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Play – 김재훈, 신기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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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게임을 좋아하든, 돈슨이라고 손가락질하든 상관없이, 넥슨의 역사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서. 물론 나는 김진 선생님의 오랜 팬이고, 그 게임이 나온 것은 알았어도 실제로 아이디를 만들게 된 것은 대학에 간 이후이긴 했지만, 그 존재에 대해서는 늘 알고 있었다. 일단 하우피씨와 함께, 염불보다는 잿밥(부록 CD)에 더 관심이 있긴 했어도 어쨌든 게임피아를 보고 있었으니까.

대략 2014년 정도부터,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를 띄우고, 그 다음에는 그분의 제자들이 차린 넥슨의 역사를 되짚는 게시물들을 볼 수 있었다. 뭐,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넥슨은 한국 인터넷의 역사를 넥슨의 역사로 만들고자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제주도에 있는, 정말 잘 만들어졌고 자료가 많았으며 건강과 시간만 허락하면 몇시간은 더 놀 수 있었을(그때 나는 임산부였고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1년에 1주도 눈이 안 내린다는 그 제주도에서) 그 멋진 “넥슨 컴퓨터 박물관”도 그렇다. 넥슨은 한국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역사의 적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사실 박물관처럼, 만드는 데도 관리하는 데도 돈은 많이 드는데 정작 그걸로 돈은 안 벌리는 것을 만드는 데는, 우리가 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일종의 마일스톤을 박고 가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넥슨 컴퓨터박물관에 다녀오고 꼭 1년만에, 나는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하필 펼친 페이지가 넥슨 김정주 회장이 바로 그 송재경님을 꼬시는 것을 묘사한 만화 페이지(어째서인지 굉장히 “라면먹고갈래”같은 분위기로 그려져 있었다)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페이지가 마음에 들어서 책을 구입했고, 당장 급한 책은 아니어서 며칠 묵혔다가 해를 넘기기 전에, 12월 30일쯤에 차분히 앉아서(물론 등 뒤에 아기가 매달려 있었다) 읽었다.

넥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동안 읽었던 기사 같은 것을 통해 대충은 알고 있었다. 홈페이지가 최신기술이던 그때 그 시절, 홈페이지 하청업체도 했다는 것은 몰랐지만.

바람의 나라가 만들어진 부분도 얼추 알고 있었다. 게임의 팬 이전에 선생님의 팬이니까. 설마 처음에는 50명이 동시에 접속한다고 서버가 뻗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퀴즈퀴즈가 나온 대목에서는 웃었다. 학교 다닐때 선배가 퀴즈퀴즈에 들어갈 문제 데이터를 만드는 알바를 한다면서 내게 문제 100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거든. 그럼 학교 앞 해와달 분식에서 밥을 사달라고 했는데 학관에서 때운 관계로 문제를 굉장히 날림으로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이 퀴즈퀴즈의 “유료화”대목을 보며 돈슨이라고 낄낄거리며 읽었다. 아바타 꾸미기라니, 세이클럽에서 시작했고, 온갖 곳에서 다 아바타 꾸미는 게 유행하던 그때 그 시절 생각이 났는데, 역시 아바타 꾸미기로 돈을 버는 거라면 넥슨보다는 싸이월드가 대세였으므로 아직 돈슨이라고 낄낄거리긴 이르다. 더 읽어야 한다. 그나저나 바로 이 대목에 마비노기의 나크님이 입사한 날이 떡하니 박제되어 있었다. 어쩐지 며칠 전에 트위터에 근속기념패 같은것 인증짤이 올라오더나.

크레이지 아케이드며 메이플 스토리같은, 잠깐 했거나 동생이 하던 게임들 이야기와 함께, 기업이 커나가는 과정을 읽는다. 그러다가 무려 공무원 시험준비할때 하루에 두시간씩 무료를 풀로 채워서 하다가, 합격한 그날로 정액결제를 시작했던 마비노기가 보인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직장상사가 숨어서 하시던 던파가 보인다. 그리고 게임과 함께 덩치가 커진 회사의 위기와 역사를 읽다 보니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한 기업의 역사이고, 당연히 그 주역들이 도전의 주인공으로 멋지고 폼나게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책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읽더라도, 이 책은 한 기업의 역사 이전에,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나이들고 있는 유저가 추억을 되짚는 역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을 할 무렵에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좋아했던 이 게임이 만들어질 때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물론 그런 것 치고는, 게이머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의 역사를 들여다보기에는 회사의 역사가 강하고, 기업의 역사와 발전을 보기 위해 읽기에는 조금 말랑말랑한 맛이 많지만.

사람도 기업도 게임도, 어느정도 업적을 찍고 나면 자신의 마일스톤을 놓고 가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도 20주년같이, 연차만 보면 더는 “어린/젊은”기업으로 분류될 수 없는 시기가 오면. 넥슨은 더러는 우습고 더러는 귀엽게, 자신들의 역사가 한국 게임의 역사이고 한국 인터넷의 적자라는 듯이 박물관을 만들고, 만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책이 나왔다. 여전히, 맨 처음 나왔던 그 바람의 나라는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고, 완전 초기모델은 제주도에서 돌고 있고, 넥슨은 다양한 과금으로 유저의 지갑을 털 궁리에 매진하며 더러는 귀엽고 더러는 재미있는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

그러니까 뭐, 이 정도의 자화자찬은 읽어줄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지금까지 넥슨의 게임으로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고 카드도 많이 긁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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