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닥만한 삼중당문고 판으로 처음 읽었고, 그 다음으로는 딱따구리 문고 판으로 읽었다. 그때가 아직 한자리 수 나이일 때, 대학에 다니는 외삼촌이나 고등학생이던 고종사촌 오빠들의 책꽂이에서 얻어온 책들이었다. 지금도 재미있다. 지금도 읽으면 참 기이하다. 삼국유사 뿐이랴, 어우야담이니 고금소총이니 하는 패관문학도 그렇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유행담이나 기담들이란 세월이 흘러도 그 재미가 크게 변질되지 않으니.
그런 즐거운 책들을 이제 “자료”로 읽고 있는 것이 슬플 뿐이다. 삼국유사를 읽고 메모하며,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예전처럼 그저 즐기기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는 없을 거다. 그것이 슬프다. 라고.
참고로 나는 현재 까치글방 판과 민음사 판, 이렇게 두 가지 버전의 삼국유사를 갖고 있는데, 읽기에는 민음사판이 좀 더 편하고, 사진이 붙어 있는 까치글방 판이 좀 더 새긴 듯한 번역이라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