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교대 전산실 이야기” Category

곱게 잠자려고 누웠다가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일어나 보았다.
…….지난 월말에는 동유럽, 지난 주에는 부산에 다녀왔더니, 집 비운 사이에 밖에 둔 음식물-정확히 말하면 먹고 남은 쫄면국수에 초파리 번데기가 창궐해 있었다. 우웩. 다행히도 홍차, 허브차들 상자에는 없어서 얼른 상자를 격리하고, 홈스타로 방바닥이며 찬장을 싹 닦아내는 대작업을 하고 말았다. 아, 정말.

그건 그렇고.

여름에 날벌레 정도는 사실 괴담이 아니다.

지난 수, 목, 금 부산으로 다녀온 직원연수에서 전혜진씨는 레알 괴담을 하나 적립하여 돌아왔는데,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잠시 풀어보려 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전혜진씨는 꿈을 좀 잘 꾸는 편이다. 불행히도 로또번호는 아직 못 봤지만, 어쨌건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도 많고, 꿈을 자주 꾸기도 하는데다 종종 메모도 해 둔다. 하드디스크에는 “꿈메모”라는 파일이 꽤 많이 쌓여 있다. 그런데 그런 꿈들 중에는 종종, 곧 일어날 일을 거의 정확히 맞히는 꿈들이 있다. 심하게 다치기 전에 꿈에서 이미 그 상황을 보거나, 남의 태몽을 대신 꾸어 주거나, 친구나 직장동료가 상을 당하기 전에 그를 암시하는 꿈을 꾸는 일 등등.

하여간 그런데, 부산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전혜진씨는 쿨쿨 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전날 밤에는 온라인 게임과 동영상 편집으로 한 숨도 안 자고 버텼거든. 그래야 버스에서 잘 잘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꿈에, 코와 턱이 부서져 피를 줄줄 흘리는 남자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게 직격하진 않았지만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오싹한 꿈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떴는데, 막 점심을 먹으러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점심먹을 무렵에 통화한 기록을 보면 1시 좀 넘어서였으니, 꿈을 꾼 시점은 1시 전후였던 셈이다.

부산에 도착해서 부산대학교로 가서…… 하여간 본 목적을 달성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먼저 와계셨던 총장님께서 우리가 묵기로 한 호텔에서 자살이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놔, 내 방이잖아.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99% 투신이다.

그리고 밤에 호텔에 들어가 방을 배정받는데, 남들 방은 다 전망좋은 20층, 21층, 22층.
근데 내 방은……. 8층. 그런데다 주차타워 앞.
해운대는 고사하고 그 앞의 도로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OTL
역시 그렇구나 제길….. 내 방이었어……. 그래서 바꾼거구나…….

어디다 말도 못하고. 특히, 같은 방에 배정된 같은 팀의 여자상사님께는 말도 할 수 없는 상태고.
괴로워했지만 뭐.
아침에 해운대 풍경을 바라보며 나 잡아봐라를 뛸 틈도 없었다.
다들 술에 절어 있었으니까. (먼산)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돌아오는 날에야, 원래 내가 묵을 방이 자살자가 묵었던 방이고 결국 투신했다는 말을 다른 선생님들께 들었다.
그럴줄 알았다고 담담하게 대꾸하고 꿈 이야기를 했다.
여자선생님들이 기겁을 했다. 그러다가 한 분이 물어보셨다.
“몇시였어요?”
“제가 꿈꾼건 1시인데, 그 일이 언제인지는 모르죠.”
“검색해봐요, 부산일보에 나왔을텐데.”

……검색을 했다.
부산 S호텔, 12시 58분.
여자선생님들뿐 아니라, 이쯤되면 나조차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다행히도 돌아오는 길에 통도사에 들렀고,
견학하는 내내, 설명은 귓등으로 흘리고 가위눌렸을 때 중얼거리는 진언을 속으로 외우며 절을 누볐다.
웬만하시면 여기 절에서 위로받고 쉬시라고. 하필 내 꿈에 나타났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웬 스님을 보았다.
“보살, 걱정 안해도 되니더.”

