬전의 누이 귀신) 3. 인간의 형상과 성격을 지닌 귀신보다는 기괴한 사물로서의 성격을 지닌 물괴, 요물, 도깨비 등이 등장. : 인간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인륜질서에 포섭될 수 있는 인귀로기보다는 인륜질서 바깥에 존재하는 귀물 4. 민간신앙과 관련, 민중이나 사대부 부녀자들에게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짐 : 사대부 필기 저자들은 인륜질서를 위태롭게 만드는 불온한 것으로 여겨 사회에서 축출하려 함. 퇴치와 회피의 대상->유가적 귀신 관념 뿐 아니라 민중과 사대부 부녀자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왔던 더 오래되고 뿌리깊은 무속적·주술적 귀신 관념 또한 중층적으로 반영 104쪽 주석 “조선 전기 필기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던 조상의 신령은 『어우야담』이후부터 대거 출몰하기 시작한다. 『어우야담』에는 약 52화 내외의 귀신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12화 정도가 조상이나 위인의 신령의 출몰과 관련된 이야기이다(23%) 그런데 이 비율은 조선 후기로 갈수록 더욱 높아진다. 『천예록』의 경우 34화의 귀신 이야기 가운데 16화(47%)가, 『기문총화』의 경우 40화의 귀신 이야기 가운데 24화(60%)정도가 조상이나 위인의 신령이 출몰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신령은 인륜질서의 수호자이자 제사의 합당한 대상으로 여겨진 귀신인데, 이 신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조령이다.” 108쪽 “성리학적 귀신론은 그와 같은 귀신의 존재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럼에도 성현 같은 조선 전기 사대부들이 그와 같은 민간신앙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던 것은 그것이 유교적 예치라는 통치이념을 실현하는 데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나아가 지배체제를 안정화하는 데 어느 정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108쪽 “마을공동체 단위의 성황신 신앙이나 가족 단위의 가신 신앙 등 일부 민간신앙을 허용해주고 이를 국가적 사전체계 속에 하위 포섭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사전체계 속에 잘 포섭되지 않는 민간신앙은 음사로 규정하여 철폐하는 것은 조선조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추진된 유교화 기획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예치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웠던 명대 : 홍무자는 여제(厲祭)를 시행하여 국가 권력 바깥에 존재했던 다양한 민간 귀신들 뿐 아니라 국가의 폭력에 희생된 여귀들도 국가의 사전체계 속에 편입하여 위계화 시도) (괄호 내용은 이욱, 「조선시대 국가 사전과 여제」, 『종교연구』 19(한국 종교학회, 2000) 참조) 108~109쪽 “지배층의 기획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 곧 다양한 귀신/기물들의 실재와 권능에 대한 믿음 자체는 민중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무속적·주술적 귀신 관념에 뿌리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용재총화』나 『용천담적기』 같은 조선 전기 필기에는 강직한 사대부가 민중들을 미혹시키던 요망한 귀신들을 내쫓는다는 축귀담이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어떤 점에선 축귀담은 그와 같은 귀신의 실재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야 생성 가능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축귀담은 민중을 미혹하는 요망한 귀신들을 혹세무민을 위해 날조된 조작이나 무지몽매에 의한 오인된 허상으로 보기보다, 강한 기와 올바른 도덕으로만 굴복시키고 퇴치할 수 있는 실재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109~110쪽 (조선 전기의) “비록 근친일지라도 이미 죽어서 귀신이 된 존재가 현세에 출몰하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며 그러한 귀신과 접촉하는 것은 죽음이나 질병, 재앙의 빌미가 된다고 여기는 관념은, 유명세계조차 유교적 도덕과 인륜질서가 연장된 세계로 상상했던 조선 후기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더 오래되고 원초적인 귀신 관념을 보여 주는 것이라 판단된다.” 110~111쪽 “무엇보다 우선 주목해보아야 할 것은 원귀 혹은 여귀로 분류될 수 있을 만한 귀신들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원귀 혹은 여귀는 제대로 된 죽음을 맞지 못한, 그래서 제대로 된 상징적 죽음을 맞기까지 계속 강박적으로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는 ‘산 죽음(undead)’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살해당한 희생자의 원혼이며 그로 인한 원한과 분노를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귀신으로서, 애초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사회적 갈등과 모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적대” 111쪽 조선 전기의 필기에 나오는 원귀, 여귀 : 용재총화에서 기유에게 나타난 유계량 귀신, 안생에게 나타난 여비(女婢)의 귀신, 홍재상에게 나타난 여승의 뱀 화신, 용천담적기에서 자신의 복위에 반대하던 유순정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현덕왕후의 신령 113쪽 “현실에서는 명분을 독점한 정치적 승자들에 의해 패자들의 억울함이나 분노가 철저히 부정당하지만, 귀신 이야기의 시계에서는 그것에 다름의 일정한 존재 근거가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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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10) “‘여성 원귀’의 환상적 서사화 방식을 통해 본 사위 주체의 타자화 과정과 문화적 위치 – 고전 소설에 나타난 ‘자살’과 ‘원귀’ 서사의 통계 문석을 바탕으로”, 최기숙, 한국고소설학회, 고소설연구 22, 2006, 325~355
327쪽 “고전 소설에서 자살은 당사자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였을 때 취하는 최종적 선택이자 자기 표현의 수단” 327~328쪽 “자살은 삶의 의미 상실에 대한 파국의 선언이자 위기에 대한 무방비한 대처 방식이자 좌절의 표현” “전체 고소설 작품 중에서 여성 인물이 경험하는 ‘위기’인식의 기회와 비중이 높게 채택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328쪽 “고전 소설에 설정된 자살의 경위는 인물의 심리적 불안이나 내적 성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위급한 현실, 사회적 생존을 위협하는 윤리와 이념을 전제로 선택되는 사회적 요소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328쪽 “여성 인물의 경우는 상당수의 자살 기도가 ‘자살 형식의 타살’로 나타난다. 여기서 자살 기도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라는 것은 ‘자살’이라는 ‘극단의 상상력’에 대한 해명이 ‘성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329~330쪽 “고소설 작품 중에서 작중 인물의 자살이 설정된 작품은 대상으로 삼은 총 855편 가운데 112편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하며 자살하는 인물의 수는 147명, 자살 횟수는 156회이다. 이 중 여성 인물의 자살이 제시된 것은 총 103편이며, 자살을 기도하는 여성 인물은 128평이고, 그 횟수는 141회이다. 남성 인물의 자살 기도가 제시된 것은 총 16편이며, 자살자 수는 19명이고 횟수도 동일하다. 작품에서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고 자살 충동만을 표현한 것은 4편이다(김이양문록의 소아, 이윤구전의 최부인, 장한절효기의 한씨, 유충열전의 유심). 이밖에 작중 인물이 위기를 모기하기 위해 자결한 형상을 꾸민 경우가 6편 있는데 모두 여성 인물들이 훼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는 공통점을 지닌다.(서해무룡기의 최소저, 완월희맹연의 여씨와 시비 채월, 월영낭자전의 월영, 유씨삼대록의 양부인, 정비전의 정소저, 하씨선행후대록의 여부인). 그 외 타인을 속이기 위해서 자살을 현실로 설정하여 기롱하는 경우가 1편(오유란전)있다. ” 332쪽 최기숙 표 여성 인물이 자살을 시도하는 원인을 내용에 따라 분석 분류 세부분류 작품명 위기모면형 자살53% 생명위협13회 9% 강릉추월, 구래공전, 두홍전, 양현문직절기, 옥린몽(2인). 옥소기연, 유선쌍학록, 이씨세대록(2회), 최한경전(2인), 하씨선행후대록 훼절위기40회 29% 귀영전, 명주기봉, 반씨전, 보심록, 부장양문열효록(2), 서주연의, 서해무릉기, 설소저전, 소씨명행록(2명), 숙녀지기, 쌍선봉효록(2) 양씨전, 여동선전, 오선기봉(2) 옥난기연(2회), 완월희맹연, 월봉기(2회, 1회는 3인), 유승상전, 유화기연(2인), 윤선옥전, 의열비충효록, 이린전, 이씨세대록, 재생연전, 주봉전, 창란호연록(2), 팔장사전(2인), 현씨양옹쌍린기, 화장선행록 강제혼21회 15% 계월선전(2인), 권익중전, 난학몽, 부장양문열효록, 삼사명행록, 삼한습유(2), 양추밀전, 왕십붕전(2), 유생대전, 유문성전, 유승상전(2회, 1회는 3인), 위씨절행록, 장학사전, 재행연전, 최척전 비관형 자살26% 가족의 상실10회 7% 강상월, 금강취유기, 김인향전, 김희경전, 유충열전(2인), 이윤구전, 장화홍련전, 주봉전, 숙녀지기 부부불화3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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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9) 「조선시대 필기·야담집 속 귀신·요괴담의 변화 양상 – 귀신·요괴 형상의 변화와 관심축의 이동을 충심으로」, 김정숙, 한자한문교육 21권, 한자한문교육학회, 555 ~ 577쪽, 2008.
