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탐정록- 한동진, 한상진, 학산문화사

경성탐정록

재작년에 파우스트에 연재되던 추리소설. 제목 그대로 경성을 배경으로 한 추리물이며, 셜록 홈즈의 오마주랄까 로컬라이징 작품. 그러고 보니 셜록 홈즈가 초기에 번역되어 들어올 때 신소설 형태로 번안이 되어서, 경성 배경 로컬라이징이 되어 들어왔다는데 그런 느낌일까 싶다. 애초에 셜록 홈즈도 그 빅토리아 시기 특유의 제국주의 분위기, 국가는 세계로 확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어둠이 내려앉은 그런 배경을 깔고 간다면 이 소설은 제국주의에 침략당한 식민지의 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어둠이 좀 더 짙다. 그런 점에서 배경도 좋고. 물론 제국주의의 심장부와 식민지의 수도라는 것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국제적인 가치관이 혼재되고 전통과 현대가 뒤엉킨 혼란을 보여주기에 좋은 시기인 듯.

각 단편들은 근현대 문학의 제목들을 따왔다. 운수 좋은 날이라든가, 광화사라든가. 많은 점에서 패러디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보니, 추리소설 매니아를 자처하는 가족께서 전에 파우스트에 실린 이 소설을 보고 아주 신랄하게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지만, 그게 꼭 그럴 일인지. 일단 이 혼란스러운 도시에서 이성과 논리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난세를 헤쳐나가는 설홍주와, 중국인 한의사인 그의 친구 왕도손, 머리는 나쁘지만 부지런하며, 조선인에게 다소 가혹하게 나오지만 설홍주 개인에 대해서는 호감이 있는 레이시치 레이토우 경부 같은 인물들은 그 자체로 꽤 매력적인걸. 추리소설이 길게 꾸준히 나올 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다음 이야기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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