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은 춥고 생리불순이라고 남친이 쑥으로 된 훈증제를 사다줬다. 변기에 넣고 불을 피운 뒤 앉아있다가 물 내리면 되는 형태인데, 처음에 불 붙을 때의 쑥냄새가 쩔긴 했지만 집에서 나는 음식냄새보다는 나아서 그냥 뒀다. 쓰고 나서 환풍기랑 렌지후드 돌렸더니 냄새도 심하지 않았고.
그걸 하고 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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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내게 치료를 하려면 회음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똑바로 되어야 하는데 베개가 높아서 목이 꺾인다고 퉁을 놓았다. 나는 베고 있던 베개를 빼앗기고 경추베개 같은 것을 베고 누웠다. 그러자 곧,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머리 위가 아찔하게 흘러들어오는 것 같더니 아랫쪽으로 뭔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구공 여러개를 놓고 맨 끝에 것을 치면 반대편 것이 튀어나가는 것 있잖은가.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무언가”가 태어났다는 말을 들었다. 피냄새도 무엇도 없이 아주 깔끔했다.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계속 흘러들어왔고, 나는 청계천의 등 축제? 아니면 초파일 연등 띄워보내는 모습 같은 것을 보았다.
내가 낳은 “무언가”가 그 등불들과 함께 흘러갔다고 들었다.
아이는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계속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영상들이 들어왔다.
그 흘러들어온 것 중의 하나로 장면이 바뀌었다. 나는 맨발에 하얀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바닷가에 꼭 서인천고 운동장 스탠드같이 생긴 것이 놓여있는 곳에 갔다. 웬 남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은 계속 여기 있었다.”
나는 남자를 따라 스탠드 아래로 내려갔다. 그 아래에는 역시, 흰 반팔 티셔츠에 태권도복 바지 같은 옷을 입고, 역시 맨발인 석문이가 있었다.
“그동안에는 내가 아랫 방을 쓰고 동생하고 저 사람이 윗 방에서 같이 지냈는데, 방을 바꿔줘야겠구만. 저 사람하고 같이 아랫방에서 지내쇼.”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석문이와 손을 잡고, 툇마루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얀 모래에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바다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이제부터라도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하고 석문이가 말했다. 나는 내가 휴대폰도 가방도 무엇도 갖고있지 않고, 그냥 흰 원피스 한 벌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석문이가 이제부터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렸지만, 나는 어느 건물 아래에 서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서 나는, 누군가의 목에 팔을 감고 속삭였다.
나는 이 집안 대 이을 아들도 무엇도 아니잖아. 나한테 인내를 강요하지 마.
상관없지? 내가 이 집안을 망쳐버릴 거야.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야.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내가 돌아서자, 그 건물의 계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층부터 무너지며 위까지 무너져, 곧 그 건물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다친 데는 없었지만,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어두웠고 도로에는 인적이라고는 없었다. 나는 바닷가를 향해 걸었다. 나는 여전히 맨발이었다.
양 손바닥 가운데에서 피가 줄줄 흘러 치맛자락에 묻었다.
그러다가 피가 멎자, 손바닥 가운데에서 꽃이 피었다.
석문이가 보고 놀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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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경추베개…는 아니지만 어깨 두드릴 때 쓰는, 복숭아씨를 넣은 안마봉이 있는데
베게는 어디다 갖다버리고 그걸 목 밑에 깔고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