559쪽 주석 “윤주필은 이계적 존재물의 종류를 ①신령, ②귓것, ③도깨비(이물), ④신선 등으로 구분했다. 윤주필(1997), 163~171편” 559~560쪽 “성현(1439~1504)의 「용재총화」는 다른 필기서에 비해 서사적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체 10권 중에서 귀신·요괴와 관련된 내용은 주로 권 3, 4, 5에 있으며 300여 항목 중에 8항목 정도가 귀신·요괴 이야기에 해당된다.” 560쪽 “이 중에는 안생 이야기(권4)처럼 소설적 수준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설화적 지괴에 속한다.“ 홍재상과 여숭(권5), 귀신들린 여종(권3), 고모 귀신(권4) ”~에서 느껴지는 것은 설화적 경이다. 아무리 해도 없어지지 않는 사귀나 기유의 집에 끊임없이 괴상한 일을 일으키며 반항하는 기유를 죽게 만든 귀신 이야기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미약함과 공포감을 표현한 것이다.“ 561쪽 (용재총화의 귀신 묘사) “매우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커다란 관을 쓴 큰 얼굴의 괴물과 산발한 여귀, 바짝 말라 뼈만 남은 다리 등은 후대 일반화된 귀신·요괴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 외에 직접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여종에게 빙의한 귀신이 ‘낮이면 공중에 떠 있고 밤이면 대들보 위에 깃들었다’(권3)라는 표현은 귀신이 죽은 영혼이기에 구체적 형상 없이 마치 새나 연기와 같을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561~562쪽 “문헌자료로만 본다면 이보다 훨씬 이전의 작품인 「삼국유사」의 비형랑은 귀신의 아들로 뭇 귀신들을 거느리며 그 모습만으로 벽사를 할 수 있는 기이한 존재였지만 그의 형상에 대해서는 전혀 묘사된 바가 없고, 「보한집」에서 이인보가 관계했던 여귀도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그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난 바가 없다. 따라서 문헌자료에 한정시킨다면 「용재총화」에 귀신의 모습이 점차 묘사되기 시작했고 여귀의 모습도 조금씩 전형적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562쪽 “16, 17세기 임병양란이 조선에 끼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그야말로 막대하였으며 특히 삶의 터전인 농토를 잃은 일반 백성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굶주려 죽는 경우가 속출하였다. 이 시기 사람들은 이전 시기에 비해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했기에 작품 속에 묘사된 귀신·요괴의 모습도 훨씬 구체적이다.” 563쪽 “「강도몽유록」과 「달천몽유록」의 귀신들은 현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특히 「강도몽유록」의 여자 귀신들은 원귀의 전형이라 할 모습 – 목에 칼이 꽂혀 있고 입과 가슴에 피범벅 –을 한 채 등장한다. 기록자료 중 여귀의 모습이 이처럼 생생한 것은 「강도몽유록」이 거의 처음인 듯 하다. (중략) 이 시기 필기서인 「어우야담」에도 전시대 필시보다 요괴의 모습은 훨씬 구체적이다.” 564쪽 “「어우야담」에는 조선전기 필기서보다 훨씬 많은 귀신담이 수록되었으며 서사성도 강조되었다. 만종재본의 항목 중에 영혼(靈魂), 귀신, 몽(夢) 등에 귀신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구체적 모습을 묘사가 드러나는 부분은 대개 ‘귀신’조에 속한다.” 귀신 : 빙의, 귀신 들린 집, 요괴,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 그로테스크 영혼 :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다오거나 죽은 이가 꿈에 나타남. 조상 귀신. 공포의 대상이 아님. 565~566쪽 “ 몽유록에서 남자 주인공은 초대받은 인물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들어 주는 인물이며 귀신은 그에게 원말을 하소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의 참혹하면서도 사실적인 모습을 통해 그가 처한 참담한 현실을 강조한 것이며 그 대표적 작품이 「강도몽유록」이라고 할 수 있다.” 566쪽 “「어우야담」을 비롯한 조선시대 필기·야담집에 조상의 사령인 귀신에 대해서는 긍정적,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귀신을 타자로 인식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르지 않은 죽음을 당한 「강도몽유록」의 여귀에 대해서는 분명히 타자임을 인식하였기에 그토록 처참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567쪽 “조선후기로 가면 필기·야담집에 귀신담이 많이 등장하고 「천예록」처럼 전체 내용의 반 이상이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된 경우도 있어 귀신에 대한 관심이 이전 시기에 비해 훨씬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필기 야담집 속 귀신의 유형 : 제사 관련 귀신담, 역신과 마마신, 원혼담 567쪽 “(조선 후기 필기 야담집 속 귀신 이야기의)또 하나의 유형은 바로 원혼담인데 조현명이 대구에서 배이발의 딸의 원령을 만나 그의 원혼을 풀어주었다거나(동패락송, 청구야담, 계서야담 등) 김상국이 월영암에서 독서하는데 여귀가 나타나 자신의 원한을 하소연하여 이를 풀어주었다는 이야기(계서야담, 청구야담), 조광원이 연경의 객관에서 관노의 겁탈에 저항하다가 죽은 관기의 원혼을 풀어준 이야기(명엽지해) 등이 그것이다” 569쪽 “17세기 「어우야담」이나 몽유록의 그로테스크한 귀신들은 18, 19세기 필기·야담집으로 계승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원귀형 설화를 소재로 하는 국문소설인 김인향전, 정을선전, 유최현전, 장화홍련전 등에 원귀형 귀신의 모습이 묘사될 법도 하지만 사실 이들 작품에서도 귀신들은 등장할 뿐 그들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중략) 이때는 조선후기 사회가 공고한 유교이념을 강조하던 시기라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중략) 임금에게 상언한 것 중 10에 8, 9가 산송과 관련된 것일 정도로 18, 19세기는 가부장적 가문의식, 문중의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대된 시기였다. 따라서 이 시기 필기·야담집에는 조상의 제사나 장례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조상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괴력난신의 귀신담이라도 허용되었던 것이다.” 569~570쪽 “또 한편으로 이시기(조선 후기. 18~19세기) 고전소설에서는 여성의 자살과 그로 인한 원귀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고전소설 865편중에서 자살 내용을 포함한 것은 112편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하며(최기숙) 그 중에서 자살한 여인이 원귀로 등장하는 작품에 김인향전, 유최현전, 장화홍련전, 접동새, 정을선전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18, 19세기 이후 작품이다.” 가부장적 이념 강화의 한 단면. 여성에게 가하는 폭압이 가중되어 원귀를 양산. 겁탈을 당해 억울하게 죽은 이전의 귀신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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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8) 『무당, 여성, 신령들 –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의례적 실천』, 로렌 켄달, 김성례·김동규 번역, 일조각, 2016.
11쪽(서문). “구조주의적 분석이 아니었다면 내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몇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친족에 대한 일반적 서술에서는 여성의 친정 가족이 남편 집안일에 끼어들지 않는다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굿에서는 여성들의 살아 있는 친척, 신령, 조상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60쪽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전씨 할아버지를 위해 거행된 행사에서 전씨 할아버지가 최소한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굿은 여성들의 잔치였다. 전씨네 할머니가 굿을 처음부터 준비하고 신령 및 조상과의 농담을 주도했다. 신령들 또한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는데, 아들의 가정 역시 그 굿을 통해 복과 운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부계제(patrilineal)와 부거제(patrilocal)에 근거한 한국의 마을에서, 이미 출가한 전씨네 딸이 친정 집안의 신령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대신할머니가 올라 무감을 추었는데, 전씨 집안의 대신할머니가 그녀의 남편 가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전씨네 할머니도 전씨 집안으로 시집올 때 친정집 대신할머니의 영향력을 함께 가져왔다.”(주석 : 이것이 절대적 혈연관계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들과 딸은 전씨네 할머니의 친자식이 아니다.) 61쪽 “(이웃과 친구들에 대해. 공수나 사탕을 받으며 돈을 조금씩 서고 춤을 추었다고 말하며) 이 여성들은 결코 소극적인 구경꾼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모두 애정을 가지고 하나의 코러스를 이루었다. 이들은 신령들이 성가실 정도로 조르기도 하고, 진행되던 굿 드라마의 비평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슬픈 분위기에서도 자신들을 울지 않게 할 만한 재미난 것들을 찾아냈다. 이 여성들은 일상에서 그러하듯이 신랄한 말투와 유머 그리고 눈물로써 신령과 조상들을 대했다.” 66쪽 “전씨 가족의 굿에서 여러 종류의 신복을 입은 신령들이 나타난 곳은 여성의 세계이다. 여성 만신이 신령을 청하여 신의 말을 전하고, 만신이 아닌 일반 여성들은 신령에게 소원을 빌고 흥정을 하거나 때로는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가정신령들이 잠잠해지면(가정신령을 대접하는 굿거리가 끝나면 – 옮긴이) 일반 여성들은 만신의 옷을 입고 자신들의 몸주신에 실려 춤을 추면서 가벼운 희열 상태에 들어간다.” 66쪽 I. M. 루이스 “신령의 성적 편향성(Sexual bias of the sprits), (Lewis, 1966, 309)” 1907년 보고라스의 기록 “대부분의 척치 족 샤먼들은 여성이지만 척치 족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트랜스에 쉽게 빠진다고 보기 때문에 남성 샤먼들이 더 많은 특권을 누린다고 한다.”(Bogoras, 1907, 414) “트리니다드 샹고 의례에서 신이 들린 신자들의 75%는 여성” “케냐의 와타이타 족의 신 사카, 에티오피아의 신 자르, 서아프리카 하우사 족의 신 보리는 모두 여성에게만 내림. 일본의 샤먼과 아프리카의 랑고 족 점술가, 나트 신을 모시는 버마의 영매도 대부분 예외없이 여성.” 67쪽 “루이스는 신들림에 대한 수많은 민족지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하여, 여러 신들림 사례들이 마법 송사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사회적 틀 안에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Lewis 1969, 27~28) 그는 여성 샤먼과 신들림 컬트 신도들이 남성의 옷을 입고 역할전도를 극화하는 상화엥 대해 ‘모방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형태의 아첨이 아닌가’라고 하면서 남성의 지위와 권력, 그리고 그에 따른 여성의 상대적 박탈이 암묵적으로 승인되고 있음을 발견했다.(앞의 책, 109)” (I. M. 루이스 “신령의 성적 편향성(Sexual bias of the sprits), (Lewis, 1966, 309)) 67~68쪽 (Lewis 1969에서, 루이스의 주장) “여성은 신들림을 일종의 전략으로 활용하는데, 평소에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트랜스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다. 치료 의례에서 제도화된 신들림은 ‘여성이 고통을 통해서……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포부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Lewis 1966, 322)이 된다.