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74] 변신, 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세계문학 4

변신, 시골의사

프라하에 갔을 때, 카프카가 살던 집과 그 앞에 붙은 그의 두상을 보았으면 하고 가이드님께 말씀드려서, 긴 시간은 못 보아도 적어도 그 앞의 두상만이라도 보고 올 수 있었다.

그건 대단히 미묘한 기분이었다. 부조를 붙여놓은 듯,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왔으나 뭐랄까, 대책없이 깡마르고 납작한 그의 두상은 기괴하고, 정신만 남은 어떤 것처럼 보이면서도 우스웠다. 불합리한 웃음, 쓴웃음이라 불러야 마땅할 그런 웃음. 실제의 그는 꽤 잘 생긴 편이고(사진으로 볼 때) 적어도 옆에서 보는 그 두상은 상당히 그 사진 속 이미지에 가까웠음에도, 나는 어쩐지 카프카를 눕혀놓고 한번 롤러로 밀었다가 들어올린 것 같은 그 두상을 꽤 오랫동안 올려다보았다.

사람의 머리를 물론 그런 롤러로 밀면 죽는다. 피도 나고 뇌수도 나오겠지. 카프카의 소설을 읽을 때 드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데 이게 개그가 아닌 느낌. 혹은 심각한 상황을 보는데 뭔가 엉뚱한 것을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끌끌거리는 느낌. 이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는 벌레로 변신해서도, 왜 자기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는가, 왜 벌레로 변신한 것인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했다. 아니, 사람이 갑자기 다족류가 되었는데. 절지동물이 되어버렸는데, 손은 쓸 수도 없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 지각하더라도 회사에 가야 하는 걱정이나, 가족의 생계 문제나 뭐 그런 생각만 하는 것이, 이게 참 당혹스럽다. 직장상사는 그레고리의 변신에 경악하고, 세입자들은 그의 존재를 보고 당장 방을 빼겠다고, 그리고 그동안의 월세는 낼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가족들 역시 그를 골칫거리로 여긴다. 그동안 착실히 돈을 벌어 온 그레고리에 대한 감사 같은 것은 아예 없다. 지금 가족을 곤경에 빠뜨리는 그레고리를 짐으로 여길 뿐이다. 그리고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던 그 이야기를, 유일하게 그레고리의 방에 드나들며 먹을 것을 넣어주던 누이가 주장한다. 저건 오빠가 아니라고.

 “내보내야 해요.” 누이동생이 소리쳤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아버지. 이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이런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테지요. 그랬더라면 오빠는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명예롭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이 동물은 우리를 박해하고, 하숙인들을 쫓아내고, 분명 집을 독차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골목길에서 밤을 지새게 하려는 거예요. 보세요, 좀, 아버지.”

꼭 벌레로 변신할 필요도 없다. 가족애라는 것이야말로 환상에 불과한 것이고. 오히려 가족신화에 사로잡혀 불행해지는 것보다 알뜰한 선택을 하고 있을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체면을 위해 자식을 내쫓고, 누군가는 폭력으로 자식을 착취하고, 그런게 세상에서 말하는 가족이다. 가족이 뭐 별거라고.

따지고 보면 집에 빚을 떠안긴 채 놀고 있던 아버지나, 집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던 어머니나 누이는 그레고리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그들을 대신해서 그레고리가 가족 전체를 부양하고 빚을 갚아 나갔으니까.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지자, 그들이 보인 태도를 보라. 가족애따위 환상. 그리고, 사회와 격리된 인간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완전히 죽어가는가에 대한 그 과정과 고찰. 굳이 그레고리가 벌레로 변신하는 수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드러누워 씻지도 않은 채 히키코모리가 되어 지냈다면 가족들의 반응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내가 우리 사무실에서 알바하는 학생들 중에, 부모님이 경제력이 없어서 고생하는 친구들한테 꼭 하는 말이 있다.

부모 부양할 것 없다. 동생 걱정할 것 없다. 지금 네가 스스로 벌어서 대학 다니고 있으면 네 동생도 그럴 수 있다. 여유가 생기면 가족과 돕고 살면 좋은 것이지만, 너 일방적으로 희생할 것 없다. 그 사람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안다. 라고. 가족이건 뭐건, 헌신하는 인간에게 돌아오는 보답 따위 없다. 내버려두면 그들은 알아서 잘 살지만, 돌보고 관심을 기울이면 그 헌신자의 골수까지 빨아먹는게 인간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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