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여인이라는 제목부터가 독자에게 가벼운 속임수를 거는 느낌이다. 제목만 보면 누군가가 세 번째로 살해당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이야기의 세 번째 여인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계속되는 런던의 주택 문제와 그로 인한 젊은이들의 셰어하우스 풍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 사람이 방이 서너 개인 집을 빌려서, 보통 두 번째는 자기 친구를 불러들이고, 집을 공유하며 집세를 나눠 낼 세 번째나 네 번째 사람을 구하는 형태다. 즉 이 이야기의 세 번째 여인은 바로 이 세 번째 입주자를 뜻하는 말이다. 물론 범인의 계획대로 일이 돌아갔다면, 노마가 세 번째 피해자, 즉 독자들이 예상하는 세 번째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단정하고 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에르퀼 푸아로의 앞에, 부스스한 모습의 “요즘 젊은이”인 노마가 나타난다. 노마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다가, 푸아로는 너무 늙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지고 도망친다. 자존심도 상한데다 살인 사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푸아로는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 한편 노마의 부친은 노마가 제정신이 아니며 미쳤다고 증언하고, 노마의 젊은 계모는 노마가 자신을 증오하고 있으며 죽이려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노마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다.
푸아로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노마를 보호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스틸링플릿에게 부탁하는 한편, 노마 아버지의 옛 정부였던 여성의 죽음을 뒤쫓는다. 그러던 중 노마의 연인인 데이비드도 살해당하고, 노마는 정말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정체를 숨기고 가족인 양 나타난 가짜와, 가발로 모습을 감추고 세 번째 입주자로 나타난 또 다른 범인, 노마 아버지의 젊었을 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기에 살해된 여성의 이야기가 푸아로에 의해 명쾌하게 밝혀진다. 여기까진 좋았지만, 무죄가 밝혀진 노마는 자신을 돌봐 준 정신과 의사인 스틸링플릿과 연인이 된다.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다 좋다가 끝에 가서 곤란하다고 느낀 부분이다. (정신과 의사의 윤리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