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서 20세기 초, 가장의 죽음과 그 상속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들의 암투에 대한 이야기는 로맨스부터 추리소설까지, 흔하디 흔하다. 일단 이 시대에 유산의 중심은 부동산에 있었다. 특히 영국은 가문의 힘과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에 있어 장자상속과 한사상속을 원칙으로 했다. 상속인은 토지를 팔거나 저당잡히는 데 제약이 있었고, 여성에 대한 상속 역시 금지, 또는 제한되었다. “오만과 편견”에서 베넷 부인이 […]

헤더 배드콕 같은 사람은 현실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고, 오지랖이 넓고 수다스러운데, 자기가 사교성이 좋고 친절하다고, 요즘 말로 인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정말로 친절한 경우도 많지만, 그 친절은 종종 선을 넘고 사람을 부담스럽게 한다. COVID-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팬더믹의 시대에, 이런 사람들은 종종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고 뛰쳐나가 […]

“쥐덫”은 어릴 때 해문사 팬더추리문고로 읽었는데,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세 마리의 생쥐”를 볼 때 마다 떠올렸던 소설. 폭설로 고립된 하숙집,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신혼부부, 이 집에 온 지 하루이틀밖에 안 되어 서로 낯설고 경계하는 하숙생들, 여기에 런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맞물리고, 한 사람의 형사가 하숙집에 나타난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어릴 때에는 “새 마리의 […]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복선에 대해 배운다. 앞부분에서 깔아놓은 떡밥을 뒤에서 회수하는 것이라든가, 수미쌍관적인 글의 아름다움 같은 것에 대해. 하지만 실제로, 글에서 앞부분에서 깔아놓은 복선을 뒤에서 회수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일간 연재하는 웹소설이 대세인 세상에서, 한 30화 정도에 깔아놓은 떡밥을 210화에서 회수한다면, 쓰는 사람도 힘들고 읽는 사람도 그런 떡밥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 중간중간 […]

유치원 다닐 무렵 이동도서관에서 이 소설의 제목을 읽고 이유없이 무서워했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겹쳐져 있었는데, 하나는 오리엔트 시계 광고였다. 시보 광고라고 하던가, “오리엔트 시계가 몇 시를 알려드립니다.”하고 약간 불안정한 기계음을 닮은 사운드와 함께 시계 초침이 돌다가 정각을 가리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무렵에 세계 종말 시계에 대해 읽은 것과 이미지가 겹쳐서 조금 무서워 했었다. 또 […]

어릴 때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책. 원제는 “열 꼬마 검둥이(Ten little niggers)”였지만 미국에서 출판될 때에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로 바뀌었고, 마더 구스에 나오는 “열 꼬마 검둥이”도 인종차별의 문제가 있어 미국의 동요 “열 꼬마 인디언”을 따서 바꾸었다. “열 꼬마 병정(Ten little soldiers)”으로 수록된 판본도 있는데, 황금가지판은 이쪽으로 번역했다. 우리가 어릴 […]

“빛이 있는 동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작 단편집으로, 발표되고 수십 년 동안 책으로 묶이지 않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황금가지에서 처음 들여왔다.) 일단 “크리스마스의 모험”과 “바그다드 궤짝의 수수께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과 “스페인 궤짝의 수수께기”의 초기 버전이다. 포와로가 나오고, 이야기 자체는 짧지만 재미있다. 이미 읽은 이야기의 초기 단계의 버전을 보는 재미, […]

그렇지 않아도 이사를 할 때 마다 사람들은 으레 긴장하기 마련이다. 월세나 전세로 이사를 하는 거라도 한번 이사를 하고 나면 기한이 되기 전에 쉽게 옮기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자가를 구입하여 이사할 때에는 더욱 따질 것이 많다. 볕은 잘 드는지, 생활하기 편리한지, 가격은 적당한지, 하자는 없는지. 그런 문제도 있지만, 너무 싸게 나온 집을 보면 무슨 사건이 있었던 […]

일기일회, 이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정서다. 몇십 번, 몇백 번이나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매번 조금씩 달라지고, 이해가 깊어지고, 변해가는 것. 그래서 그때와 똑같은 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을, 저자는 이십 대 초반부터 계속 배우고 익혀 온 다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스무 살 때는 다도를 그저 하나의 예법이라고만 생각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

작가 홍지운, 작가 dcdc를 좋아한다. 그의 소설을 좋아하고,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의 dcdc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조금 놀랐다. 우와, 그 dcdc님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보수적인 걸 썼지. 아니, 작가란 원래 장르별로 필명을 나누어서 쓰기도 하는 사람들이니까, 필명이 바뀐 영향인가. 물론 제목도, 표지도 펑키하고 강력하고 파괴적이다. 등장인물들이나 이들의 인간관계는 또 어떤가. 가상의 대한제국은 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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