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91] 에덴의 동쪽 (존 스타인벡) 민음사 세계문학 181, 182

에덴의 동쪽

이 책을 빌려들고 나오니 사람들이 물었다. 그거 얼마 전 방영한 MBC 드라마…… 의 원작 아니냐고. 그러니까 개츠비도 그렇고, 그냥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먼산) 이젠 내가 다 슬프다. 아니, 표지에 떡 박혀있는 제임스 딘을 보면, 그냥 영화의 원작이었나보다 하면 되는 거지. 하기사, 왜 다들 드라마 타령인가, 에덴의 동쪽 하면 역시 영화가 있고, 아마도 나 어렸을 때 외화로도 짧게 했었던 것 같긴 한데 하면서 구글에다가 제목을 때려보니 다들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 으악. 그런데다 심지어는 “영화 에덴의 동쪽”으로까지 검색했는데도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 내가 무진장 싫어하는, 연예블로그 운영하는 블로거는 그 와중에 영화 에덴의 동쪽과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비교하며 송승헌이 한국의 제임스 딘이니까 운운하고 있다. (골이 다 지끈거리네)

여튼, 그런 관계로 그렇지 않아도 두꺼운 책 두권이나 되는 것을, 직장 내 도서관에서 빌려 들고 사무실까지 돌아오는 동안 완전 의욕 상실. 그런데다 우리 알바학생조차도 그거 드라마….. 하길래 그순간에만큼은 “아니야!!!!”하고 무지무지 강한 부정을 날려야 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 작가들은 제발, 옛날 영화나 좀 잘 나가는 책, 고전 명작 제목 좀 그대로 안 썼으면 한다. 자기 손으로 제목 하나 못 지어서 세상 천지에 드라마 끝나고 나면 수거도 안 될 쓰레기 정보값을 뿌리고 다니나. 게을러 터진 것들.)

여튼.

일단 이 이야기에는 두 집안이 나온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미국의 서부 살리나스 계곡으로 이주하여 척박한 땅을 일구고 이웃을 돕고 아홉 남매를 낳아 훌륭하게 기르는 새뮤얼 해밀턴 부부. 이들은 선한 사람들이고, 긍정적이며 독실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들 가족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아주 초반에는.

그들이 살리나스에 정착하고 세월이 흐른 뒤, 동부에서 애덤 트래크스가 아내와 함께 살리나스로 이주하여 해밀턴 부부의 이웃이 된다. 그리고 애덤 트래크스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펼쳐진다.

애덤의 아버지 사이러스는 군인으로 아들을 엄격하게 훈련시키고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는 등, 그다지 쓸만한 남편이자 아버지는 아니었다. 애덤의 어머니는 성실한 사람이지만 미신을 믿고 남편에 대한 복수심을 품게 된다. 그녀는 결국 자살하고, 사이러스는 순종적이고 성실한 처녀 앨리스와 재혼한다. 앨리스는 찰스를 낳는다. 하지만 사이러스는 찰스가 선물한 독일제 칼에는 무관심하고, 애덤이 선물한 강아지에는 애착을 보이는 등, 편애한다. 찰스는 방황하고 애덤을 때려눕히고, 애덤은 기병대에 입대, 복무하며 무공훈장을 받는다. 5년의 시간이 흐르고, 새어머니 앨리스는 죽고 사이러스는 정치가가 되어 있다. 애덤은 제대하지만 찰스가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시 입대한다. 다시 5년이 지나고, 사이러스는 아담과 찰스에게 재산을 똑같이 남기고 사망한다.

사이러스는 구약에 나오는, 엄격하고 불공평한 하느님과도 같다. 사람을 하느님에 비유하는 것에 질색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행히 내 홈에는 오지 않을 테니 뭐. 그의 아내들, 애덤과 찰스의 어머니는 각각 리리스를, 그리고 하와의 선한 면을 모델로 한 듯하다. 그리고 카인과 아벨의 머릿글자를 그대로 닮은 형제, 찰스와 애덤은 성경 그대로 반목한다. 불공평한 아버지=하느님은 찰스와 애덤의 선물에 대해서도 불공평한 반응을 보이고, 이는 형제간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나는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는 성경 구절처럼, 구약 성경 속 하느님은 대놓고 편애를 일삼는 신, 질투하고 편애하며 쪼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행각들을 보이지만 여튼 신이다. 그리고 사람=아이는 그 신=아버지 에게 저항하는 대신, 신에게 사랑받는 존재에게 모든 미움과 원망을 돌린다. 이 관계는 다시, 애덤의 아이들에게 이어진다.

