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 비뚤어진 집

이야기 자체는 “Y의 비극”과 유사한 형태다. “비뚤어진 집”이 1949년에 나왔고 “Y의 비극”이 1932년에 나왔으니, 해당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가 유전된 대가족 내의 연쇄 살인사건 자체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반 다인도 이미 다루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

“Y의 비극”의 해터 집안 사람들이 그야말로 미친 모자장수들처럼 다들 제정신이 아니고 연극적이었다면, “비뚤어진 집”의 레오니더스 집안 사람들은 그보다는 훨씬 이성적이고 평범하게 보인다. 이 이야기의 탐정 격이자 경찰청 부청장의 아들인 찰스 헤이워드는 외무성 동료이자 연인인 소피아와 2년만에 재회했다가 소피아의 조부인 애리스티드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의 지시로 경찰이 접근할 수 없는 집안 내부 사정을 소피아의 손님으로서 청취하는 역할을 맡는다.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틑 후처인 브렌다의 도움을 받아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데, 인슐린 대신 안약인 에세린을 주사로 맞고 사망했다. 가족들은 젊은 후처인 브렌다와, 애리스티드가 손자들의 가정교사로 데려온 로렌스 브라운의 관계를 의심하고,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아니지만 이들이 범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집에는 전처의 자식들을 성인이 되도록 길러 낸 전처의 언니인 에디스 드 하빌랜드가 함께 살고 있고, 아들인 필립과 로저의 가족들도 함께 살고 있다. 찰스 헤이워드는 가족들의 증언을 꼼꼼히 청취한다. 아버지는 그에 대한 조언을 해 주지만, 찰스는 모든 조언에 부합하는 인물이 뻔히 있는데도 그를 알아채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필립의 아내인 마그다는 재능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역을 잘 모르는 연극배우로, 로저의 아내인 클레멘시는 성격이 다소 까다로운 과학자로, 소피아는 유능한 외무성 직원으로 나온다. 새삼 이 시대에 나름 명문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데도 여성들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 것과,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화학에 조예가 있어서인지 조역으로 여성 과학자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이 새삼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