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7]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기원전 2000년전, 나일강 서쪽의 묘지기 집안을 배경으로 계속되는 살인사건과 죽은 자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 당시 조사발굴단 사람들이 열병 등으로 죽은 것이 “파라오의 저주” 이야기로 와전되며 사람들이 이집트에 대해 보인 관심이 반영된 듯한 작품이다.

과부가 된 레니센브는 딸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다. 묘지기인 아버지 임흐테프가 레니센브보다도 어린 첩 노프레트를 데리고 돌아오며, 조용하던 집안은 혼란에 빠진다. 임흐테프는 노프레트를 두고 일 때문에 북부로 가고, 노프레트는 임흐테프에게 집안 사람들과의 마찰을 사사건건 일러바친다. 아버지가 어린 첩에게 푹 빠져 자식들을 믿지 않자 자식들은 분노하고, 어느날 노프레트는 시체로 발견된다. 한편 집안일을 돌보는 헤네트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챈 레니센브의 할머니 에사까지 살해당하며 집안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저주가 아닐까 쉬쉬한다. 마치 노프레트로 인해 가족들 사이의 불안과 잔인함이 눈을 뜬 것 처럼.

이제 “파라오의 저주”라든가 이집트와 마술, 죽음, 그런 것은 지나간 유행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 읽었던 잡지에서는 수시로 “파라오의 저주”나 피라미드의 신비에 대해 다루었지만, 지금은 미라가 한물 간 개그 요소로 지나가기도 한다. 예전에 이 이야기를 즐겁게 읽었지만, 어쩌면 지금 처음 읽는 청소년에게는 “이집트 배경의 막장드라마”로 느껴지거나, 왜 이걸 굳이 이집트 배경으로 썼는지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편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발굴하고 그 유물들을 가져갔던 나라, 영국 출신의 작가가 이집트 중왕국 시대를 배경으로 죽음과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얼마나 합당했을까, 이 또한 이집트를 “우리와는 다른” 신비스러운 무언가로 보던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다시 했다.

PS) 아, 하지만 아예 배경이 이집트가 되니까, 남자들이 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해도 “중왕국 시대면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