다시 애덤 트래크스의 과거로 돌아가자. 거짓말을 일삼고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작은 악마와 같은 소녀 캐시(캐서린)는 집안에 불을 질러 부모를 죽이고 도망친다. 애덤과 찰스의 집 앞에 쓰러진 채 발견된 그녀는 애덤의 극진한 간호로 건강을 되찾고 애덤과 결혼한다. 애덤은 찰스에게 농장을 팔고 살리나스로 이주한다.

살리나스에서 애덤은 사랑하는 캐시를 위해 에덴의 동산을 만들겠다 생각하고, 캐시는 쌍둥이를 낳는다. 그러나 캐시는 애덤을 배신하고, 권총으로 애덤을 쏘고 도망쳐 차이나 타운으로 간다. 그녀는 홍등가에서 페이의 밑으로 들어가 케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페이가 죽은 뒤 그녀의 전재산을 물려받고 포주가 된다. 한편 실의에 빠진 애덤을 대신하여 쌍둥이는 중국인 요리사인 리가 돌보게 된다.

하와의 선한 면을 앨리스가 이어받았다면, 캐시는 하와의 악한 면을 이어받은 듯 사악함을 보인다. 여자의 모든 악덕을 갖춘 듯한 그녀에게 속은 애덤은 자신이 만들고자 한 에덴 동산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다시, 자신의 “아버지들”(짐작이 가겠지만 그 이유는 2권에 나온다)과 마찬가지로 C와 A, 칼렙과 아론이라는 이름으로 자라게 된다. J.C.와 마찬가지로 뻔한,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을 담고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이게 성경의 은유니 망정이지 내용 자체는 아침드라마 뺨친다. 그것만은.

그래, 재미있게 읽고 나서 사실은 이거 어째서 아침드라마 삘이 나는거지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그것이 플롯. 그러나 이 소설과 아침드라마의 결정적인 차이는 메시지. 그렇겠지, 메시지.

해밀턴 가의 아이들은 물론 애덤의 쌍둥이들도 성장한다. 애덤은 아들들에게 어머니는 죽었다고 말하지만, 애덤과 그 아들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캐시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새뮤얼 해밀턴은 대부분의 사람이 파멸하고 있지만 횃불이 겁에 질린 사람들을 인도하기를 바라는 이들 또한 있다고 생각하며 애덤에게 알린다. 캐시와 애덤은 재회하고, 캐시는 아론과 칼렙이 애덤이 아닌 찰스의 아들임을 밝힌다. 애덤은 비로소 마음의 자유를 얻고 생기를 회복하지만 새뮤얼은 쇠약해져 죽는다. 애덤은 찰스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그는 이미 죽었고 애덤 앞으로 재산을 남겨놓았다.

쌍둥이들은 어머니가 죽지 않고 어딘가 살아있으라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비 오는 어느 날 베이커 내외가 애덤의 집에 비를 피해 들어오고, 그들의 딸 에이브라는 쌍둥이들과 가까워진다. 한 여자를 두고 애덤과 찰스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 또다시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내포한 채, 쌍둥이들은 애덤과 찰스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사랑을 두고 갈등한다. 칼렙은 어머니의 비밀을 알고 괴로워하고, 아론은 대학에 진학하여 목사가 되려 한다. 칼렙은 신실한 아론에게 어머니가 포주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감당한다. 하지만 아론의 실수로 손해본 상추 농사 비용에 대해 아버지를 돕기 위해, 칼렙이 전쟁을 기회로 콩 장사를 하여 번 1만 5천달러를 내놓자 애덤은 그것이 불의한 돈이라며 거절하자 칼렙은 분노한다.

애덤이 발전이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이 대목이었다. 자신을 편애하는 아버지 때문에 찰스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그는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는 못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고. 칼렙이 기회주의적으로 번 돈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마침 에이브라도 아론과 가까운 상태고, 이대로라면 아버지들의 실수를 아들들이 반복할만한 상황이다. 칼렙은 아론을 두들겨패 그 형제의 피를 보는 대신, 어머니의 비밀을 밝힌다. 아론은 충격을 받고, 자진 입대한다. (애덤은 징병위원이었다) 에이브라는 이런 아론이 마땅치 않았지만, 아론은 떠나고 곧 전사 소식이 돌아온다. 이 소식을 들은 애덤은 뇌일혈로 쓰러지고, 칼렙은 이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괴로워한다. 아론이 아닌 칼렙을 사랑하게 된 에이브라는 그를 위로한다.