…….이제 괜찮다. 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리얼 괴담 하나를 적립하고 돌아오는 연수. 글로 적으니 뭐 별것 없어도 실제로 겪으면 장난아닌 상황이긴 하니까 말이다. ^^

마가린 바르기 bookmarkr.net metags WZD.com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umfit에 글 올리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댓글 RSS 붐바

Comments 2 Comments »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5년차 이상인 분들께 직원복지 차원에서 1주일~10일 정도의 해외연수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전에 근무하던 기관까지 합치면 4년 반, 이곳에서는 3년 2개월 정도밖에 안되었죠. 운이 좋았습니다. 이번에 갈 순번이신 분들이 많이 포기하시기도 했고요. (날짜가 안맞아서, 혹은 여행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게 순번이 밀려밀려, 어떻게 저하고, 저보다 늦게 오신 전산실, 학생처 선생님 두분까지는 그렇게 갈 수 있었는데, 가을차수부터는 5년차 이상이라는 규칙을 엄격하게 지킨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튼.
이번에 다녀온 곳은 동유럽입니다. 동유럽 7박 9일. 단체할인가격-직장에서 지원해준 금액 의 차액은 무통장으로 입금하고(펀드를 조금 헐긴 했습니다만, 그 가격에 동유럽에 1주일 넘게 간다는건 불가능합니다. 돈도 쓸 때는 써야죠.) 공동경비를 계좌에 넣고, 필요한 돈을 환전했습니다. 가서 뭘 살지 대충 정해놓았기 때문에 계산은 딱 떨어졌어요. 나중에 돌아올 때 20유로(3만원) 정도만 카드로 그었고 나머지는 가져간 유로/거기서 다시 환전한 코루나로 다 해결했습니다. (유로는 센트까지 다 썼고, 코루나 동전 두세개 남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철저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본받아(음?) 집에 굴러다니는 잠옷 티셔츠 정리를 겸하기로 했습니다. 본가에 가서 동생이 고등학교 다닐때 쓰던 큼직한 책가방이랑 아버지가 버리려고 두신 모자를 가져오고, 웃옷은 모두 버릴 옷들만 넣었습니다. 리눅스 티셔츠만 빼고요. 그렇게 옷가지를 우겨넣었더니 정말 책가방 하나 나왔습니다. 들고다닐 가방에는 여권과 현금 약간, 그리고 넷북이와 선글라스(안경 맞추는 김에 만오천원짜리 뿔테에 코팅렌즈 끼운것)와 디카를 넣었고, 아까의 책가방에는 각종 케이블과 드라이버(음?) 그리고 여권사본을 넣었습니다. 자, 여행준비 끝.

6월 21일. 아침 9시 20분에 직장 정문 앞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9시에 가서 사무실에 잠깐 얼굴 비추고는 바로 내려왔어요. 인천공항에 갔더니 가이드님이 나와 계셨습니다(40대, 남자) 약간 깐깐한 듯 했지만 수속도 빨리 하도록 도와주시고, 괜찮은 분이라는 느낌이. 그 와중에 한명 두명 로밍하러 갔다 오다가 국장님이 사라지는 일도 있었지만, 다들 수속 빨리 하고 짐을 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캐리어. 혹은 캐리어에 작은 배낭이었는데 저만 책가방이더군요. 하지만 공항에서 폼나게 돌돌거리고 끌고 다니는 것이라면 몰라도, 인천공항에서 다시 집까지(여기 보도블록 사정이 꽤 안좋습니다) 끌고 가기에 캐리어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물건이거든요. 그런데다 가방 자체의 무게도 엄청나고. 폼은 안나도 가방도 괜찮다 싶습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 순회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넷북이 꺼내서 놀까 하다가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들 찾으러 가시는 여쌤들을 따라갔는데, 음, 저는 솔직히 말해서 면세점은 여자들이 주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남자가 거기서 살 거라고 해봐야 술담배 말고 있나요. 근데.
우와아.
아무래도 나 여자로서 인생을 좀 잘못 살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조금 심각한 고민이.
아니, 길 가는 여자들이 모두 손에 바리바리 면세점 봉투를 들고가는 것까지야 그렇다고 쳐도 말이죠, 우리 남자선생님들이 사모님 부탁을 받거나 등등 해서(안재홍 선생님은 엄선생님 부탁으로) 발음도 입에 안 붙는 온갖 화장품 메이커를 주워섬기며 면세점에서 물건을 찾기도 하고 새로 구입도 하는데 거의 경악스러웠습니다. 참고로 저는 다른 선생님들이 면세점에서 구입하신 것을 찾으시는 동안 뭐 빼놓고 가는게 없나 생각하다가.
약국에 가서 파스를 구입. 했습니다.
밖에서는 3천원하는 파스가 여기서 4천원하는 것에 피눈물이 나더군요. 미리 챙길걸. 하지만 그 파스, 여행 내내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굵은 발목이 더 두꺼워지도록 열심히 걸어다녔으니 말이죠.
로빠 겐조 옴므 향수를 한 병 사려고 봤는데 45달러 붙어 있네요. 이 가격이면 한국에서(지마켓이나 옥션에서) 사는 것 보다 비싸잖아! 싶어서 관뒀습니다.

