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83]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민음사 세계문학 132

이성과 감성

오만한 다아시와 편견에 찬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인 오만과 편견과 마찬가지로, 역시 제목이 어느정도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소설.

한국 드라마는 물론 온갖 로맨스에 나오는 뻔한 클리셰와 구도, 작위적 캐릭터(그래, 백번 양보해서 그 시절에는 작위적이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다) 는 다 갖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구조가 불안불안한 것이, 그 오만과 편견이 차라리 훨씬 더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이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엘리너와 감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매리앤이 조금씩 중용을 찾아가며 벌이는 연애 이야기이기는 한데, 그 기준이자 잣대가 엘리너에 맞춰져 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을 조금 더 깐깐하고 편견어리며 오만하기까지 한. 물론 그녀는 성장하고 변화하지만, 엘리너의 눈을 빌려 서술하는 루시 스틸이나 대쉬우드 경의 모습은 아마도 조금 더 평범함에 가까울 뿐임에도 어리석고 교양없으며 단순한 인간들로 그려진다.

근데, 대부분의 로맨스라든가 드라마라든가 그런데 나오는 단순삥한 캐릭터들이 그렇듯이, 엘리너 역시 단순하기는 마찬가지거든요. 문제는 그것. 한심한 아침드라마를 보듯 몇 번이나 책을 놓았다 들었다 하며, 나중에는 모 출판사 팀장님이 읽으라고 했던 그 말을 떠올리며 억지로 억지로 페이지를 넘긴다. 중력을 따라 움직이려는 눈꺼풀을 애써 들어올리면서. 아아, 제인 오스틴이고 고전으로 꼽힌다고 해서 로맨스가 로맨스가 아닐 리 없는 법. 하기 싫은 숙제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차라리 BBC 드라마 판을 볼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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