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세기말 키드 1999 – 이다, 문학동네

기억나니? 세기말 키드 1999

이다 작가님은 1982년생이다. 나와는 두 살 차이다. 작가님의 1999년은 고등학생 때,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고, 나는 막 대학에 들어갔을 시기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1990년대 중반은, 나에게도 익숙한 시대였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인터넷이 없는 어린시절을 보내다가, 십대 중반에 PC통신에 눈뜨고 십대 후반에는 인터넷을 사용하여 인터넷과 함께 성인이 된 세대. 그 세대 특유의 무언가에 대해 찾아보고 싶었지만, 쓸데없는 MZ세대 같은 소리에 묻혀 찾아보기 힘들던 상황에서, 이다 작가님의 십대시절 이야기인 이 책은 그 자체로 당시 십대 문화에 대한 (무척 유쾌한) 미시사다.

작가님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포항시 환호주공 아파트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파트의 풍경과도 같다. 5층짜리 주공 아파트들과, 그 사이사이에 놓인 생각보다 넓었던 풀밭들, 여름에는 대문을 열어놓고 지내고, 대략 한밤중만 아니면 한 8, 9시 까지는 옆집에서 리코더나 피아노 소리가 나도 탓하지 않고, 복도에는 아이들 자전거나 김장독 같은 것들이 놓여 있던 풍경이 이 책을 읽으며 확 떠올랐다. 아마도 “이웃사촌”같은 말이 적용될 마지막 시대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정겹다고 다 퉁치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닌게 지금으로 치면 사생활 침해도 무척 심했고, 내가 살던 주공 아파트는, 무려 분양동은 주공 마크를 푸른 색으로, 임대동은 주황색으로 칠해 놓아서, 그 11평, 13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도 그걸 두고 뻐기는 사람들이 다 있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과도기적이었다, 아주.) 지금은 근처 아파트들이 재개발되며 같이 사라진, 내가 다닌 초등학교 앞의 세 개의 문구점 생각도 났다.

중고등학교로 넘어오며 그 풍경은 다소 달라진다. 나는 바로 그 H.O.T와 젝키가 나오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지만, 나는 그들에게 너무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님이 보신 것과는 다른 풍경들을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연애도 안 했고. 나는 그때 음악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더라. 나는 그 무렵 만화책을 많이 읽고, 삼국지도 버전별로 읽고, 헤세도 읽고, 은하영웅전설도 읽었던 것 같다. 좋은 기억이라곤 귀에다 이어폰 꽂고 책 읽은 기억만 나는 것 같네. 어쨌든 내가 고등학교 때 이다 작가님을 만났으면, 우리는 서로에게 많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특히 나는) 그랬는데 그런 이다 작가님이 홈페이지를 처음 만드실 무렵부터 가끔씩 들어가서 그림을 보다가, 지금은 트위터에서 팔로하고 그분이 다이어리 쓰시는 걸 구경하고 있으니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정말. 아, 그리고 이다 작가님도 어릴 때 부터 트위터형 인간이셨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아주 조금 동질감을 느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