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다나베 세이코가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수필을 모은 수필집. 솔직대담하고 유쾌한 남녀담론이라고 하나, 21세기에 읽히기에는 너무 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조신한 여자도 농염한 여자도 모두 쇼와 시대 중에서도 1970년대를 배경으로 서 있을 것 같은 – 똑같은 1970~80년대라고 해도 잘 살아보세가 주류였던 한국의 1970년대와는 다른 – 느낌의 글.
야하고 짓궂은 농담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시절의 야함이다 보니 좀 낡은 여성잡지를 보는 듯 우습고 흥미로운 구석은 있다. 남녀에 대한 짓궂은 분명 그 시대에는 받아들여졌을 법한 농담이라든가, 그 시대의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초스러움은 현대에 읽기에는 신선하진 못하다. 아니, 사실은 많이 불편하다. 여자에 대한, 솔직함을 빙자한 요즘으로 치면 성희롱인 농담이라든가, 조신한 일본 여성에 대한 강조라든가.
아예 완전히 다른 시대의 이야기이고, 그런 유형의 사람이나 그런 플러팅이 현대에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생각한다면 – 적어도 백 년쯤 차이가 난다거나 해서 – 낄낄거리며 웃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과 40년쯤 전의 이야기이고, 그때는 호남이었던 남자들의 행동들이 지금은 플러팅하는 개저씨의 행동으로 평가가 바뀐 채, 여전히 남아있는 세상이다. 일본 여자들에 대한 억압도 나는 이 책을 잘 싸 두었다가 나중에, 내가 다나베 세이코 씨가 이 책을 쓰던 바로 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꺼내 읽을 생각이다. 내 책무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때쯤에는 이 책에 나와 있는 구시대스러운 면들이 더는 불편하지 않을 만큼, 그저 지나간 시절의 농담처럼 읽힐 만큼 세상이 변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