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73] 암흑의 핵심(조셉 콘래드) 민음사 세계문학 7

암흑의 핵심

아, 그래. 처음에 제목과 작가 이름을 보고 로저 젤라즈니와 어슐러 르 귄을 섞었다가 분해한 무엇을, 다시 말해 이 소설이 SF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로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래드, 와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 막상 읽어보니 어린시절 흔히 읽어보던 무슨 오지 탐험기 같은 느낌이 들었고 두께도 별로 두껍지 않아서 슬슬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암흑의 핵심이라는 제목, 이 제목이 단순히 “검은 대륙”이라고 서구인들이 말했던 아프리카에 대한 기술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콩코라는 나라의 위치상, 그 위치 자체가 아프리카의 한가운데이기는 하나, 그런 이유로 이와 같은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하게 안일하다. 그렇다고 말로가 찾아나선 이곳의 주재원, 어차피 수탈을 목적으로 한 이곳의 주재원임에도 불구하고 “불건전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욕망에 충실했던 1급 주재원이자 상아수집상 커츠의 “악랄한” 심성이 그 암흑의 핵심인 것도 아니다. 사실 커츠가 악랄하다는 것은 그가 만나러 가는 사이 겪은 사건들과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일 뿐,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다.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말과 함께 그에 대한 변론과 공격이 오가며, 말로가 생각하는 커츠의 모습은 점점 더 커져간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깊은 늪처럼 발목을 휘감을 때, 마침내 말로는 커츠의 주재소 바로 앞에 도착한다.

 “원주민들은 그분이 떠나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원치 않는다고요?” 내가 영문을 몰라 물었지. 그는 불가사의함과 지혜로움을 가득히 드러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어. “그런데 말씀이에요.” 그가 소리치더군. “그분이 내 생각을 넓혀주신 거예요.” 이렇게 말한 후 그는 두 팔을 활짝 펴면서 그 완벽히 동그란 파란 색의 작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었어.

생각보다 이지적인 인물이었던 커츠. 적어도 상아를 얻는다는 그 목적에서만은 벗어나지 않았을 그 주재원과 마침내 만나는 순간, 나는어째서인지 영화 “미션”의 메인 테마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떠올렸다. 정글, 어둠, 생명과 죽음. 무서워라, 무서워라 하는 커츠의 절규와 최후. 그리고 돌아오는 길 말로가 겪은 열병.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앓고 열꽃이 피듯, 오만방자함과 공포가 교차하던 커츠와의 만남과 그 최후에서,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가던 그 암흑의 여정을 지나, 말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돌아와서 그가 만난 커츠의 유족들, 재능있고 뛰어난 사람이었다는 커츠, 그의 원대한 야망. 그런 것들과, 그 아프리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괴리를 느끼면서.

어릴 때 위인전에서 읽었던 데이빗 리빙스턴 같은 이도, 사실은 그 땅에 전도를 하러 간 것이었으며. 그 시절,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 탐험 같은 이야기가 소년들의 모험심을 자극했겠지만 그 실태라는 것은 결국 제국주의적인 모험이었다. 노예매매와 상아매매, 그리고 전도. 아니, 그 전도조차도 수탈을 위한 도구가 되던, 제국주의의 죄가 낭만처럼 여겨지던 시절. 어릴 때는 읽으면서 동경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피해자였던 그 제국주의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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