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88] 시계태엽 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민음사 세계문학 112

시계태엽 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

쫄쫄이 내복같은 옷을 입은 소년들의 클로즈업으로 시작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를 본 적이 있다. 열두 살 부터 소년원에 들락거린 열다섯 살의 알렉스. 기본적으로 그 영화와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지만, 결말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루도비코 법으로 통제된 상황에서 벗어나 본성을 되찾은 알렉스가 이번에는 권력자들의 꼭두각시가 되며, 자신은 치료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마치 오멘의 데미안처럼 사악하게 웃는다면, 소설 쪽은 다르다. 루도비코 법에서 벗어나고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한 뒤, 국립 음반 보관소에서 일하게 된 알렉스. 그는 열 여덟 살이 되었고 여전히 소년들과 어울려 불량스런 삶을 살지만, 무언가 그의 내면에서 달라진 것이 있었다.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잡지에서 오려낸 아이의 사진.

예전에 어울렸던 녀석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다는 말에 두근거리는 가슴. 그는 그 모든 일을 겪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식의 일을 그만두고, 자신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고 아이를 낳을 누군가를 만날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가 소년시절에 저지른 악랄한 범죄들, 강간이나 살인 등은 일단 그 자체로 범죄이지만, 그 범죄와 감옥 생활, 루도비코 법으로 자신의 판단이 아닌 육체적인 아픔에 굴복하여 억지로 착한 일을 하게 되는 비정상적 상태, 그리고 루도비코 법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 속에서, 그는 성장했다. 그 본성 자체는 변하지 않은 악마적 존재와도 같은, 그래서 마지막에 여자와의 섹스를 권력자들이 지켜보며 박수치는, 그런 그의 환상으로 대변되는 악마적 속성과 권력의 결합이라는 그 영화의 결말과 달리, 그는 악마와도 같은 십대 시절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다.

루도비코 법은, 결국은 체벌과도 같다. 악한 행동을 하면 몸이 고통스럽고 구역질이 나기 때문에,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굴종한다. 그런 것을 뇌 속에 심어놓는다. 그야말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조절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책 속의 알렉스는, 결국 그 자신의 자유의지로 악을 버릴 실마리를 찾는다. 그것은 사랑. 어린아이에 대한 사랑.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한 소년에게서 선의 빛을 끄집어낸다. 그는 분명, 사회적으로는 문제있는 부류에 속해있지만 아마 그 부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희망이다. 이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 소년들은 약을 넣은 우유를 마시며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 정치가들은 범죄자들의 뇌에 자유의지를 통제하는 장치를 하는 – 그런 것은, 분명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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