(중략) 그에 따르면 신들림 컬트는 ‘페미니스트 하위문화’의 전위 조직으로서, 그 안에서 여성은 남성 세계에 완곡한 형태로 저항한다는 것이다(Lewis 1969, 89)” 68쪽 “하위 문화로서의 신들림 컬트라는 루이스의 정의는 ‘지배적 도덕성의 종교’와 ‘주변적 컬트’라는 이원론적 구분에 근거한다. (중략) ‘주변적 컬트’는 복합 사회의 지배적인 도덕 종교 외부에 존재한다. 이 컬트의 신령들은 공식적으로는 폐기된 고대 신앙의 잔존물이며, 이제는 여성의 ‘주변적인’ 사회적 위치에 대한 보상으로서 여성의 시계에 남아 있다.(Lewis 1969, 34, 148)” 68쪽 뒤르켐 : “공동체가 가진 열망이 가장 잘 표현된 것으로서의 ‘교회’와 개인적 상황과 필요에 따른 주술의 구체적 적용들로서의 ‘컬트’를 구분(Durkheim (1915)1966, 59-62)” 68쪽 “주변적 여성들은 주변적 신령들에게 고통받는데, 그 신령들은 ‘사회에서 주목받는다 하더라도 사회의 도덕적 규칙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신령들은 앙심과 적의로 가득 차 있지만, 희생자들의 도덕적 특성이나 행위와는 상관없이 단지 변적이 심해 희생자들을 공격한다고 믿어진다.” (Lewis 1969, 30-31) 68~69쪽 “나는 그(루이스. 주변적)와는 상반된 주장, 즉 전씨 가족의 굿에 등장한 신령과 혼령들이 한국의 가족과 마을 종교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밝히고자 한다. 이 종교 체계에서 여성과 샤먼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의례들을 보완하는 대단히 중요한 의례들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성의례에 대한 연구는 한국 지식인들이 토속문화를 오랫동안 불편해하고 유교 이념상 여성의 가치를 절하해 왔기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엘리트라면 여성의례를 무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국인이 겪은 복잡한 종교적 경험의 결과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활동이 한국인의 의례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남아있다는 사실 역시 그러한 종교적 경험의 결과이다.” 68쪽 “남성이 ‘중심 권력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독점하고 여성의 법률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은 ’주변적‘일 수 밖에 없다.” (Lewis 1966, 321)“ 70쪽 “사회사학자들은 한국에서 ‘유교화’는 최근에 일어났으며 인위적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15세기 초 건국된 조선왕조의 신유학 개혁가들은 한국 사회의 철저한 변화를 추구했는데, 이것은 매우 상이한 사회질서를 위에서 아래로 강요하는 것이었다. (Deuchler 1977, 1980.)” 70쪽 “현재 우리가 ‘전통적인 한국’이라고 연상하는 사회 패턴은 불과 16세기 혹은 17세기까지도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 상당히 최근까지 한국의 친족은 부계에 제한된다기보다는 방계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반 계층의 딸들은 땅과 노비를 상속받았고, 가끔은 부친 조상의 신위에 제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상속받았다. 조상숭배는 아직까지 엄격하게 유교적인 의례가 아니었다. 딸의 자식들은 출가한 집안의 족보 뿐 아니라 친정의 족보에도 기록되었다. 남편은 부인의 친정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여성은 남편의 친족에 어머니와 부인으로서 합류하여 시어머니의 자리를 계승하거나 혹은 여성 자신의 가정을 형성했다. (박병호 1974, 323-354; Duechler 1977; K. K. Lee 1977, 289-292; Peterson 1983l Wagner 1983) 70~71쪽 “최근에 한국학자들은 유교화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한국 여성이 실천한 비유교적 의례들은, 비록 지금까지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교와 한국인 사이에 이루어진 타협을 이해하는 데 유리한 점들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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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7) 여성 원혼의 존재양상과 신격화의 의미 -서울지역 호구를 중심으로-, 권선경 ( Sun Kyung Kwon ),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민족문화연구,65권(2014.11.30.), 319 ~ 344쪽, 2014
320쪽 “무속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죽음을 당한 경우 원혼(冤魂)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적인 죽음이란 통과의례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경우와 수(壽)가 다하여 자기 집에서 죽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경우를 일컫는다. 아주 어려서 죽거나 혼인을 하지 못하고 죽거나 혼인은 하였으나 자손 없이 죽는 경우가 전자에 해당된다. 후자에는 죽음을 집밖에서 맞는 모든 경우와자신의 수(壽)를 다하지 못하고 죽게 되는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사(事故死) 등이 속한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죽은 존재는 저승으로 천도되어 정상적인 조상으로 좌정하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존재로 여겨진다. 서울굿에서는 이러한 존재를 영산이라고 한다.” (조상이 아니므로 자신을 위한 의례가 따로 없고, 늘 배가 고픈 상태) 김태곤, “한국무가집” 1(집문당, 1971), 49-51면. “어-꿋자/부리 영산에 신에 영산이라/산에 올라 호영산요/들에 내려 객사영산이요/만경은 청파에 수살영산 아니시리/네에 이번에 고픈 배 불여 가구 마른 목 적시어서/00가중에 신사덕 입혀 도와 가며/어-꿋자/나는 모두-/독감에두 가든 영산이요/얼어 쓸어 가던 영산/늑망념에 가던 영산 복막념에 가던영산/치통에 지통에가던 영산/개 물녀 가던 영산/소에 받쳐 가던 영산 말에 치어 가던 영산/전차나마차나 자동차 기차에 치어 가던 영산/상문 영산에 집안은 진주에 원주 영산에 집주 영산 아니시랴/아무쭈룩에 오늘 모두 만이 먹구 잔뜩 먹구 내가 놀구 나리다/얼씨구나 어-꿋자-/나는 시들어 말나 가던 영산이요./이름 달나 가던 영산 성달나 가던 영산/위장병에 가던 영산 자궁병에 가던 영산/시스데리에 간질병에 가던 영산/생살은 부시럼에 가던 영산/굶을 질에 가던 영산/못다 입구 뭇다 목구/한많구 원 많어 가던 영산/네-청춘은 영산에 소년두 영산이오/두령두 영산에 호구두 영산이라/원주루 영산에 집주 영산/상문 영산이 아무쭈룩에 뒤루 뒷전에 고픈배 불녀 가구/이러네 말이 없구 저러네 탈이 없구/문전에서 달내구 보채는 수전없이/꿈자리 몽사에 비끼는 수전 없이 받뜰어서 상덕 입혀 도와 주리다” 323-324쪽 “여기서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통과의례를 거치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데, 통과의례란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거치게 되는 탄생, 성년, 결혼, 장사(葬事) 등에 수반되는 의례이다. (중략) 통과의례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혼사와 후손의 존재 여부이다. 따라서 총각귀신인 도령영산과 처녀귀신인 호구영산 외에 자주 등장하는 영산이 임신 중이나 출산하다가 죽은 하탈 영산이다. 죽었을 당시에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원혼의 경우 남성은 총각귀신만이 등장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처녀귀신 외에 임신이나 출산 중에 죽은 영산까지 포함된다. 임신과 출산의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인과 함께 임신․출산을 통해 후손이 확보되지 못했을 경우 처녀 귀신과 동일하게 불안정한 상태로 보는 것이다.“ 324-325쪽 “총각귀신과 처녀귀신은 사후혼사굿이라는 진혼(鎭魂) 방식 외의 진압(鎭壓)을 통해 원혼을 다스리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처녀의 경우 처녀로 죽으면 무덤을 만들지 않고 입에 인절미를 물리고 사거리 복판에 엎어서 묻었다고 한다. 말썽을 부리지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인절미를 입에 물린 것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고, 거꾸로 엎어서 묻은 것은 일어나는데 시간이 걸리게 한 것이다. 사거리 복판에 묻은 것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묻어 사람들에게 자꾸 밟혀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총각 귀신도 진압의 방식이 존재하지만 처녀귀신의 경우가 좀 더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30~331쪽 “수풀당 애기씨호구”, “살군당부군애기씨호구” 수풀당과 살군당은 왕십리 일대에 존재하는 아기씨당이다. 아기씨당의 주신인 아기씨는 당신화와 당굿을 통해 마마를 앓다가 죽은 젊은 여성신 즉 호구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화에서 아기씨는 북쪽의 공주로 나라가 망하자 왕십리쪽으로 다섯 형제가 피신을 나왔다가 봄에 찔레꽃을 입에 물고 삶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 후 왕십리 일대에 마을이 생겨나고, 마을의 전염병을 돌게 하는 등의 변고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마을 유지에게 현몽하여 자신을 모셔줄 것을 부탁한다. 그후 마을에서는 행당동 아기씨당에 한 분, 수풀당에 세 분, 양지당에 한분의 아기씨를 모시고 마을신으로 섬겼다고 한다. 천연두의 치료제의 하나였던 찔레꽃을 입에 물고 죽었고, 자신의 존재를 전염병으로 알리며 무엇보다 현재 호구거리의 호구와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아기씨가 호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31쪽 “물건너 화(하)주당의 송씨부인과 나씨부인” 화주당은 사후 혼사굿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 화주당을 언급할 때 무가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물건너’라는 표현이다. 처녀와 총각이 죽으면 그 혼을 말명 상자)로 모셔서 이곳에 안치했는데, 안치된 말명 중에서 서로 궁합이 맞는 경우 이곳에서 사후 혼사굿을 했었다. 332쪽 “화주당의 송씨 부인과 나씨 부인” 남한산성 축조의 한쪽을 담당했던 이회대감(홍대감)이 축성자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되었는데, 이회대감은 자신이 결백하다면 목을 벨 때 목에서 매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처형 당시 이회 대감 목에서 매 한 마리가 튀어 나왔고, 이회 대감의 신이한 죽음으로 사람들이 그의 결백을 믿게 되었다. 실제로 추후 관(官)의 조사로 이회 대감은 청렴결백했음이 밝혀져 신원(伸寃)되었다. 그 후 사람들이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남한산성 안에 청량당을 세워 제사를 지내주었고, 화주당은 부인들을 모신 당이다. 처형 당시 이회 대감 목에서 나온 매가 날아가 앉은 자리가 화주당 자리라고도 한다. 한편 이회대감의 부인들은 남편을 위해 삼남(三南)지방에서 축성미(築城米)를 모아 가지고 뚝섬 근처로 오던 중 남편의 처형 소식을 듣고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고 한다. 이후 부인은 원혼(冤魂)이 되어 배가 파선되도록 이끌었고, 이에 부인을 모시게 된 곳이 화주당이라고 전한다. 현재는 이회대감도 함께 모시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작은 부인인 나씨 부인은 자결 당시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산활호구라고 한다. 333쪽 “호구거리에서 중요한 호구로 모셔지는 아기씨와 송씨 부인, 나씨 부인은 모두 젊은 여성이다. 혼기가 찼으나 혼인하지 못했거나 혼인은 했으나 후손을 생산하지 못하고 죽은 존재들이다. 혼인이라는 통과의례 자체를혹은 임신․출산을 통해 후손의 확보를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는 데에서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호구는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죽은 젊은 여성신을 말한다. 여기서 젊은 여성신이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가임기 여성을 말하며 생산이 가능하지만 생산을 실현하지 못한 존재를 호구신으로 본 것이다.“ 335쪽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젊은 여성의 한스러운 죽음이라는 데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죽음의 원인이 사회적 의미를 얻었을 때 본 과정의 호구로 신격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기씨 : 천연두 / 송씨, 나씨부인 : 축성역의 괴로움-> 해당 지역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338쪽 : “아기씨와 송씨 부인 나씨 부인의 죽음을 젊은 여성의 죽음이라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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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6)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과 고전 여성문학 ; 원귀의 해원 형식과 구조의 안팎, 조현설 ( Hyun Soul Cho ), 한국고전여성문학회,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7권, 2003 65 ~ 96쪽
