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58]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민음사 세계문학 248

인형의 집
인형의 집
인형의 집

 

아내를 다람쥐, 종달새, 인형이라 부르는 헬머. 그리고 그런 헬머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믿는, 그 사랑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노라는 다소 짜증나지만 완벽하고 평화로워보이는 가정을 연출한다. 크리스마스라는 화사한 분위기, 그리고 변호사인 남편이 새해에 은행장으로 취임하는 행복한 상황 속에, 헬머가 인색한 면이 있고 빚을 경멸하며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남자라는 사실이 대사를 통해 알려진다.

세상물정 모른다고 노라를 놀리는 린데 부인에게 노라는 신혼 무렵 남편이 병을 앓았을 때 그 요양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해서 돈을 빌린 일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낭비벽이 있어 보이는 노라는 남편에게서 용돈을 얻어내어 몰래 빚을 갚아나가고, 나중에 다 갚은 뒤 자랑스레 이야기할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에는 실수가 있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의 날짜로 차용증에,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여 사인한 것. 그리고 노라에게 돈을 빌려준 크로그스타드는, 노라의 남편이 행장으로 취임하는 은행에서 일하고 있었다.

헬머는 크로그스타드를 해임하려 하고, 크로그스타드는 노라의 서명 위조를 꼬투리잡아 노라에게 남편을 설득하지 않으면 모든 사실을 폭로할 것이고 그러면 남편도 실직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다. 이를 알게 된 헬머는 그동안 남편 몰래 돈을 모으고 일을 하여 빚을 갚아나갔던 노라에 대한 걱정이라고는 없이, 자신의 곤경만을 생각하며 노라를 비난한다. 이때 노라의 도움을 받았던 린데 부인이 옛 애인이었던 크로그스타드를 설득하여 위기는 끝난다.

하지만 노라는, 달라져 있었다. 오명을 감수하고 남편을 위해 고리대금업자를 찾아갔던 자신과 같이, 남편 역시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자신을 지켜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만의 착각.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났을 때의 남편의 차가운 태도를 보았던 노라는 변한다.

 그럼요. 단지….. 마음이 들떠 있었지요. 당신은 제 응석을 받아 주셨어요. 우리 가정은 놀이하는 방 같은 것이었답니다. 저는 친정에 있을 적엔 아버지의 인형이었어요. 여기서는 당신의 인형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아이들이 저의 인형이 되었지요. 당신이 저를 가지고 놀아 주셨을 때에 저는 단지 즐거워했답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놀아주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어요.

그리고 노라는 집을 떠난다. 그 뒤에 대해서는 다른 작가들이 글을 쓰기도 했고, 또한 이 희곡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때 화가 나혜석 씨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붙이기도 했다. 인간이 되고자 했던 한 불완전한 캐릭터가, 가부장적 세계 속에서 몸부림친 한 화가에거 끼친 영향이 또한 그랬다.

 

인형의 가(家)

晶月 나 혜 석 (羅蕙錫)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뻐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후렴)

노라를 놓아라
최후로 순수하게
엄밀히 막아논
장벽에서
견고히 닫혔던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주게

남편과 자식들에게 대한
의무같이
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랑의 길로 밟아서
사람이 되고저

나는 안다 억제할 수 없는
내 마음에서
온통을 다 헐어 맛보이는
진정 사람을 제하고는
내 몸이 값없는 것을
내 이제 깨도다

아아 사랑하는 소녀들아
나를 보아
정성으로 몸을 바쳐다오
맑은 암흑 횡행(橫行)할지나
다른 날, 폭풍우 뒤에
사람은 너와 나

매일 신보. 19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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