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마리 유키코, 김은모 역, 작가정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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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이사를 할 때 마다 사람들은 으레 긴장하기 마련이다. 월세나 전세로 이사를 하는 거라도 한번 이사를 하고 나면 기한이 되기 전에 쉽게 옮기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자가를 구입하여 이사할 때에는 더욱 따질 것이 많다. 볕은 잘 드는지, 생활하기 편리한지, 가격은 적당한지, 하자는 없는지. 그런 문제도 있지만, 너무 싸게 나온 집을 보면 무슨 사건이 있었던 집은 아닌가 싶어지는 것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사란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돈을 움직여 주거를 구하는 행동이다 보니, 그렇게 구한 집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된다. 하물며 이사한 집에서 괴이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혹은 수상한 이웃이 기웃거린다면, 일상은 손쉽게 무너지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아오시마라는 남자가 관리하는 맨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장 일상적인 물건들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사 괴담이다. 각각의 괴담은 문, 수납장, 책상, 상자, 벽, 끈과 같은 가장 일상적인 물건들을 제목으로 달고 있다. 아오시마 씨의 맨션에 집을 알아보러 왔다가 실종되는 기요코, 우유부단한 성격의 일러스트레이터지만 자신에게 추근거리던 옆집 야마시타 씨를 살해하고 아오시마 씨의 맨션에서 이사하는 나오코, 아오시마 운송 겸 데이토 이사센터에 취업했다가, 사장의 누나 아쓰코가 냉동고에 인육을 숨겨놓고 먹고 있다는 전임자의 편지를 읽게 되는 마나미, 파견사원의 숫자가 정사원의 배 이상 되는 회사에서 파견사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직원이, 회사 내의 사무실 이사 중 이삿짐을 잃어버리는 이야기,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옆집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직장인, 그리고 인터넷에서 괴담을 읽다가 자기가 살고 있는 맨션이 괴담의 배경인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 등등.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아오시마 씨의 맨션이 있다. 그는 실종된 기요코가 갖고 있던 랄프 로렌 손수건을 쓰고, 맨션 외에도 운송과 이삿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떼어놓으면 평이한 괴담이지만, 반복되는 배경과 반복되는 인물이 이야기를 더욱 불쾌하고 으스스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