12시 45분에 대한항공 KE905편으로 출국했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인천-프라하 직항이 있긴 하지만(근데 여긴 인천공항인데 왜 도시명은 “서울”인겁니까? 공항코드는 ICN이지만.) 그건 하루 한대 정도이고 늘 만석. 그래서 올 때는 직항을 이용하지만 갈 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을 한다고 합니다. 다른 짐은 책가방에 넣어 부쳤고, 갖고 있는 것은 넷북과 여권, 그리고 얇은 원서 한 권. (우리말로 된 책을 가져가면 한두시간이면 다 읽어버리니까요)

기내식은 두 번 나왔습니다. 처음 나온 것은 비빔밥과 비프스튜 중 고를 수 있었는데 비빔밥. 먹고 살짝 실망했어요. 뭐야 이거 하면서. 근데 이건 배부른 소리였다는 것을 돌아올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ㅎㅎㅎㅎ 돌아올때는 정말로, 주변에 비빔밥 비벼서 먹는 딸각거리는 소리밖에 안 났으니까요.
저녁밥으로 나온 것은 닭도리탕과 파스타 중 고를 수 있었는데 닭도리탕으로 먹었습니다. 옙, 저는 닭의 천적이니까요.

자, 지금 가는 곳은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단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입니다. (근데 저만 그런듯. 다른 분한테 물어보니 “후랑크 소세지”가 먼저 나오더군요. 역시 내 감각이 이상한건가……)
다들 아시겠지만 알름 산에서 자연에 묻혀 살던 하이디가 대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 와서 도시멀미+향수병을 겪지 않습니까.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그 유명한 말 있잖습니까. 쁘띠건희 아저씨의 명대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마누라와 자식은 왜 나왔을까 생각했는데 홍라희 여사 사진 보고 괜히 부인이 무서워서 굳이 언급했구나 싶은 끄덕끄덕….. 을 날렸던….. 음…… 그 명대사를 날린 곳이 프랑크푸르트입니다. 뭐, 알프스의 소녀에 나오는 압도적인 도시 묘사(그 시대를 감안하더라도)와 이건희 회장 이미지 때문인지 프랑크푸르트는 엄청 큰 도시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프랑크푸르트는 인천보다는 몰라도 서울에 비해서 확실히 작아서. 그런데다 공항 규모도, 실제 규모는 밖에 나가봐야 알겠지만 그냥 봐도 “어째 그냥 딱 제주공항만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밖에 나가면 꿈이 깨지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서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 1시, 프랑크푸르트 시간으로 06시(서머타임 적용)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일단 폰을 켜봤어요. 자동 로밍이 되니까 남친에게 문자(한통에 300원) 보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 11시면 가서 자는 새나라의 공무원인 관계로 아마 자느라 못 받았을 듯 하네요.

안재홍 선생님의 담배 한보루를 대신 데리고 통과하는데 대한항공에서 받은 생수가 세관에 걸려서 압수당했습니다. 그냥 마실걸. 아까웠습니다. 잠깐 짬이 나서 주위를 돌아보는데 벌써 다들 면세점 궈궈. 저도 면세점에 가봤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봤던 로빠 겐조 옴므 50ml가 35유로 붙어있네요. 음? 어쩌지? 한국 가격이랑 비슷할것 같은데? 고민하다가 그냥 관뒀습니다. 프라하는 더 쌀지도 모르니까요. 이성길 선생님은 밤에 마실 외제 음료수(;;;;)를 구입하셨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술 이야기는 그냥 장난입니다. 프라하 공항에서 보게되는 것에 비하면요. ^^ 그 이야기는 좀 뒤에.