69쪽 “원혼형 설화 속에서 여성 자아의 위치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한의 응결체인 원귀들이 원한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물론 해원의 방식은 결원(結怨)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결원이 반드시 해원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주체의 태도에 따라 과거와 미래가 조정되는 것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해원을 시도하는 원귀의 태도인 것이다.” 69쪽 “결원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해원의 방식에 주목해야 원혼형 설화의 문제 지점이 분명히 드러나리라고 생각한다.” 70쪽 “간접 해원은 타자를 경유한 해원이다. 원귀는 스스로 해원에 나서지 않고 해원의 중재자를 찾아가 해원을 호소한다.” (아랑형 전설) 71쪽 “라깡에 따르면 상징계란 분리의 기능을 수행한다. 유아는 어머니로부터 ‘분리’ 되어야 상징계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 상징계는 근친상간 금지라는 문화의 명령을 체현하는 기표인 ‘아버지의 이름’을 통해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 상징계에 거주한 자아는 ‘아버지의 이름’이 요구하는 바를 자신의 행위 양식으로 추인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상징계 내에서 자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욕망은 욕망 자체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71쪽 “말하기에 대한 원귀들의 욕망은 집요하다. 관리들이 죽어나가도 죽지 않는 관리가 나타날 때 까지 피를 흘리며 나타난다. 마치 원귀들은 다른 쪽에는 해원의 길이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71쪽 “아랑의 실부는 딸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자신을 문책하며 낙향하지만 아랑은 또 다른 아버지, 다시 말해 상징적 아버지의 이름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71~72쪽 “아랑형 설화 내에서 상징적 아버지는 질서의 표상인 국가이고, 국가를 대신하는 관리이다. 상징계 내에서의 문제 해결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화적 질서, 다시 말해 중세에서 발원하여 근대에 이르도록 지속되고 있는 유가적 가부장제 내부에서의 해원이다. 이들의 욕망은 상징계를 구성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 대타자 내에 고착되어 있는 듯 하다. (중략) 원귀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이런 의미에서 원귀는 리비도의 변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귀는 환상의 영역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계 속에서 새로 오는 관리를 만나고 죽이고, 죽이고 만나는 방식으로 현실계에 ‘관여’한다. 원귀는 환상일 수도 있고 환각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 관여하는 한 그것은 ‘실제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원귀가 실제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부분 충동과 관련된 실재적 대상인 ‘대상 a’의 드러남, 다시 말해 상징계 안에 동거하고 있던 ‘실재’의 드러남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이름 아래 억압되어 있던 리비도의 출현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 ‘낯선 현실’은 상징계에 위협적이다.“ 72쪽 “칼을 들지도 않았고 죽이지도 않았지만 원귀는 관리를 죽인다. 원귀들은 이미 존재 자체로 기존의 상징적 질서를 살해하는 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72~73쪽 “원귀의 흐름 혹은 리비도의 누출은 ‘죽지 않는 관리’의 등장으로 재빨리 봉합된다. 잠시 열렸던 실재계의 닫힘, 탈영토적 흐름의 재영토화,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재영토화 속에서 존재 자체로 칼이었던 여귀는 다시 칼집 안으로 포획된다. 다시 정절을 장식하는 ‘은장도’가 되는 것이다. 이 유형의 이야기가 남성들에 의해 ‘편집된’ 조선 시대 문헌들 안에 두루 수록된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재영토화야말로 조선시대 가부장적 남성들, 혹은 왕조의 당연한 정치적 요구였을 테니까 말이다.” 73쪽 “그런데 문제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이 문을 닫는 것이, 실은 원귀 앞에서도 죽지 않는 관리가 아니라 아랑-원귀 또는 기생-원귀 자신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원귀들은 ‘아버지의 이름’에 편집증 환자처럼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랑이든 기생이든, 원귀 아랑이든 원귀 기생이든 이들은 이미 아버자의 이름이 “네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거야”하고 제시하는 상징계의 질서를 자신의 ‘자연’으로 신체에 등록하고 있는 주체인 것이다. 따라서 이 해원을 통해서 재구축되는 것은 아버지의 이름이고 문화적 질서일 수 밖에 없다. 해원이 끝나도 질서는 거기 건장한 사내처럼 또 다른 해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랑형 원귀설화의 대표 귀신 아랑은 ‘열녀’의 이름으로 재영토화된 오이디푸스적 주체일 뿐이다.“ 73쪽 주석 “아랑은 밀양 지역 권번(기생)들에 의해 재발견되어 추모제로 이어졌고, 지금은 <아랑제>(매년 5월)라는 지역 축제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제의에서 아랑은 ‘열녀’ 아랑이다. 도청이나 교육청 등의 후원을 받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듯이 정절의 상징이라는 진·선·미 아랑을 선발하고 이들이 제관이 된다. 이처럼 열녀 아랑에 매여 있는 한 아랑은 오이디푸스적 주체를 재생산할 뿐이다. 이는 아랑 전설과 같은 맥락에 있는 신원형 가정소설 <장화홍련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장화와 홍련은 가부장적 국가에 신원을 호소할 뿐이다.”(“남성 지배와 장화홍련전의 여성 형상” 2003/ 조현설) 74쪽 “직접 해원은 간접 해원과 달리 원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간접 해원에 보이는 대타자가 없다.” (상사뱀형 설화, 신립장군형 설화) 77쪽 “문제의 핵심은 ‘피해자인 여성’이 원귀가 되어 해원을 하는 방식이다. 상사뱀형에서 뱀의 형상으로 나타난 귀신은 애정 또는 성욕의 대상에 달라붙어 대상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중략)“원귀들은 다른 무엇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원을 이룩한다. 그것도 부정적인 파괴의 방식으로 해원에 이르는 것이다.” 77~78쪽 “아랑형이 해원을 통해 자신을 살해한 세계를 재구축했다면 이들(상사뱀형)유형들은 해원을 통해 자신을 자살에 이르게 한 세계를 파괴한다” 78쪽 “아랑형 원귀설화 : 강간, 살해와 같은 범죄행위 피해자->남성질서 내에서도 남자의 행동은 위법 / 상대 남성의 윤리적 결함을 폭로함으로써 집단 내에서 비판받게 하고 뉘우치게 한다->법적 절차를 통한 해결” “상사뱀형, 신립장군형 원귀설화 : 남성의 윤리적 결함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법적 위반은 문제가 되지 않음 / 자살은 여성 스스로의 결정. 사법적 질서에 문제의 해결을 호소할 수 없음” 78-79쪽 “원귀들의 직접 해원은 여성의 주체의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상사뱀형이나 신립장군형 신원설화의 여성들 역시 아랑형에 등록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유가적 가부장적 질서 내에서 정념의 억제를 당위로 훈육당한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유가적 남성지배 사회에서 일단 통정을 하고 나면, 여성이 남성을 직접 찾아가고 나면 그때 여성은 이미 자신의 위치를 포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여성들의 행위는, 그것이 낯선 사내에게 몸을 허락한 것이든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웃의 사내를 연모한 것이든, 이미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금지’의 선을 위반한 것이 된다. 선을 넘어선 이상 여서은 자신의 애정의 대상이 된 남성을 통해서만 존재의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 되돌아올 길은 없다. 따라서 이들의 자살은 상징적 질서 안에, 다시 말해 유가적 상징계 안에 있는 여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해원은 상징계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상징계를 넘어서려는 이들의 행위가 상징계의 질서 안에 갇힌 남성의 거부에 의해 좌절당했기 때문이다.” 79-80쪽 “직접 해원에 도전하는 여귀들은 자신들의 신체를 문화적으로 구성하고 있던 ‘아버지의 이름’을 지워버린다. (중략) 라깡의 개념을 빌려 다시 말하자면 아버지의 이름 아래 금지되어 있던 ‘주이상스’로의 역행, 혹은 그것의 침입이 여기 있는 셈이다. (중략) 자신을 거부한 남성에 대해 견딜 수 없어 하는 여성의 자아는 상사계로의 역전이를 통해 사랑과 증오, 혹은 애정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으로 대립된 정서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는 이중성을 특징으로 갖는 분열된 주체로서의 모습을 연출하게 되는데 상사뱀형, 신립장군형 원귀설화의 여귀들의 증오와 공격성이 그런 것이다. 여귀들의 증오와 공격성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쾌락, 쾌락 원칙을 넘어서 쾌락, 곧 주이상스의 표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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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5)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야담(野談) 수용 과정 연구, 박상완 ( Sang Wan Park ), 충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학연구 91권, 85 ~ 117쪽, 2013
