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장발장과 은촛대 이야기를 한다. (이건 교과서에도 실렸기 때문에 다들 여기까지는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자베르의 이야기를, 어떤 사람은 팡틴과 코제트의 이야기를 한다. 사실 ABC의 벗들이 나오는 부분은 예전에는 제대로 번역 안 되고 넘어간 경우도 많았다. 영화,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나온 완역본들, 인상적이던 뮤지컬, 그런 것들이 이 나머지 부분을 채워 […]

나는 심너울 작가님의 글도 SNS도 좋아한다. 뭔가 농담곰같은 사람이 글을 쓰는데 존잘이라니. 그런데다 이 책 표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뻥 작가님이 그리셨다. 안 사고 안 읽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사놓고도 한참 못 읽은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예전에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만화 중 작가생활에 대한 만화(“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에서 느껴졌던 “대충대충 쓰다 보면 어떻게든 […]

빨간 머리 앤에서 마릴라는 길버트를 보고, 길버트가 그 아버지인 존 블라이스를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은 예전에 마릴라가 존 블라이스가 서로 사귀었다고 생각했다. 한때 앤과 다이애나가 마시고 취해버렸던, 마릴라가 자랑하는 레드커런트 와인과, 마릴라가 소중히 여겼던 자수정 브로치에 대한 이야기도. 이 이야기는 원작에서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었던, 앤이 없던 시절의 마릴라 커스버트를 이야기한다. 어머니인 클라라와 […]

김현진 작가님이 보내주신 신간 “녹즙배달원 강정민”을 점심시간마다 사흘에 걸쳐서 읽었다. 웹툰 작가를 꿈꾸던 강정민은 게임 회사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취업하지만, 회사 내 만연한 성추행의 끝에 팀장의 머리를 술병으로 후려치고 회사를 때려치운다. 회사에 다니면서 모아 둔 돈은 엄마가 오빠 결혼시키는 데 전부 털어 썼고, 게임 회사에서 팔리는 꼴리는 그림체가 손에 익어버려 당장은 웹툰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민은 […]

제목만 보았을 때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 새로 나왔거나 속편이 나왔나 했다. 차분히 읽어보니 전에 이 글의 일부가 잡지에 실렸을 때, 그를 비판하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말이 실려있던 그 비판이 이해가 갔다. 작년은 특히 모두에게 버거운 해였다. 특히 작년 봄은 잔인해서, 내 주변에도 쌀이 떨어지고 공과금을 내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작년 어린이날에 코로나 […]

유치원 옆에는 아파트 단지 복합상가가 있었고, 그 복합상가에는 서점이 있었다. 유치원이 끝나고 나면 나는 서점을 기웃거리다 집에 갔다. 가끔 아버지가 책을 사오라고, 책 이름이 적힌 종이와 책값을 주시면 유치원 끝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왔다. 자란 뒤에는 피아노 학원 끝나고서도 서점을 기웃거렸다. 그때는 용돈을 아껴서 가끔 책을 사기도 했다. 그 무렵 나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고, […]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는 어릴 때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배웠다. 그는 중년이 되어서야 다시 음악을 시작한 것 처럼 말하지만, 사실 젊었을 때에도 월셋집에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두고 있었고, 잠시 처분했다가도 두 딸이 태어난 뒤에 다시 피아노를 장만했다. 비록 칠 수 있는 레파토리가 확 줄어들고, 가디언의 기자로서 바쁘게 살아왔지만, 음악을 아주 놓아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면서도 […]

박완서 작가의 딸이자 편집자이고 역시 작가인 호원숙의 수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읽었다. 정세랑 작가님이 추천사를 쓰셨는데, “시선으로부터”가 떠오르면서도, 심시선씨는 그렇게 이것저것 음식 열심히 만들진 않았을 것 같아서 조금 웃었다. 여성 작가를, 그의 부엌으로 기억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나고 잘난 여성이라도 앞치마를 두르면 부엌데기로 환원된다는 뉘앙스를 감출 생각도 않는 남성작가들의 글은 혐오스럽고, 여성작가가 다른 […]

제주에서 지내고 있는 예멘 난민들에 대해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챕터부터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인터넷 카페 난민, 의료 난민과 같이 난민이라는 말을 고난, 실패, 절망, 고독, 폐쇄감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상징으로 쓰고 있으며,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난민이란 “조국을 떠나 피난처를 찾는 사람”이고, 1951년 UN에서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

지난번에 재겸님 택배가 우리 집으로 잘못 온 적이 있었는데, 이걸 원래 주소로 보내드렸더니 이 책을 보내주셨다. 기본적으로 그림형제의 동화 “세 방울의 피” 혹은 “거위치는 공주”로 알려진 이야기의 변용. 원래의 이야기에서 공주가 다른 나라로 시집가게 되자, 어머니인 여왕은 예물과, 말하는 말과ion id=”attachment_21301″ align=”aligncenter” width=”500″] 가짜 시녀[/caption] 지난번에 재겸님 택배가 우리 집으로 잘못 온 적이 있었는데, 이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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