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맨 앞줄 – 김성일, 정소연, 구한나리, 박하익, 이지연, 듀나, 이산화, 송경아, 돌베개

교실 맨 앞줄
교실 맨 앞줄
교실 맨 앞줄

예전에 “다행히 졸업”이라는 앤솔로지에 참여했었다. 이 “교실 맨 앞줄”은 그 “다행히 졸업”을 쓸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하지만 현실적이고 작가가 십대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던 “다행히 졸업”과는 다른, 현대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환상성이 짙은 “교실 이야기”다. 괴담, 이능력자, 가상현실, 로맨스 판타지, SF와 같은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은 저마다 친구관계나 대학입시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미래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도, 불안정한 청소년기, 교실에서의 조용하고 집요한 괴롭힘에 대한 반발로 초능력을 쓰고 마는 아이의 이야기도, 과학상자를 재료로 하여 만들어낸 오파츠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장 좋아하게 된 이야기는 구한나리의 “백 명의 공범과 함께”다. 자칫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부와 재능과 아름다움을 다 가진 아이와, 그런 아이가 당하는 고통을 알아챈 친구, 그리고 그 아이들을 도와, 몰래 차 뒷자리에 태워 입시를 보게 해 주는 교사들과 친구들이 공범이 되어, 마침내 자유를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무척 안심했다. 하지만 아마도 내가 십대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표제작인 정소연의 “교실 맨 앞줄”을 가장 좋아했겠지. 성인이 된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이야기와, 십대였던 내가 읽고 좋아했을 이야기는 그만큼 결이 다르다는 것을 문득 생각했다. 두 이야기에서, 나와 이십 몇 년 전의 나 사이에 놓인 간격을 다시 읽었다.

듀나의 “아발론”을 읽으면서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야기로서 재미있는 것과 별개로, 여기 비쳐 있는 현실의 이야기는 평소의 스타일에 비해 유난히 거칠고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객체화되고 비가시화 되었던 현실의 인물들을 “무색인”으로, 그들을 다룬 소설을 “무색소설”로 대유한 것이나. 아마 전부터 이 이야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던 거겠지. 중간에 노골적이고 치장하지 않은 감정이 툭 튀어나오는 듯한 대목이 눈에 보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든, 지독히 환상적인 이야기든, 혹은 미래나 과거의 이야기든 상관없이, 십대, 학교 시절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유난히 뾰족하게 날이 서 있다는 걸 느낀다. 라이트노벨 속의 장르화된 학교/학원의 풍경과는 또 다른 세계다. 이산화의 학원물들은 그런 점에서 “뾰족하게 날이 선”것과는 조금 다른, 장르화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현실의 레이어를 얹어서 신선하다. 그의 소설 속 학교들은 어쩐지 하나로 쭉 연결되는 라이트노벨 세계관 안에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다른 작품과는 또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