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곽 안내서 – 마쓰이 게사코, 박정임, 피니스아프리카에

유곽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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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계에 난리가 났을 무렵, 페이스북에서 북스피어 사장님이 송인을 유일한 총판으로 두고 있던 작은 출판사들 이야기를 하시다가 이 책을 영업하셨다. 아니, 출판사 사장이 자기 회사 책을 영업하는 것도 모자라 남의 회사 책까지 영업해서 남의 지갑에 이렇게 타격을 입혀도 된단 말인가. 하지만 그분은 책 영업에 있어서는 자사와 타사를 가리지 않고 참 구미가 당기게 영업을 하시는 분이다 보니, 나는 또 홀랑 넘어가고 말았다.

제목은 “유곽 안내서”, 표지의 여자는 기모노의 등쪽을 파이게 입은, 요시와라의 유녀다. 게이샤나 마이코와는 옷차림도 화장도 머리모양도 걸음걸이도 다른, 그야말로 사창가. 이곳에서 요시와라 제일을 자랑하며, 높은 나막신을 신고 팔자걸음의 행진으로 이곳의 주인공 노릇을 하는 제일의 유녀, 마이즈루야의 가쓰라기가 홀연히 사라진다. 어느 무사와 함께 자살했다고도 알려져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며, 도망쳤다는 게 대세. 그러나 쥐새끼 한마리 들락거리기 어려운 이곳에서 그녀는 대체 어떻게, 그리고 왜 모습을 감추었을까.

많은 호사가들이 그 사건을 궁금해하는 가운데 한 남자가 요시와라에 나타난다. 그는 은퇴한 유녀, 침소 시중꾼, 유곽 주인, 게이샤, 가쓰라기를 낙적하려 했던 상인, 가쓰라기와 가깝게 지낸 거상 유곽 주변의 인간군상과의 대화를 통해 이 사건을 구체화해 나가고, 가쓰라기의 진짜 신분과 그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재미는 그 진실 이전에, 요시와라의 사람들과 당대의 풍속, 역할, 명칭 같은 것들을 열심히 다루고 있다는 것. 오비를 앞으로 매고 높은 나막신을 신고 행진하는, 영화 “사쿠란”의 이미지 정도로 요시와라의 유녀들을 떠올려 왔는데, 책을 읽고 영화의 장면들을 그려보니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실의 여러 조각들을 계속 뿌려놓고, 마지막에 큰 그림이 맞춰지는 대목도 좋지만, 결국 진실의 대부분은 두 사람 정도가 털어놓는 것에 의지하다 보니 진실이 밝혀지고서 아, 그렇군 하고 조금 시들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반감될 정도의 시시한 클라이막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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