“에이브라, 우리 어머니는 창녀였어.”
“알고 있어. 네가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도둑놈이야.”
“내게는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어. 알겠어, 에이브라?”
“내게는 아버지의 피가 흐르지.”

아론과 칼렙 형제를 키운 중국인 리는 애덤에게 데려가, 그를 위해 변호한다. 칼렙은 살아남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두어 당신의 상속자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당신이 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것은 카인에 대한 변명이기도 했다. 카인이 아벨을 때려죽인 것이야말로, 쪼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의 하느님이 아벨은 편애하고 카인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애초에. 리의 간청을 들은 애덤은 “팀셸”이라고 말하고 숨을 거둔다. 이 말은, 언젠가 새뮤얼 해밀턴과 애덤, 그리고 리가 성경을 해석하며 논쟁한 단어다. 너희는 죄를 다스려라/다스릴 것이다/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비슷하지만, 그리고 다만 인간을 죄에서 구하는 말이지만,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주목할 때 이 세 가지 해석은 아주 다른 것이라 할 수도 있으며, 작가는 성서의 오역과 달리 이는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죄를 다스릴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 그것은 선택의 기회다. 형제를 때리고, 형제의 여자를 빼앗고, 형제를 죽게 만든 죄. 그러나 사실, 성경은 모든 인간은 형제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터부가 아닌 죄를 넘어, 그 죄의 사슬을 끊고 가라고. 애덤은 그런 축복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래서 이것은 구원의 이야기, 구원의 신화가 된다. 편애하고 쪼잔한 아버지이자 하느님 사일러스에서 시작하여, 결국 그 원죄와도 같은 – 하느님이 쪼잔하게 나오는데 인간이 무슨 수로 거역하겠는가 – 상황에서 끝내 죄를 범하고 만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그 굴레를 벗어던지는 구원. 창세기의 이야기는 그렇게 20세기 미국에서 두 대에 걸쳐 어레인지된다.

참고로 위키피디어의 에덴의 동쪽 항목을 번역해본다. 약간의 의역과 메모가 추가되어 있다.

창세기, 카인과 아벨에덴의 동쪽. 찰스와 애덤에덴의 동쪽. 칼렙과 아론
카인은 농부이고 아벨은 양치기.찰스는 아버지 사이러스의 재산을 상속받은 후에도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 애덤은 군인출신. 상사 제대. (소대원들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양치기에 비유 가능)칼렙은 전쟁 중 콩 작물에 투자. 아론은 목사 지망생이었다. (신부, 목사는 흔히 목자로 비유된다)
신은 카인의 농작물은 거부하고 아벨의 양고기만 받는다. (편식 쩌네요-_-+ 사실 이 살인사건은 신이 원흉.)사이러스는 애덤이 선물한 강아지를 찰스가 선물한 나이프보다 더 좋아한다.애덤은 칼렙의 돈을 거부하고 아론처럼 선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신이 자신의 제물을 거절한 뒤 카인은 아벨을 살해한다.아버지에게서 거부당한 뒤 찰스는 애덤을 때려눕혀 반죽음을 낸다.아버지에게 거부당한 뒤  칼렙은 아론에게 어머니가 매춘부임을 알린다. 아론은 괴로워하다 군에 입대하고 전사한다.
신은 카인에게 표식을 주어 다른 사람들이 죽이지 못하게 하였다.찰스는 들에서 바위를 옮기다가 이마에 깊은 상처가 났다.칼렙은 아론보다 어둡고 불길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한 “팀셸’은 너는 “죄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칼렙이 신이 내린 그 표식 때문에 악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인은 자손을 남긴 유일한 사람이다. (근데 아담에게는 셋이라는 아들이 있고 요셉은그 자손인데…..?)쌍둥이 아론과 칼렙은 예상했던대로 찰스의 아들이다. (애덤은 아론과 칼렙 외에 다른 자식이 없다)아론은 전사하고, 칼렙은 애덤의 유일한 상속자로 (결혼하고) 자손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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