91쪽. “야담은 사료의 측면에서 보면 존재하지 않은 역사이지만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존재하는 역사를 통해서, 우리 내면의 공통된 감정구조에 호소하는 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속성은 역사가 국사로, 과거의 모든 사실이 민족적·지리적 경계 안에서만 다뤄지는 우리의 현실 상황에서 보다 본질적인 역사의식을 담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고정화된 의미 속에서 죽은 사료와 대화하지 않고, 역사화되는 현재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과거에 비추어 이해하는 능동적인 성찰행위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윤석진, 「2000년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장르 변화 양상 고찰 1」, 『한국극예술연구』, 제38집, 한국극예술학회, 2012, 304면 참조 (“조선왕조 오백년”등 정사 사극이 나오기 전 1970년대 사극이 야담을 반영한 것을 언급하며) 96~97쪽 “하지만 공포·액션·코믹·멜로·수사 등의 장르적 이야기를 풀어냄에 있어서 과거라는 배경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다면 야담이 지니는 본래의 현실 반영적 속성이 구현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것이 20세기 현재에서 벌어지느냐, 아니면 15세기 조선에서 벌어지느냐에 따라 주제와 텍스트의 의의는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중략) “오히려 방송 초기부터 역사 드라마의 중심에 놓여있었던 야담은 1980년대 들어 주변 담론으로 밀려나는 와중에도 나름의 영역을 확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거를 선택하고 서술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차이는 현실을 은유하는 거울로서의 과거라는 역사적 상상력 하에서 텍스트적 가치로서의 의미만을 지닐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담이 어떤 이야기로 재탄생되든 그것이 우리의 기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이상, 역사의 어느 지점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21세기 현재와 필연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차이, 그럼에도 최소한으로나마 공유되는 기억으로부터 이후에 야담이 역사드라마에 재위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105쪽 “야담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상상의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과거를 현재를 은유하는 공간으로서, 극적 사건을 주체의 성찰을 이끄는 재해석된 이야기로서 만드는 것이다.” 105쪽 “수많은 야담 중에서 ‘구미호’ 서사와 ‘처녀귀신’ 서사가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것은 그것들이 2000년대 역사드라마에 적합한 성찰적 속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구미호는 전국 곳곳에 존재하던 설화가 TV 드라마에 의해 재정리된 경우이고, 처녀귀신은 우리 기억 속에서 가장 오래된 비인간적 존재 중 하나다. 그만큼 구미호와 처녀귀신 서사는 역사드라마에서 가장 빈번하게 채택된 야담이었는데, 이는 두 이야기에 사회의 모순을 성찰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106쪽. “‘처녀귀신’은 인간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 한풀이를 꿈꾸는 존재다. 구미호 서사와 달리 여기서는 처녀귀신의 한풀이가 반드시 이뤄진다. 역시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세 번째 단계(세 번째 부임한 사또, 세 번째 증거의 확보)에서 처녀귀신은 한풀이에 성공한다. 처녀귀신이 죽음을 당하는 이유는 돈과 성욕이 대표적이지만 살해자의 삿된 욕망이 빚은 참극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때 희생자인 처녀는 욕망에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상징하며, 그의 죽음은 타자화된 존재가 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녀귀신 서사에서 중요한 것은 한풀이가 이루어져 인간다움이 회복된다는 점, 그리고 그 한풀이가 반드시 사또라는 공권력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106쪽 “‘구미호’는 인간이 아닌 존재이지만 인간이 되고픈 욕망을 지닌 존재다. 그러나 구미호 서사에서 구미호는 인간이 되는 데에 반드시 실패한다. 지역적 특색과 각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마지막 단계(100번째 간을 먹지 못하거나, 100일 또는 10년째 되는 날에 정체가 드러남)에서 구미호의 인간되기는 실패한다. 구미호의 실패는 대부분 남편, 혹은 마을 사람들로 인해 발생한다. 이들은 가부장제 사회의 경직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외부인이 공동체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한다. 즉 구미호 서사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은 존재의 좌절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 107쪽 “구미호 서사는 가부장제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처녀귀신 서사는 권력구조라는 보다 보편적인 모습으로써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표면적으로는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사회에 의해 희생된 개인의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보다 이데올로기적인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107쪽 “구미호 서사가 가부장제의 모순을 들춰내는 데에 치중하는 고발의 서사라면, 처녀귀신 서사는 모순을 드러내고 봉합하면서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순응의 성격을 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구미호 서사는 구미호를 주인공으로 두고 어떻게 인간되기에 실패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구미호와 비인간적인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인간다움을 묻는다. 반면 처녀귀신 서사에서 주동인물은 사또이고, 그가 어떻게 처녀귀신의 한을 풀어주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억울하게 죽은 인간의 인간다움 회복과 공권력의 정당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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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4) 윤혜신, 『귀신과 트라우마 – 한국 고전 서사에 나타난 귀신 탐색』, 서울:지식의 날개, 2014(초판 2쇄)
7쪽 “일단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존재를 귀신으로 보겠다. 귀신은 ① 인격성을 기반으로 한, ② 착한 신이 아닌 인간에 대해 파괴적 성향을 가진 ③ 초월적 존재이다. 위 세 조건을 다 만족시키지 않아도 ④ 당대 사람들이 ‘귀(鬼)’로 표현한 대상이다.” 26쪽 “(김대성 설화를 언급하며) 살아서 말하지 않던 동물이 죽어서는 말을 한다. 영혼 상태에서의 자기 표현이 생존 시보다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42쪽 “어떤 귀신을 ‘소복녀’로 판정하려면 다음 세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①영혼 유형일 것, ②심리적으로 트라우마의 상태일 것, ③ 트라우마를 해소할 의지를 가진 귀신일 것” 43쪽 “조선시대에는 전란으로 야기된 불안한 정서가 몽유록, 소설, 실기, 야담, 패설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로 표출되고 있어 대규모로 집단적 트라우마가 발생한 자취를 담고 있다.” 43쪽 “트라우마를 가진 영혼 중에서도 특히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소리만 내는 귀신은 강렬한 트라우마를 암시한다. 외적으로 형상은 드러내지 않고 일정 시간에 찾아과 소리만 내는 귀신은 대부분 자연사가 아니라 사고사를 당했거나 전란에서 죽은 영혼들이다.” 43쪽 “트라우마를 가진 귀신서사에서 주목할 사실은 귀신이 되기 전, 즉 생전에 신분상 종이었던 여성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젊고 예쁜 여종, 비구니, 계모 아래의 전처 소생 등 그들은 집단 속에서 약자였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겁간당하고 죽임을 당하거나 누명을 쓰고 죽는다.” 43쪽 “ 조선의 보수적이고 이중적인 성담론과 문화는 실제로는 성욕구를 추구하면서도 남의 시선과 사회의 윤리를 넘어서지 못해서 약자인 여성들을 살려 두지 않았다. 여성들은 힘없고 약해서 죽었으나 억울한 그들은 결코 죽을 수 없었다. 자매가 귀신으로 등장하는 고소설 장화홍련전에서 자매는 결혼 전에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데 이처럼 성에 대해 이분법적 잣대를 가진 성문화는 약자의 비극적인 죽음을 초래했다.” 43~44쪽 “장화와 홍련이 소복녀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귀신으로 보인다. 그러나 옷에 대해 말하자면 이들은 소복을 입고 있지는 않다. 홍련은 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등장한다. 또 소복보다는 일상복을 입은 귀신이 많다. 1400면대 『용재총화』에 따르면 한 여귀는 붉은 난삼(유생, 생원, 진사 등이 입던 예복)을 입었다. 싸늘한 표정보다는 오히려 곱고 용모가 아름답고 우아한 미인(어우야담 150화, 155화)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소복녀는 조선 중기 이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54~56쪽 “「요얼, 귀신의 재앙」(「산고속집」, 『기언』 58권) 귀신은 조화를 부리는 영혼이요 만물의 본체라서 떼어놓을 수 없다. 정기는 서로 교감할 수 있어서 기도하면 응하고 오개 하면 이른다. 귀신이 바르게 활동하면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우며 봄에는 싹이 트고 가을에는 거두게 된다. (중략) 그래서 은나라 사람은 제사를 엄격히 하여 귀신의 덕을 밝혔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귀신이 요사를 부려 재앙을 일으키는 경우, 또 죽었음에도 영혼이 흩어지지 않은 경우 재앙과 복을 준다는 구실로 사람에게 얻어먹는 경우가 있다면 이것은 절대 귀신의 바른 모습이 아니다.(중략) 지금 너희 귀신을 위하여 정성껏 재걔를 하고 정결한 음식을 장만하여 너희 귀신에게 빌면서 올바른 도리로 권유한다. (중략) 귀신과 사람이 화합하면 국가에 정해진 법이 있어 영원토록 풍성한 대우가 있을 것이니 요망한 악으로 너의 덕을 어지럽히지 말고 재해로 사람을 괴롭히지 말 것이며 스스로 너희 귀신의 수치가 되는 일을 저지르지 말라. 속히 거행할지어다“ 신유년 4월 25일. 허목. (1600년대 사람) “따라서 제사는 정성스러운 봉양이라기보다는 귀신을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유인물이 된다.” 60~61쪽 “(어우야담 228화 유사종 이야기) 부제학 유숙의 어머니인 이씨는 서자인 유사종의 딸을 데리고 있었다. (중략) 하루는 이씨가 밤에 꿈을 꾸었다. 유사종이 뜰에서 백번 절하며 사례를 하는데 부녀자들이 입는 붉은 장옷을 입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 슬퍼하며 자녀들에게 말했다. “지난 밤 꿈에 유사종이 왔더구나. 뜰에서 백 번 절하고 사례하는데 필시 내가 자기 딸을 혼인시킨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남자 옷을 입지 않고 왜 부녀자의 붉은 옷을 입고 있을까?” (중략) “제 아버님은 황해도에서 난리를 만나 떠돌다가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염습할 옷이 없어 저의 어머니께서 붉은 색 장옷을 벗어 입혀 드렸지요. 저승에서 입고 온 옷은 염할 때 입으셨던 옷일 것입니다.”” 62쪽 “트라우마의 치유를 추구하는 방식은 모든 귀신이 같지 않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치유형’으로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치유하고자 분투하는 귀신이다. 둘째는 ‘복수형’으로 귀신은 파괴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발산한다. 셋째는 ‘방황형’으로 귀신은 트라우마의 치유법을 알지 못한 채 방황한다.” 66쪽 “여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략) 그녀는 ‘장례를 통한 안치’를 얻어냈다. (중략) 이런 상황에 빠진 귀신은 인간 앞에 출몰을 반복한다. 언제까지? 장례가 치러지고 시체가 땅에 묻힐 때 까지. 장례는 왜 중요할까? (중략) 의례 중에서 장례는 인간이 삶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장례를 통해 죽은 자는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사회 속에서 살게 된다. 역설적인 생존이다. 이야기에서(어우야담 143화) 여성은 전란 통에 굶주림으로 죽어 귀신이 되었지만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마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죽음이 공적(公的)으로 인정되기를 바랐으며, 그 의미를 갖는 의례인 장례를 원하였다.“ 67쪽 “개인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귀신으로 「장화홍련전」의 두 자매가 대표적이다. 계모의 계략에 따라 두 자매는 결혼 전에 임신했다는 누명 아래 억울한 죽음을 맞지만, 귀신의 모습으로나마 마을 부사에게 나타나 하소연을 하고 이어 누명을 벗고,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75쪽 (정을선전에 붙여) “진실과 결백이 소통되지 않아 죽음을 택했던 귀신은 상대의 사랑과 구원에 의해 ‘회생’되었다. 이 회생은 두 사람이 소통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신부를 향한 신랑의 사랑이 방황하는 귀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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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3) 이찬수 외, 『우리에게 귀신은 무엇인가』, 서울: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2010
