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 심너울, 위즈덤하우스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나는 심너울 작가님의 글도 SNS도 좋아한다. 뭔가 농담곰같은 사람이 글을 쓰는데 존잘이라니. 그런데다 이 책 표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뻥 작가님이 그리셨다. 안 사고 안 읽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사놓고도 한참 못 읽은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예전에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만화 중 작가생활에 대한 만화(“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에서 느껴졌던 “대충대충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싶은 불쾌한 기분이 제목에 스멀스멀 감돌고 있어서, 이걸 읽고 화내게 될 것 같아서 일단은 버티고 있었다. (사실 그 책 이후로 마스다 미리 책은 사지도 읽지도 않고 있다. 그만큼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었다.)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ADHD를 앓고 있으며, 작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고민하는 젊은 작가가 마감에 쫓기는 이야기다.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라는 말은 정말로 대충대충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말이 아니라, 에세이를 쓰는 것은 소설 쓰는 것 보다는 덜 힘들 줄 알고 계약을 하고 출판사에서 보낸 굴비도 다 조려 먹었는데 에세이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고 울부짖던 작가가 “크어흐그규ㅠㅠㅠㅠㅠ 나도 몰라 어떻게든 써야 해”하면서 책상 앞에 앉으며 중얼거리는 고통스러운 헛소리에 가깝다. 그는 “마감일이 발하는 중력은 시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시간을 가속한다”며 한탄하고, 여러 출판사와 계약하고 계약금을 당긴 뒤 잠적하는 꿈까지 꾼다. 그 꿈이야기를 굳이 편집자에게 했다가 “작가님, 내용증명 받아보신 적 없으시죠?”라는 말을 돌려받은 것은 모든 마감 노동자가 공감하고 남을 웃음의 백미다. 자기가 쓴 소설은 모조리 “멸망의 기념비”이며, 또래 작가를 한없이 질투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는 웃다가, 미친듯이 또 웃다가, 아니, 심너울처럼 잘 쓰는 사람도 이렇게 자기 일에 의구심을 품고 수많은 삽질을 하다니 역시 삽질하는 것이야말로 이 바닥의 기본값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심너울은 자기가 다른 작가들을 질투한다고 고백했지만 사실은 나도 심너울을 질투하고 있다.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갑작스럽다. 2018년, 곽재식 작가에게 푹 빠져서 그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다가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를 읽고 ‘어, 나도 한번 써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더니 이게 직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말을 해놓고 다른 작가들에게 질투를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오산이지.

여튼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대충대충 써도 어떻게든 될거야”같은 느낌이 아니라, 작가 심너울 탄생기이자,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그 중에는 내가 아는 분들도 있다) 생생한 기록담이다. 특히 나는 이 책이 언젠가 먼 훗날 심완선 평론가에 대해 누군가 글을 쓸 때 훌륭한 레퍼런스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 주에 두 번씩 성실하게 운동하고, 자신의 책꽂이를 듀이 십진 분류법에 맞춰 정리하며, 말 대신 행동으로 서사를 진행시켜 심너울을 헬스장에 끌고간 심완선 평론가라든가. (“그러니까 정리를 잘 했어야지” 라고 책 속에서 심완선 평론가가 말하는 순간, 나는 그 표정과 목소리까지 얼추 떠올려 볼 수 있었고, 그리고 책을 읽다 말고 내상을 입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