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테러 – 브래디 미카코, 노수경, 사계절

여자들의 테러

작년 초에 브래디 미카코의 아이들의 계급투쟁을 읽고 딱 23개월, 내일이면 해가 바뀔 테니 2년만에 이 책을 읽었다. 100년 전 비슷한 시기, 일본과 영국, 아일랜드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싸웠던 세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된 책이다. 일본 출신으로 영국에서 번역가이자 보육사로 일하고 있으며 더블린에서도 생활했던,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고 영국에서도 가난한 지역의 탁아소에서 일하며 빈곤과 계급의 문제를 이야기했던 작가의 시점은 이 책을 통해, 서로 다른 것 처럼 보이는 세 사람,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주의, 그리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가난 속에서 싸웠던 가네코 후미코,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었던 서프러제트 에밀리 데이비슨,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부활절 봉기에서 저격수로 활약했던 마거릿 스키니더의 적들이 결국 하나였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한 가닥으로 통한다. 저 표지에 그려진, 세 가지 색깔의 실이 한 가닥의 끈으로 꼬여 나가는 이미지처럼.

1916년 여름.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조선의 부강에서 죽기로 결심한 일본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일단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서, 박열과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풀어가지 않은 것이 좋았다. 물론 박열은 나온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가네코 후미코의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다루는 것이, 그가 사랑에 휩쓸려 아나키스트가 된 것 처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본질이 아나키스트였고 자신의 존엄을 위해 움직였으며, 그 과정에서 박열과 동지가 되었다는 것이 다루어져서 좋았다. 솔직히 한국에서 묘사된 이야기들에서, 가네코 후미코의 서사는 종종 박열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게 싫었다.

조선인들은 밤이 되면 산으로 올라가 횃불을 들고 “독립 만세!”를 외쳤다.
독립. 홀로 선다. 그 말에 후미코는 황홀해졌다. 종속을 거부하고 종속적이지 않음을 자발적으로 선언하며 축복하는 사람들의 봉기가 후미코의 마음을 고양시켰다.
후미코도 독립하고 싶었다, 썩어빠진 속물 할머니들의 지배로부터. 여자아이를 집안의 소유물로 취급하며 친척들 사이에서 여기저기로 내돌리는 성차별적 가족관의 억압으로부터. 친족보다 훨씬 더 친밀하게 대해준 밑바닥 조선인들을 학대하는 대일본제국으로부터.

가네코 후미코는 조선인에게 동조하고 연대한다. 에밀리 데이비슨은 계급간의 교류가 드물었던 영국에서 계급을 가로질러 연대한다. 마거릿 스키니더는 영국에서 무시했던 아일랜드의 지식인들, 교육자, 작가, 몽상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밑바닥 사람들”과 연대하고 대영제국에 반기를 드는 과정에 앞장선다. 비슷한 시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소외된 이들이자 열등한 이들로 살아왔던 그들은 연대를 통해 봉기하고 권력에 맞서 싸운다. 가네코 후미코에게 자신과 자신의 동지들, 그리고 조선인들을 열등한 사람으로 만드는 존재는 천황제였다. 에밀리 데이비슨에게 있어 그것은 성별이었고, 마거릿 스키니더에게는 대영제국이었다. 이들은 약자를 착취하고 짓밟는 권력이며, 이들 권력들은 지금도 그 모습을 바꾸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소외되었던 시절, 연대하던 시절, 그리고 봉기하고 죽음을 맞는 과정을 병렬적으로 다룬 이 책은, 결국 그 권력도, 그에 맞서 싸우는 투쟁도,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의 이미지를 보았다. 서로 다른 색의 실들이 하나의 끈을 만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책에서 보여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졌지만 연대와도 같은 병렬적인 인상은, 끈을 꼬아 나가며 계속 이어지는, 시간을 넘어선 연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후미코는 사상을 몸에서 분리해 책상 위에 올려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상을 책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몸으로 획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상은 몸이며, 몸이 사상이었다. 전향이 사상을 죽이는 것이라면 그때 몸도 죽는다. 사상만이 살해당한다고 생각했던 당국이 틀렸다.

PS) 이야기 전체 흐름과 별개로, 마거릿 스키니더가 수학 교사였고, 그래서 지도를 그리거나 폭탄 공격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