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셰프 – 마르쿠스 사무엘손, 베로니카 체임버스 저, 이혜경 역, 니케북스

예스 셰프

마르쿠스 사무엘손은 뉴욕에 있는 레드 루스터 할렘의 오너 셰프로, 1995년에는 뉴욕타임즈의 별점 셋을 받은 레스토랑 아콰빗의 주방장으로 일했다. 당시 별점 셋을 받은 셰프 중 최연소였고, 오바마 집권 시기 백악관 초빙 셰프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에티오피아의 고아 출신으로 누나와 함께 스웨덴에 입양된 소년이었다. 그는 1972년 에티오피아에 창궐한 폐결핵으로 어머니를 잃고, 친어머니의 고향 사람들의 조리법을, 에티오피아의 양념인 베르베레와 가난한 사람들의 먹거리인 시로를 만드는 법을 스스로 익혔다. 한편으로는 스웨덴의 사무엘손 가족에게 입양되어 외할머니의 병조림이나 닭 육수, 피클, 닭고기 구이 같은 스웨덴의 음식들을 받아들이고, 훈제장이나 부엌에서 요리에 대한 열망들을 키워간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열망은, 피부색에 대한 의문과 이방인이라는 감각에 대한 실감과 함께 잠시 꺾인다. 사무엘손 가족의 일원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던 소년은 또래 친구들에게 검둥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한편, 펠레를 자신의 영웅으로 삼아 축구에 몰두하던 소년은 축구단에서 퇴출되던 순간 다시 음식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는 모세손 요리 학교에 진학하고, 군대같은 요리학교의 조직 속에서 요리사로 성정해 간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마르쿠스는 음식과 문화를 혼합하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열망만으로는 자신의 식당을 가질 수 없다. 마르쿠스는 여러 식당을 거치며 성장한다. 실수없이 일하는 것, 손님의 국적이나 건강 상태에 맞춘 메뉴를 제공하는 것, 인내심과 야망을 갖고,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알고, 외국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미각 뿐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 그리고 그는 뉴욕으로 가고, 아콰빗의 주방장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정치적 관용 차원에서는 요식업계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보적이다. 우리는 동성애 혐오증이 가장 적은 직종에 속한다. 또한 뉴욕의 주방에서는 서너 가지 언어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고, 다양한 종교와 연령층,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흑인, 특히 미국 흑인들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급 식당에서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렇다고 전혀 진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흑인, 고아, 입양아, 이민자로서 뉴욕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한 그는, 아프리카 전역을 누비며 음식을 통해 자신의 동포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요리의 영혼”이라는 책을 쓰기에 이른다. 한편 마르쿠스의 명성이 높아지자 아콰빗의 오너인 호칸은 부당한 계약을 들이밀며 그의 명성을 아콰빗의 소유로 만들고자 하고, 마르쿠스는 자신의 역사와 인생이 담겨 있는 이름을 돌려받기 위해 호칸에게 은행에 있던 돈을 거의 다 털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인생이 담긴 이름을 되찾는다. 할렘에 식당을 열고, 톱 셰프 마스터스 경연에 참가한다. 오바마의 첫 국빈 만찬 요리사로 선발되어 인도의 수상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그는 이방인들의 문화가 뒤섞인 할렘의 요리사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만, 그렇게 그의 식당이 번창하면 그 지역의 집세가 오르고, 다시 이방인들이 그 지역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책은 계속 일관되게,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방인으로서 소외되고 멸시받았으며, 이방인으로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 소년의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그가 이방인에서 대통령의 만찬을 준비하는 주류로 발을 들이민 순간, 그 역시도 이방인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일관되게 요리에 대한 꿈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로 썼을 것 같은 이 자서전은, 그래서 수미쌍관의 비극이 된다.  그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