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42] 나사의 회전(헨리 제임스) 민음사 세계문학 122

나사의 회전

빅토리안 조 가정교사 등의 묘사가 뛰어나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사실 이 소설은 빅토리안 가정교사와는 좀 거리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빅토리아 조 가정교사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알맹이는 유령 소설이요, 껍질을 더 벗겨보면 히스테리한 여자가 마주하는 환상을 여자의 의식을 따라가며 그린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죽은 가정교사인 미스 제셀이나 죽은 하인인 피터 퀸트 등의 이야기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이들이 그들의 유령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실제로 유령을 목격하고 있는 사람은 가정교사 한 사람 뿐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보고 있지만 깜찍하게 모르는 척 하고 있는 듯 서술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보았다는 증거는 없다.)

동시에 이야기 초반에서, 이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인 손님들이 유령 이야기를 꺼내고 그 중 더글러스라는 남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때 가정교사는 두 번 만났을 뿐인 집주인-아이들의 숙부-의 매력에 반했고, 계약이 성립되자 숙부가 감사의 마음으로 가정교사의 손을 잡았는데 가정교사는 그것으로 만족했다는 이야기가 잠시 언급된다. 이것은 가정교사가 아이들의 숙부에게 반했다, 는 것이자, 그 시대에 비로소 언급되기 시작한 여자들의 히스테리, 를 성적인 차원과 연결시킨 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그 몇 줄의 서술로 이 이야기는, 정말로 유령을 목격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한편, 결혼하지 못하고 멋진 남자와 연애하지 못하며 그냥 가정교사로서의 자신에 만족해야 하는 젊은 여성의 성적 억압이 만들어낸 히스테리, 로 볼 여지를 만들어낸다. 멋지다. 하지만 그런 동시에 이 유령에 대한 묘사는 오싹하도록 멋지다. 오래된 탑 위, 촛불이 꺼진 계단 꼭대기, 아무도 없는 주방의 창 밖. 낯선 남녀의 모습을 보고, 가정부인 그로스 부인을 통해 그들이 죽은, 그녀가 오기 전에 이곳에서 일했던 가정교사인 미스 제셀과 그녀의 연인인 하인 피터 퀸트의 유령이라고 확신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맡은 아이들인 마일즈와 플로라를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플로라는 가정교사를 비난하며 숙부 집으로 떠나고, 남아있던 마일즈는 그녀의 품에 안긴 채 충격과 공포로 인하여 죽고 만다.

죽은 이들이 산 사람들의 삶을 이간질하고 파괴하며 결국 어린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이야기, 로도 볼 수 있지만, 히스테리와 아집에 사로잡힌,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과 지적 능력으로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집안에서 어떤 권위 같은 것을 부여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젊은 가정교사가 결국 그 아집으로 말미암아 아이를 죽게 하는 이야기, 로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심리소설이자,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의 의식을 따라가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환상이라고 했지만 코카인이나 마약에 취한 사람의 시각을 그대로 따라가면 이런 식의 서술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 매끄럽고 또한 모호하다. 다만, 번역에서 문맥이 조금 꼬여 있다. 읽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번역가가 이 내용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되, 우리말로 풀어낼 능력은 조금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