믿는 만큼 경험한다 – 귀신 현상과 귀신 담론(이찬수) 26~27쪽 “일반적인 의미의 귀신, 구체적으로 말하면 귀(鬼)는 의도하지 않은 경험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신앙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종교 의례를 통해 다스려져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한국인의 신앙 행위와 종교 체험, 그리고 민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 귀(鬼)는 탈자연적 괴이(怪異)의 존재-마귀(魔鬼)-이다.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이(神異)의 존재-신령(神靈)-와는 구분된다. 귀가 무당과 같은 사제에 의해 다스려져야 할 탈자연적 존재라면 신령은 신앙과 의존의 대상인 것이다”(김열규, ‘귀신’, ”민족문화대백과사전“) 27~28쪽 “가령 김열규의 정리에 따르면 죽은 이가 온전히 신이되려면 몇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주로 다음 세 가지이다. (1) 충족한 삶과 충족한 죽음, (2) 소속감 내지 유대감의 분명함, (3) 신원증명. (중략. (1)은 요절, 객사, 횡사는 빠짐. (2)는 무주고혼은 제외, (3)은 무명의 죽음은 안됨.) 이 세 조건을 고루 갖춘 죽음을 관례적으로 호상(好喪)이라고 말해 왔거니와 대부분의 조상령, 곧 조상귀신은 세 조건을 고루 갖춘 귀신의 전형이다.” 34쪽 “불교에서도 귀와 신에 해당하는 다양한 존재들이 상존하며 인간 체험의 대상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런 식으로 귀신, 특히 귀는 종파를 막론하고 인간 종교 경험의 부정적 원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끝없이 지속되어 왔다. 차이가 있다면, 불교적 귀신은 제거되거나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결국 더 나은 상태로 변모하도록 인간에 의해 교화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같은 책의 ‘귀, 아귀, 마, 신 모두 교화의 대상’(법현) 참조) 41쪽 (호국영령,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귀신 자체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고야스(고야스 노부쿠니)가 분석하고 있는 유교를 예로 들면 “귀신은 언제나 해석된 주제”로서 담론 체계 안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됨으로써 귀신이 없어지기보다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귀신에게 드리는 제사가 재편·재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야스는 “유가의 귀신론이란 귀신을 자신의 담론 안에 살게 하면서 귀신과 그 제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그 제사를 재편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귀신에 대한 담론이 제사 양식을 재편해가고, 국가적 체제에까지 영향을 주는 사례를 알본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간절한 마음이 모이면 마는 쓰러지게 되어 있다(정순덕) 45쪽 “잡귀, 잡신을 ‘사(邪)’, ‘마(魔)’라고 하는데 이번 경우는 귀신의 원혼이 오래 돼서 ‘사’가 되었고” 63쪽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무속이 결코 귀신 신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까 정 무녀의 얘기에서 수호신장을 불러내서 귀신과 싸우게 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무속에는 모셔야 할 신이 있고 물리쳐야 할 잡귀가 있습니다.” 63쪽 “무속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모티프는 가족이라든가 가족이 머무르는 집이라는 공간입니다. 그것은 대개 문 밖과 문 안의 공간을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문 밖은 위험한 공간이고 문 안은 안전한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귀신이 들렸다, 혹은 나갔다고 할 때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결국 귀신에게 고통받는 것은 개인인 ‘나’가 아니라 ‘나의 가족’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이 무속에서 말하는 귀신들린 ‘나’는 어떤 개별적 자아가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 있는 나이며, 이런 관계망이 어그러졌을 때 문제가 발생하고 고통을 받게 되는데, 그러한 고통이 형상화된 것이 바로 귀신일 것이고, 그러한 귀신이 드러나는 것은 우리의 문화적 경험들과 아울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그러진 질서와 회복, 그 표상으로서 귀신 – 무속의 귀신론 (김동규) 70쪽 “조흥윤에 따르면, 잡귀잡신이란 ”억울하고 원통하게 죽은 넋이나 사회에서 천대받던 계층의 넋, 그 밖에 집안과 마을에 흩어져 있는 잡다한 수호령 및 기운 등 하위신들이다. 한편 무속에서서는 신령들이 넓은 의미의 조상신의 성격을 갖기도 하기 때문에 이 구분에서 조상은 좁은 의미의 혈연적 조상으로 한정되며, 무속의례 절차에서 이들을 따로 대접하는 굿거리가 존재한다. 정신(正神)은 보통 ‘신령님’으로 불리기도 하며 굿의 본거리에서 모셔지는 신들이다. 보통 무당이 내림굿을 통하여 모셔드리는 신령도 이 신령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71~72쪽 “무속에서 보통 귀신이라고 할 때, 그 성격은 부정적인 것이며 인간에서 분리되어야 할 존재로 인식된다. 심지어는 조상마저도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서는 산자들의 세계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다. 우리말 속담에 “조상손이 가시손이다”라는 말은 그러한 관념을 잘 드러낸다. (중략. 김금화의 황해도 철무리굿 조상거리의 ‘만세받이’인용) 제사나 굿을 하는 도중에 십대왕의 문을 열어서 조상을 청하고 대접한다는 관념이 있지만, 굿이 끝나면 조상은 반드시 산자들의 세계에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백사장 넓은 들에 표적없이 다녀가야”하는 존재인 것이다.“ 71쪽 “무당의 내림굿에서 무속 실천에서 신봉되는 신령에 대한 명확한 관념이 드러난다. 보통 내림굿은 크게 보아 허주굿, 내림굿을 총칭하는 이름인데, 이른바 무당 후보자에게서 벗겨져야 할 ‘허주’라는 관념과 모셔 들여야 할 몸주신 및 ‘신령’이 있다는 관념이다. 벗겨내거나 물리쳐야 할 존재와 모시고 대접해야 하는 존재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무속의 크고 작은 의례들에서 항상 반복된다.” 74쪽 “조상 숭배의 대상이 되는 혈연적 조상과 정신을 제외하고 언급되는 잡귀잡신은 어르거나 달래고 혹은 위협해서 축출되어야 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귀신 관념은 귀와 신을 따로 떼어서 사용하진 않지만 무가(巫歌)에서 나타나는 잡귀잡신들이 귀신이라는 용어로 언급되는 뚜렷한 보고가 없다. (중략) 굿거리 내에서 특히 ‘만세받이’를 구송하는 데 있어서는 귀신을 같이 사용하지 않고 ‘귀’와 ‘신’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의 유학자들과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74쪽 “조흥윤이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인 귀신의 성격을 갖는 존재는 굿거리의 처음 시작과 마지막에 드러난다. (걸립, 터주, 지신할머니, 수광대, 서낭, 사신, 맹인, 하탈, 말명, 객귀, 영산, 상문, 수비, 잡귀, 동법) 이 중 부정적 이미의 귀신의 성격을 지닌 잡귀잡신은 하탈, 영산, 말명, 객귀, 수비. 72~73쪽 “조상이 자손에게 해를 끼친다는 관념과 관련하여, 자넬리 부부(Janelli & Janelli, 1982:154-176)의 보고는 흥미롭다. 경기도의 한 동족마을에서 현지조사를 했던 그들은 그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조상 관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조상은 죽을 당시의 신체적 상태를 가지며, 사람들의 기본적 욕망과 동일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조상들은 산 사람을 바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병을 주어서 후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주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대접하지 않으면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넬리 부부는 이러한 조상의 해코지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과 인류학자인 아더 울프(Arther F. Wolf(1978:131-182))의 인지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중략) 프로이트에 따르면 의식적인 호의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적 관계조차도 무의식인 적개심이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적개심은 호의적인 사회적 관계망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일종의 죄의식을 낳게 되며, 그 죄의식의 완화를 위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자에게 적개심을 투사한다는 것이다.” 73~74쪽 “자넬리 부부는 프로이트 이론의 유연성이 그 마을 주민들의 조상 관념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보지만 남녀 간에 차별적으로 존재하는 조상 관념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본다. 즉, 그들의 조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시댁 조상에 대해 가지는 적대적 감정, 혹은 조상들의 해코지의 정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울프의 인지적 접근, 즉 사회적 관계가 신·조상·귀신에 대한 관념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 시부모의 며느리와의 사회적 관계 혹은 아들과 부모와의 사회적 관계의 차이점이 조상 관념에 대한 차이에 반영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공자와 주자, 그리고 귀신 (김우형) 99~100쪽 “고대에는 귀신이나 혼백 개념이 자주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고, 늘 ‘귀’나 ‘신’, 혹은 ‘혼’이나 ‘백’처럼 한 글자로 된 단어가 좀 더 빈번히 사용되었다. 