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한 직업 – 천운영, 마음산책

쓰고 달콤한 모험

부제가 “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이어서 나는 아, 식도락 이야기인가보다,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스페인에 공부하러 가셨더라는 이야기를 전에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스페인 식도락 이야기인가 했다. 모든 것이 가물가물했던 것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기 2주 전, 내가 응급실에 실려갔었기 때문에다. 몸은 다 낫지 않았고 속은 별로였고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맛있는 걸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자마자 비명. “이건 식도락이 아니라 작가님이 식당을 차린 이야기잖아!!!!!!”

홍대 앞에서부터 연남동, 그리고 소위 “뜨는” 지역들에서 수많은 음식점, 카페, 독립서점들이 간판을 달고 내리던 과정이며, 젠트리피케이션이며,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수난까지, 이 책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깨닫자마자 수많은 아득한 이야기들이 먼저 떠올랐다. 책을 펼치자마자 폐업하던 날의 이야기들이, 그리고 세상 떠난 반려견의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에 사료에 계란프라이를 비벼준 것을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는. 그리고 이야기는, 천계영 작가님과 함께 스페인에서 여행할 때 데려왔다는 짚으로 만든 당나귀 인형과, 어린 시절 공장 식구들에게 밥을 해서 먹이셨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식당을 열고, 굴러가고, 마침내 문을 닫을 때 까지의 약 2년간의 이야기는, 그건 어쩌면 거창한 애도일까. 하지만 나는, 언젠가는 끝낼 일 처럼 식당의 일을 이야기하는 중간의 어느 대목에서, 이건 돌아갈 곳 있는 사람의 낭만적 방황은 아니었나 싶어져서 읽으면서 조금 마음이 복잡했다. 나도 가끔씩 회사 때려치우고 글만 쓰고 싶다거나, 혹은 집 근처에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요즘 코로나 유행 중에 정말 절박하게 자영업하는 사람들을 계속 봤어서 그런지,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송구스러워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걸지도. 후반부에 실린, 식사를 곁들인 몇 편의 인터뷰가 아주 좋았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천계영 작가님과 천운영 작가님은 혹시 친척이셨나…..? 한 살 차이에 굳이 언니라고 부르는 관계는 대체로 혈연이 끼었을 때의 일이지. 게다가 성함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