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 타카노 이치고 원작, 토키유미 유이 소설화, 대원씨아이

오렌지(소설)
오렌지(소설)

SF와 순정만화, 사실 이 두 단어가 함께 놓였을 때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의외로 많은 순정만화가 SF의 소재나 문법을 성실하게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나라 만화만 봐도, 멀게는 “별빛속에”가 있고, 가까이는 “좋아하면 울리는”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 오렌지 역시 마찬가지다. 평범한 학원 청춘물이자, 소년소녀들의 풋풋한 감정을 담은 순정계열이지만,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핵은 역시 “시간여행”과 “평행우주”.

고등학생 때의 절친들이 10년만에 타임캡슐을 열어보며, 10년 전의 친구 카케루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10년 전의 자신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카케루가 좋아했던 나호. 나호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첫날, 미래의 자신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편지에는 카케루라는 남자아이가 전학을 오고, 자신은 그 카케루를 좋아하게 되며, 카케루는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사고같은 자살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꼼꼼한 미래의 나호는 날짜별로 일어날 일들과 과거의 나호가 해줬으면 하는 일들을 기록했고, 나호는 그에 따라 움직이지만 과연 자신의 힘만으로 미래가 바뀔지 걱정한다.

하지만 친구들, 특히 편지가 날아온 미래에서는 나호와 결혼한 상태인 스와의 도움으로, 미래에서 온 편지에 적혀 있던 이벤트들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사실은 단짝친구 다섯명 전원이, 과거의 카케루를 구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는 사실을 서로 고백하며, 그들은 발렌타인데이 다음 날, 카케루의 자살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

만화는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이 이야기의 소설판이 나왔다. 운이 좋게 가제본을 먼저 읽어 볼 기회가 있었고, 소설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만화도 구해 읽었다. 물론 SF라고 부르기에는 빈약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맨 뒤에 따로 나오는, 카케루를 구하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는 사족이었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무척 다정하고 따뜻한 청춘의 이야기다. 전에 김보영 작가님이, 사람들이 인터스텔라를  SF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로 보고 감동하는 것을 보고 한 스토리에 담긴 두 가지의 이야기 틀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도 그렇다. SF 작가이자 독자의 눈으로 볼 때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라, 싶은 부분도 있지만, 서로 두근거리며 호감을 주고받는 다섯 명의 단짝친구와, 거기 끼어든 한 명의 전학생이 벌이는 청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선명한 주 선율이 아니라 옅게 깔린 SF적 요소, 과거로 편지를 보내 자살한 친구를 구하겠다는 미래의 의지는, 지금 그 상황을 현재진행형으로 맞닥뜨린 친구들에게 절박함을 부여하고 이야기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기억의 심장을 뛰게 한 봄의 석양”이라는 표지의 카피가 다소 감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띠지에 덮인, “구하고 싶어. 그도, 미래의 나도”라는 카피는 이야기를 읽기 전에도, 읽고 나서도 확실하게 와닿는다. 만화 원작의 소설답게, 대사가 많고 묘사가 좀 적은 게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지만, 웹소설같은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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