여기서 귀신과 혼백 개념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문헌이라 할 『춘추좌전』 「소공 7년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거기에서는 정나라의 정치를 담당했던 자산이라는 사람이 혼백과 귀신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자산은 당시 정나라의 귀족이었던 백유가 귀신이 되었다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백유는 정권 다툼에서 패하여 나라에서 축출되고 이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된 인물인데, 이후 어떤 사람의 꿈에 나타나 정해진 날짜에 자신을 죽인 사대와 공손단이라는 두 사람을 죽이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날짜에 두 사람이 죽게 되자 그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에 자신은 백유의 후손을 세워 대를 잇게 하자 괴이한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100~101쪽 “(백유의 귀신에 대해)“백유도 귀(鬼)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하였는데 이에 대해 자산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중략) 사람이 태어날 때 처음 변화된 것을 백(魄)이라 하고, 백이 생기고 나면 양(陽)의 기운을 혼(魂)이라 합니다. 사물의 정기를 많이 쓰면 혼백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그 정상(精爽)이 신명(神明)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중략) 이것은 고전시대의 문헌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혼백’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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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2) 백문임, 『월하의 여곡성 –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史』, 서울:책세상, 2008
15-16쪽 (2003년 “여관방 몰카에 잡힌 혼령의 정체: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로 관객을 유인했던 <목두기 비디오>(윤준형, 2003)에 대해) “제작진은 그 고등학생의 가족사를 파헤쳐 실제의 살인자가 버젓이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영화를 마무리했고, 흥분한 관객들은 이 살인사건을 방송국에 제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해프닝에서 흥미로운 것은 ‘귀신의 힘을 빌려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는 옛 공안(公案) 이야기의 서사가 21세기 인터넷 공간에서도 통용되었다는 사실이다.” 51쪽 “한국 공포영화는 설화나 민간 신앙에 나타나던 원귀(冤鬼), 그중에서도 여성 귀신을 괴물로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억울한 사연을 품고 죽은 여성이 현실에 돌아와 잔인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러티브를 장르적 특질로 형성했다.” 16쪽 “<장화홍련전>이나 <김인향전>처럼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가 원귀가 되어 사또나 어사 등 관(官)의 힘을 대신할 사람 앞에 나타나 신원(伸冤)해줄 것을 청하고, 판관을 이를 해결하여 공공질서를 바로잡는 공안 이야기와 <목두기 비디오>의 차이라면 원귀가 사람 앞에 직접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캠코더라는 시각 매체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사또나 어사가 아니라 비디오 저널리스트가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이 기괴스러운 이미지와 그에 대한 반응이 상호 증식하면서 담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21쪽 “젊은 여성의 귀신이 가장 비천하고 사악한 존재로서 귀신의 위계에서 최하위에 위치하면서 가장 큰 두려움을 주었다는 것은,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이 타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호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 ‘호명’을 통해서도 이들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1쪽 “원시종교에서부터 귀신은 숭배의 대상이었지만 인귀(人鬼)는 선한 귀신인 조상귀신과 악한 귀신인 사귀(邪鬼)로 구분되었고 그중에서도 여자 귀신은 가장 사악한 귀신으로 간주되었다. 인귀의 종류를 나누고 위계화하는 관념은 본격적으로 성리학이 유입되었던 고려 말부터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죽어 선한 귀신이 되는가 악한 귀신이 되는가는 이승에서의 삶의 양상이나 죽음의 방식, 즉 성리학적 세계관이 규정하는 ‘정상적인’ 삶과 죽음의 방식에 의거해 결정되었다. 가장 정상적인 죽음은 오래 살다가 자기 집에서 죽는 것을 말하고, 단명(短命)에 죽거나 객사하거나 자살 또는 타살로 죽는 것은 이상사(異常死)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죽어서 자손들의 봉제사(奉祭祀)를 받는 선한 조상신이 되는 조건은, 통과 의례를 거쳐 환갑 이후까지 장수하고 자녀를 두되 특히 아들을 낳아 가계를 이은 뒤 자택에서 죽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러한 ‘정상적인’ 조건에서 벗어난 삶 또는 죽음을 경험하면 원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혼인이라는 통과 의례를 겪지 못하고 죽은 ‘처녀귀신’의 원한이 가장 크다는 통념이 존재했던 것은, 윤리 질서나 규범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 같은 질서와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강했음을 반증한다.” 55쪽 “의미심장하게도 이 괴물들은 ‘가족’과 ‘기억’이라는 카테고리를 끈질기게 문제시하는 방삭으로 근대화 시기의 극장에 나타났다. 가족과 공식적인 기억은 역시 근대적인 제도로 재편되고 담론화되는 과정에서 ‘과잉 억압’을 파생시켰고, 일상과 욕망에 한계와 제한을 가하면서 그로부터 이탈된 자질들을 ‘타자’화했다.” 52-53쪽 “전래 귀신담의 여귀는 ‘차이’를 구현하는 여성인 동시에 지배 질서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죽은 존재로서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교훈과 경계를 목적으로 하는 서사적 틀에 의해 여귀는 지배 질서의 대행자인 유력자 혹은 가부장에게 신원(伸冤)을 하소연하는 가엾은 희생자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녀들의 존재 자체는 두려운 것이지만, 서사적 틀은 그녀들을 현세 질서의 보조자로서, 공권력의 조력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53쪽 “공포영화의 괴물을 ‘억압된 것/타자’의 개념적 이중 쌍으로 설명한 앞의 시각을 따른다면, 한국 공포영화의 여귀 역시 당시 사회문화가 부과한 과잉 억압을 지시하는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여성이 불러일으키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박정희의 근대화 프로젝트에서 ‘과잉 억압’된 가치들에 대한 매혹과 불안이 중첩되어 있다.” 53쪽 “반면 공포영화에서의 여귀는 희생자나 조력자의 이미지를 벗어나 스스로의 분노와 원한을 풀기 위해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를 하는 존재로 변화한다. 이때 복수의 범위는 점차 가해자의 집안 자체로, 나아가 무고한 사람들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에 여귀는 귀신담에 존재하지 않던 과잉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시각적인 차원에서도 여귀는 단일하고 통합된 근대적 자아의 신체경계를 위반하고 해체하는 이미지를 지닌다. 그녀들은 고양이나 여우와 같은 짐승의 신체로 변형되기도 하고, ‘자아’가 결여된 시체의 신체로 등장하기도 하며, 가부장적 질서를 ‘거세’하는 공격적인 신체를 지닌다. 신체의 표면을 뚫고 나오는 이빨, 손톱, 머리카락은 단일하고 통합된 신체의 관념을 와해시키고, 서구 드라큘라 영화에서 유입된 ‘흡혈’ 행위를 통해 타인(특히 남성)을 상징적으로 ‘거세’할 때에는 성적 정체성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특히 ‘흡혈’은 한국에서 여귀의 행위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섹슈얼리티의 발현이라는 의미를 파생시킨다.” 55쪽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이러한 젠더화가 나타났지만, 가까운 과거에 생산된 여성 원귀를 등장시킨 공포영화는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그러한 젠더화에 내포된 ‘과잉 억압’의 흔적을 드러낸 정르이기도 하다. 근대적 이상이 전근대의 귀신을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매장한 후, 특히 국가적인 차원에서 근대화가 획일적으로 추진될 무렵, 공포영화라는 첨단 매체를 통해 다시 등장한 여귀는 칸트가 숭고한 대상의 속성으로 언급했던 “크고 위력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공포영화는 때로는 이들을 전근대의 맥락 속에서 개념화화기도 하고, 때로는 이들에게 전면적이고 역동적인 마성을 부여해 공포를 스펙터클화 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55쪽 “우드가 1970년대 미국에서 ‘정상성’의 경계를 이루는 목록으로 정리했던 것, 즉 “일부일처제-이성애주의-부르주아-가부장주의-자본주의자” 외에 1960년대 이후 한국에는 “민족주의-근대화주의자”라는 경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경계는 상충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존재들, 그중에서도 여성들은 한국 공포영화에서 무시무시하고 흉측한 괴물들로 변형되었다.” 56쪽 “따라서 공포영화의 여귀들은 근대적 가족 제도의 재편 및 민족적 기억의 공식화 담론과 관련하여 새롭게 ‘타자’로 등장한 존재들, 자질들을 표상한다고 말할 수 있다.” 81쪽 “여기에서 한수의 참회 방식이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독립운동가로 만드는 것’ 이라는 점은 그의 참회가 단순히 아내 월향의 정절을 의심하여 죽게 만들었다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월향의 죽음 한수 자신의 ‘변절’을 상징하는 것이며, 한 집안에서 일어났던 참극은 이 순간 민족적인 차원의 비극으로 지평이 확장된다. 이제 <월하의 공동묘지>라는 공포영화는 여귀를 ‘민족적 원한’의 담지자로 만들며, 그녀의 복수를 근대적 가치와 제도들에 대한 응징으로 변화시킨다.” 95쪽 “공포영화 형상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질은 가부장적 가족 관계에서 원한을 품고 죽은 여성이 여귀로 귀환하여 벌이는 복수극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다양한 경향의 공포영화가 시도되지만, 1965년경부터 한국의 공포영화에서는 여귀의 복수극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125~126쪽 “전래 설화에서 공포영화로의 변이, 그리고 그 중간을 매개하는 ‘신파’의 역할. 이는 한국 공포영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특질이라고 할 수 있다. (월하의 공동묘지, 두견새 우는 소리 예시)” 95쪽 “초기 공포영화에서 여귀가 구현하는 가치들은 무엇보다 ‘신파’와 멜로드라마라는 정서적 매개를 통해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졌다. 1975년까지 공포영화에는 원한을 품고 죽음에 이르게 된 여성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그녀가 여귀로 귀환했을 때 벌이는 복수극에 카타르시스 효과를 부여하기도 했다. (중략) 1975년 이후 공포영화에서 여귀는 동정과 연민보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변화되고, 내러티브에서는 여귀를 ‘퇴치’하는 모티프가 강화되게 된다. 여귀의 행위가 카타르시스보다는 공포를 제공하게 되고 여귀가 동정과 연민보다는 섹슈얼리티와 외래성(外來性)을 환기하게 됨에 따라 공포영화는 동시대 여성에 대한 불안감이 노골적이고 생경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장(場)이 된다.” 106=107쪽 “한국에서 전설과 사화, 민담 등의 이야기는 근대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생산/재생산되었으며, 1960년 전후의 시점에서도 『한국 야담, 사화 대집성』(1959년 9월 간행)과 같은 형태로 집성되거나 월간 『야담과 실화』, 『소설계』와 같은 대중 문예지를 통해 재생산된다. 