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로 가자! – 츠다 마사미, 최윤정, 학산문화사

에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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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로 가자

그 남자 그 여자(카레카노)의 유키노 편은 (유키노가 중간에 잠시 왕따를 당하게 되는 사연이 좀 설득력 떨어지는 것만 제외하면) 좋았다. 아리마 편도 레이지가 떠날때까지만 보면, 아리마와 유키노가 결혼 허락 받을 때 까지만 생각하면 훌륭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편에서 미묘하게, 요즘 말로 멘탈붕괴가 올 뻔 했다.

“그 혈통 어디 안 가고 아리마와 유키노를 꼭 빼닮은 아이들”, “네가 여자라면 너는 내 이상형의 여자였을텐데”하던 아사삥의 소원을 이뤄주려는 듯 아리마 복사판으로 태어나서는 아사삥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딸, 까지만 해도 뭐 그러려니 했지만, 마지막에 친구들 다 모이는 장면에서는 뿜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룬 미래” 라는 것. 소녀잡지에 연재하니까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안다. 그런데 한 고등학교의, 친하게 지냈던 동기생 아이들 십수 명이 다 그렇게 자기 분야에서 완벽하게 잘나가는 인생 테크트리를 타는 것을 보면서 그 비현실성에 웃음이 났다. 큰 꿈과 큰 재능이 있어도, 서른 조금 넘어서 다시 모여보면 “평범한 직장인”만 되어도 웬만큼은 잘 살아가고 있는게 보통 아니었나. (현립북영고가 워낙 잘나가는 학교라서 그렇다고 말한다면, 내가 졸업한 학교도 인천에서는 TOP이었다는 점을 말해두겠다. 연합고사 200점 만점에 커트라인이 190점이었던 학교니까.)

그리고 하나 더, 미야자와 가의 전통, 이니 아리마 가의 가업이니, 더러운 핏줄이니, 심지어는 빼로빼로를 보면서도 “카나자와 개의 혈통은 성견이 되면 이렇게 장모종이 됨”하는, 묘한 혈통드립이 많긴 했는데, 무슨 왕조사도 아니고 현대물에서 이렇게 나오니 많이 보수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몇년 뒤, “에도로 가자”가 참신하고 재미있다길래 읽게 되었다.

1~4권은 훌륭했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은 만화였다. 21세기 에도 막부 시대, 라는 컨셉으로, 기모노라든가 생활상이라든가 그런 것은 19세기 말 + 현대 기술, 그런 느낌이지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아무도 쓰고 있지 않고, 뭐 그런. 그냥 19세기 배경으로 에도 막부가 계속 이어져왔다면 어떤 형태일까 싶은 물. 그대로 전쟁없이 막부가 내려왔다면 메이지 유신도 없었고 정한론도 나오지 않았을테니 편하게 느긋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좋았다. 고귀한 혈통이지만 서민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도련님” 미첼과, 섹시 하타모토;;;라 불린 아버지가 외도로 낳은 열두번째 아이로, 에도에서 쇼군을 모시며 “얼음의 사쿠라이”라 불리는 오빠가 보낸 가신을 따라 에도에 왔다가 도련님과 만나게 되는 소우비가 벌이는 이야기이니 심각할 것도 없었고. 물론 도련님이 나중에 쇼군이 될 거라는 암시야 진작부터 잔뜩 있었지만, 5권에서 도련님이 현 쇼군이 혼외로 낳은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란이 인다.

그런데 그 파란은 한권 반만에 개그로 마무리되고, 워낙 운이 좋은 도련님은 자객들의 공격을 운빨로 다 피하며, 도련님을 없애려 했던 오오쿠의 귀부인께서는 그야말로 미소년 타입인 소우비의 초상화를 보고는 “어머 내 타입”하며 반가워하지 않나. 뭐 두루두루 개그로 정리가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뭐 에도로 가자는 좋은 개그물이었지 하고 넘어가겠다.

그리고 그 남자 그 여자 때 느꼈던 마지막회 멘탈붕괴가 다시 돌아온다. -_-+

혈통드립이야 배경이 배경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얼음의 사쿠라이”라 불린 오빠를 꼭 닮은 도련님과 소우비의 2세 “블리자드 쇼군”이라든가. 오빠의 2세에 오빠의 가신이 낳은 2세까지, 2세들 드립이 이어지는데 좀 머리가 지끈거린다. 마지막에, 젊어서는 키 185가 넘는 장부였다가 은퇴하고 나서는 다시 소년시절 버전+수염만 더한 상태로 쪼그라든 도련님이 “남성호르몬” 드립을 치는데는 이 작가가 지금까지 1권~6권 초반부의 개그를 선보인 그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좀 뻘했다.

무엇보다도 혈통, 타고난 능력, 어렸을때 정해진 진로, 그런 것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작가의 보수성이 나와는 좀 맞지 않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요시와라 유곽으로 팔려간 그 아이의 후일담은 언젠가 나올것 같더니 안 나왔고. 그 아이 이야기가 좀 궁금했는데, 난.

 

ps) 하지만 츠다 마사미 작가가 “겐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나보다 하는 생각만은 확실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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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 Hey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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