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월드 : 여자만 남은 세상 – 아민더 달리왈, 홍한별 역, 롤러코스터

우먼월드 : 여자만 남은 세상
우먼월드 : 여자만 남은 세상
우먼월드 : 여자만 남은 세상

“우먼 월드”는 “Y : 더 라스트 맨”과 마찬가지로 남성이 멸종한 세계를 그린다. “Y : 더 라스트 맨”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남자들 및 수컷들이(요릭과 앰퍼샌드를 제외하면) 전부 죽어버렸지만, “우먼 월드”에서는 한 세대에 걸쳐 남성들의 수가 줄어들고, 덜 태어나고, 더 일찍 죽어가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유전적 이상을 발견한 샤마 박사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인류는 이런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결국 남성은 멸종한다.

“우먼 월드”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를 비트는 세계다. 이들은 전쟁과 재난으로 문명이 한 번 사라진 뒤의 세계를 다시 일구며 여성들끼리의 문명을 만들어간다. 가부장 사회에서 사용되던 폭력적인 언어는 성별간의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에서 기묘하게 들린다. 강요된 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힐은 작은 구멍을 내는 데 쓰이는 신발로 보이고, 과거의 미백 광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 풍습이 된다. 여성의 특성은 무엇이든 정상이 되고,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할 남성이 없으니 페미니즘이라는 말도 사라진다.

하지만 읽으면서 설정 면에서 자꾸 뭔가 충돌을 일으키는 느낌을 받는다. 이야기는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에서 시작되는데, 그동안 한 세대에 걸쳐 남성 인구가 줄어들면서 세계 지도자 대부분이 여성이 되는 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이 여성의 인내와 진취적 기상에 대해 떠올린 게 비욘세의 허벅지라니. 아무래도 좀 너무 구식이다. 젊은 시절 남자들이 있던 시대를 경험했던 할머니가 아이가 보던 그림책 속의 남성의 코만 보고도 페니스를 연상하는 식의 농담들도 그렇다. 이 모든 일이 갑자기 벌어진 불상사라면 모르겠으나, 한 세대에 걸쳐 이루어진 변화인 것을 감안하면 도입부가 좀 어처구니 없어진다. 남성이 사라진 세계에서 여성의 나체는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을의 시장인 가이아는 대중 앞에 나체로 등장하지만, 여성들간의 성과 사랑이 보편적인 세계에서 과연 여성의 나체가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그것도 애매한 느낌이 없지 않다. (남색이 흔했던 시대에 미소년은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흥미진진한 책이지만, 그런 설정 부분에서 자꾸 충돌을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어떤 유토피아의 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반드시 설정이 완벽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남성들이 없고 문명도 파괴되었으면 완벽하게 이상적이진 않은 세계에서도 여성들은 평화롭게, 자매애에 기반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다고. 남성이 사라진 세계에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보이는 많은 차별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이질적으로 보이는지를 상상해보는 단초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그래도 책으로 묶여 나오는 과정에서 좀 더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없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여성이 여성 자체로서 정상적이며, 여성이 세계의 규칙을 새로 만들어갈 수 있는 세계를 평화롭게 그린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 그런 세계를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자가 다 사라진 세계에서 하나밖에 안 남은 남성의 모험담 따위를 읽는 것 보다는 훨씬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