이는 공포 영화의 이야기 소재 및 내레이터의 내레이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문제로, 좀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의 이야기 전승이라는 지평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아랑형 전설’이라든가 ‘불가사리 전설’ 같은 것은 공포영화로 직접 옮겨지지만, 여타의 이야기들은 전체 스토리 차원보다는 개별 모티프들의 차원에서 공포영화에 계승된다. (중략) 이는 구비문학이 문서 형태로뿐만 아니라 시청각적인 방식으로 전승 혹은 재창조되는 하나의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씨받이로 들어갔다가 본처에게 죽임당한 여자의 이야기, 과거 보러 가던 유생이 깊은 산중에서 여자들만 사는 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는 이야기, 계모에게 죽임당한 전처 자식들 이야기 등) 122~123쪽 “1965년과 1966년에 성공한 이용민의 영화들에 힘입어 1967년에는 공포영화가 붐을 이루게 된다(중략) (월하의 공동묘지, 한, 처녀귀신, 백발의 처녀 언급) 이 작품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여귀가 한국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해외 공포영화의 장르적 관습보다는 전통적인 서사 혹은 동시대 서사들의 관습이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108쪽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 소재와 형식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되는 MBC의 라디오 드라마 『전설따라 삼천리』의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존속해왔던 이 드라마는 각지의 전설을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 들려주는 것으로, 여기에서 내레이터가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방식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변사 또는 내레이터의 이야기 전달 방식으로 계승되고, 또 최근까지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도 계승된다.” 120쪽 “1960년대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이 “시어머니의 인가를 받아 외출을 시도한 동네 아주머니 부대”였다는 점은 한국 공포영화가 멜로드라마와 관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근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생산되던 가족 비극류, 즉 ‘신파’와 멜로드라마의 이야기 원천으로서 ‘가족’내 여성들간의 갈등은 공포영화라는 신생 장르에서 낯설게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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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논문 참고자료] (1)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서울:문학동네, 2010
13쪽 “귀신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녀)가 소속이 불확실한 ‘경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과 사의 어느 한 쪽에도 안착할 수 없는 떠돌이, 부유하는 난민이다.” 13쪽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이승과 저승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음이 비로소 드러난다. 이로 인해 이승과 저승이 완전히 다른 세계이며 서로 넘나들 수 없다는 상식은 전복된다. 귀신은 생사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이란 이원론적 구분을 조롱한다. 이제껏 현실을 지탱해 온 합리와 이성의 법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14쪽 “귀신을 보는 일은 마치 눈을 뜬 채로 저승을 보는 것과 같다. 동시에 귀신을 목격한 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귀신이 현실에 출현한 이유를 알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 목격자는 산 채로 사후 세계를 미리 체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 동시에, 귀신의 불운에 동참해 귀신과 운명 공동체를 이룬다. 목격자의 공포는 이러한 운명을 오직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개인성’을 확인하는 데서 증폭된다. 귀신의 요청을 거부하는 자에게 남겨지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신은 산 자의 생기를 먹고 사는 사신의 기호다.” 14쪽 “귀신을 목격한 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귀신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잔혹하다. 그것은 귀신의 음성이 사후 세계와 닿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귀신이란 결국 냉정하고 잔혹한 현실이 만들어 낸 가학적 증거물이라는 확인에서 비롯된다. 귀신에 대한 공포는 결국 모순투성이의 잔인한 현실을 확인하는 데서 비롯된다. 17쪽. “논어”인용. 술이편, 선진편, 옹야편 15쪽 “처녀귀신의 전통은 뿌리깊다. 그것은 15세기에 김시습이 창작한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로 거슬러 올라가며, 더 멀게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수이전』에 수록된 「최치원」으로 소급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귀신은 모두 여성이고, 스무 살이 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가로막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자결한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그 때문에 귀신은 공포에 앞서 슬픔을, 분노보다 큰 애상감을 불러온다. 이들은 오직 순수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먼 옛날, 귀신은 함부로 마음을 열지 않는 수줍음 많은 처녀였으며,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강한 자의식의 소유자였다. 처녀귀신은 꿈을 간직한 순수한 영혼이었지만, 죽은 뒤에야 그 꿈을 이룬 소망의 존재, 비운의 주인공이다.” 15쪽 “고소설에서 자살한 여성 인물이 환생하는 비율은 31% 정도다. 자살한 남성 인물이 환생하는 이야기는 한 편도 없다. 이 중에서 자살한 원귀의 환생에 해당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김인향전」, 「유치현전」, 「장화홍련전」, 「접동새」, 「정을선전」 등 5편이 확인된다.” 16쪽 “처녀귀신은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죽음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킴으로써 공포의 표상이 되었다.” 16쪽 “한국 문화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죽음의 형식은 노화의 궁극적 지점에서 맞는 자연사다. 처녀귀신이란 이에 대한 욕망과 기대를 일시에 배반한 불온한 문화 기호로 자리매김한다. 여성에게 혼례란 성인식과 동일시되었으므로, 처녀귀신은 미처 성인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 실패자의 표상이기도 했다.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귀신의 슬픔이 ‘공포’로 자리바꿈한 데에는 이러한 내력이 작용하고 있다. 응축된 한의 밀도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로 감지되는 것이다.” 16쪽 “유교에서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의식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있다는 귀신 문화를 인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를 존중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에 근간을 둔다.” 19쪽 “귀신은 사후 세계, 즉 저승이라는 상상 속 공간에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동시에 오직 목격자에 의해서만 존재 증명이 가능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출현한 귀신은 귀신이 아닌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신은 포획된 타자다.” 1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야담집에는 귀신 이야기가 전한다. 물론 그 분량은 미미하다. 대개 야담집을 창작하고 읽고, 다시 편집하거나 전했던 이들이 사대부 남성이기 때문이다. 후기로 가면서 한글로 쓰인 야담집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주된 향유층은 여전히 한문을 읽고 쓰는 사대부 남성이었다. 공부하는 선비나 관리들이 여가에 읽던 심심풀이 독서물인 야담집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주인공이 사대부 남성, 벼슬하는 관리라는 점은 독자층과 텍스트 내용 사이의 상관성을 입증한다.” 19-20쪽 “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신은 두 부류다. 하나는 현실의 불완전성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등장한 귀신이다. 다른 하나는 순탄한 죽음을 맞지 못한 원귀(冤鬼)다. 이야기 속에서 이들은 정확히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다. 말하자면 무서운 원귀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성이 독점한 셈이다.” 20쪽 “그러나 성별을 막론하고 죽은 뒤에도 현실과 관계를 맺으며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유없이 등장하는 귀신이란 없는 것이다.” 20쪽 “귀신은 한의 증거인 동시에 의지와 욕망의 표상이다. 이들은 삶과 죽음, 현실과 사후 세계의 단절성을 해체한다. 동시에 그 경계에 위차한 인간의 욕망과 의지의 지점들을 포착해내는 타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22쪽 “여자 귀신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22쪽 “남자 귀신 이야기가 여자 귀신 이야기에 비해 많은데도 더 오래 기억되고 널리 회자되는 것은 여자 귀신 이야기, 그중에서도 단연코 처녀귀신 이야기다. 그것은 처녀귀신 이야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한’의 정서에 기인한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던 여자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입’을 갖게 되었고, 이야기는 바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확성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 처녀귀신 이야기가 귀신 이야기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상황적 요소, 억압된 것을 풀어주는 활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2~23쪽 “여자 귀신들이 사대부 관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설정은 사대부들이 귀신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23쪽 “남자 귀신이 조상신으로 영원히 기려지는 데 비해, 여자 귀신은 권력자가 억울함을 풀어주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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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동사무소 참고 도서/논문 목록
다음 목록은 월하의 동사무소 1~6권을 쓰면서 참고했던 도서와 논문 목록입니다. 전에 승류님 글 http://tmdfb.egloos.com/2299817 보고 언제 정리해야겠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