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작하고 곧, 사하맨션이 SF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이책으로 읽었으면 띠지에 적힌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만 봐도 알았을 텐데. 전자책에는 띠지가 없으니 그런 사전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조금 뜻밖이라고 생각하다가, 작가의 전작을 생각하고 납득했다. 현실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세계를 가정하고 시작하는 SF는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으니까. 그와 별개로 며칠 전 트위터에서 누가 “SF가 탈정치적이어야 […]

작년인가 언제, 선생님이 내게 농담처럼 물으셨다. “작가들이 공동으로 모여 사는 공동주택이 있으면 어떻게 될 것 같냐.” “살인 날 것 같아요. 그냥 한 동네에 띄엄띄엄 모여서 한달에 한두번 보면서 살면 모를까. 저도 작가지만 인간적으로 작가랑 어떻게 삽니까.(…..)” 1초도 주저않고 대답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때의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인간적으로 이러고 어떻게 살아, 가 절반, 아이를 더 […]

아침에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면서 읽기 시작했다. 무척 좋은 이야기이고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소설이지만 수유하면서 읽기에는 무척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초반에 들었다. 그렇다고 읽기를 중단하진 않았다. 10년 뒤에는 낡은 감상이 되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좀 더 여성 작가의 서사가, 여성이 주인공인 서사가, 성소수자의 서사가 필요하고, 이 소설은 그 셋에 다 해당한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소설. 민음사의 “오늘의 […]

넥슨의 게임을 좋아하든, 돈슨이라고 손가락질하든 상관없이, 넥슨의 역사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서. 물론 나는 김진 선생님의 오랜 팬이고, 그 게임이 나온 것은 알았어도 실제로 아이디를 만들게 된 것은 대학에 간 이후이긴 했지만, 그 존재에 대해서는 늘 알고 있었다. 일단 하우피씨와 함께, 염불보다는 잿밥(부록 CD)에 더 […]

이 100권을 채우는 여정에서, 맨 마지막, 100번째 책을 어떤 것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처음에 보바리 부인으로 시작했던 것은 그냥, 그때 도서관에서 마침 그 책을 빌려온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도서관에 줄줄이 꽂힌 책들, 이미 갖고 있는 책들을 죽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르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사르트르의 말이었다. 말, 타고다니는 말 […]

책을 펼치자마자 실로 다양한 죽음이 담겨 있는 가계도가 나온다. 일가족 몰살, 버찌씨가 목에 걸려 죽음, 권총 자살. 대체 이건 뭔지. 이 불길한 가계도를 대충 훑어보며 혀를 찼다. 운명적인 한 가족의 비극, 뭐 그런 이야기인가. 하고 읽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뜻밖에도 웬, 아주 괜찮은 신사가 먼저 나온다. 조지프 씨, 예전에 폴란드의 풍차라고 불렸던 양지를 손에 넣었다는 우아하고 […]

심각묵직한 감상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이솝이다. 이 책은 결혼식 전날 긴장을 풀기 위해 빌려다 읽었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이솝 우화집이라는 것이,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물론 유치원때, 교실에 놓여 있던 여우와 신포도니 사자와 늑대같은 어린이용 동화책은 보았지만, 내가 갖고있던 이솝 우화집은 무려 일신서적공사에서 나왔던 버전이다. 노란 표지의 그 일신 그랜드 북스인가 하는 시리즈. […]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돼지들, 특히 나폴레옹의 변화를 따라가며 생각했던 말이다. 애초에 이 소설이 풍자하는 것이 스탈린 시대의 소련이라 해도, 이 명제만은 지금의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청렴할 것 같았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트러블을 일으키고, 털어 먼지 한 점 안 나올 것 같던 이도 털다보면 온갖 것들이 다 나오는. 조지 오웰의 1984가, 가상의 […]

앞서 이야기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전작이자,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느껴지는 세상,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어른들의 잔혹한 무법세계가 아닌, 마을 안에서, 폴리 이모의 애정어린 잔소리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 동심 가득한 세상이 담겨있는 이야기. 라고 하면 너무 달짝지근한 설명이 될까. 마지막으로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던 것이 중학교 다닐 무렵이었으니, 정말 15년 넘게 잊고 있었다가 다시 읽은 책이다. […]

학교다닐 때 “야성의 절규” 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소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가정에서 사랑받는 애완견으로 살아가던 버크가, 어느날 정원사의 손에 끌려나와 유콘으로, 그것도 썰매개로 팔려나간다. 그야말로 멀쩡히 살던 도련님이 갑자기 납치되어 새우잡이배에 끌려간 것 같은 상황이다. 새 주인은 그나마 개를 아끼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버크는 이곳에서 많은 경쟁상대와 추위와 굶주림과 같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고난을 겪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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