면세점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정말로 면세점이 실속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붙어있는 가격에 환율을 생각하면 구입할 엄두가 안 나더군요. 돌아가서 삼성 보너스 포인트에 옥션 쿠폰 얹어서 사는 것이 더 나을 듯. 로빠 겐조 옴므 향수 외에는 만년필을 조금 보았습니다만, 환율 계산해보면 만년필 종류도 국내에서 사는 것과 크게 가격차이가 나지는 않고(인터넷 면세점으로 주문하면서 할인쿠폰을 왕창 받는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일단 정식 수입 제품 쪽이 AS가 잘 됩니다. 그래서 만년필도 좀 OTL. 물론, 만년필은 고가 라인으로 가면 확실히 저렴해집니다. 제가 구입하려는게 금촉이 아닌 스텐촉, 20만원 미만 라인이라서 그렇죠. (가급적 10만원 내외, 라미는 5만원 내외) 저가라인 쪽은 국내에서 사는게 더 낫습니다. 그 가격대는 어차피 비슷한데다 국내에서 사면 잉크 카트리지도 잘 끼워주고 하거든요.

이성길, 안재홍 선생님이 어디 가셨나 했더니 흡연구역에서 담배 피우고 계셨네요. 흡연구역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유리벽으로 차단된 방에 공기청정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요.

기다리는 동안 창 밖을 보았습니다. 베를린 항공의 작은 비행기들도 보이고, 공항으로 부지런히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모노레일도 보입니다. 한국전이 화요일에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없으려나 하는 의논의 말들도 오가고요. 월드컵 결과를 다들 궁금해하고 계시는데, 넷북으로 접속해보고 싶어도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공항 탑승구 앞은 보안구역이라 어차피 인터넷이 될 곳도 아니고요.

한국에서 날아온 짐을 프라하행 항공기로 옮겨싣는 문제 때문인 듯? 예정 출발시각에서 30분 정도 늦어졌습니다. 좀 더 뒹굴뒹굴하며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 체코항공(CZECH airline) KE936편으로 으로 갈아탔습니다.
소요시간은 50분 정도. 김포공항에서 제주도 가는 기분이죠.
엷은 구름이 낀 상공 아래로. 끝없이 지평선이 보였습니다.
기내간식으로 초콜릿 크림이 든 파이반죽으로 빚은 듯한 빵과 주스를 받았는데 꽤 맛있었어요. 체코항공이 대한항공과 연계하여 하는 곳이라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스튜어디스들이 우리말로 인사를 하시고요. 물론 이쯤 되니 한국사람은 별로 안 보이고 기내 안내방송도 한국어/영어/일본어가 아니라 독일어/불어/영어로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프라하 도착. 여기 시각으로 오후 8시인데 아직 해가 떠 있습니다. 공항 지평선으로 해가 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 이제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말입니다. (후우)
전영 팀장님 짐을 찾아서 여는데…….
완전히 편의점 하나를 옮겨온 수준이었습니다. 냉매로 얼리고, 맥주도 얼려서 넣고, 온갖 안주거리에 심지어는 소주에 국장님 좋아하시는 홍초, 이과두주까지 나오는데. 아, 물론 이과두주에서 다들 OTL했죠. 맙소사입니다. 소주는 대체 몇병이 물을 건너 왔을지 아직 알 수도 없습니다. 다 좋은데, 박경진 선생님의 캐리어가 오다가 부서졌습니다. 하드케이스는 그래서 문제죠. 보상 처리가 되는 것 같아서, 이건 돌아가서 인천공항에서 새 케이스로 받기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에는 제 책가방에 폼으로 묶어왔던 다이소표 2천원짜리 짐벨트로 묶어서 다니시기로 했고요.

짐을 다 찾고 박경진 선생님 캐리어 문제도 해결하고 나서 밖으로 나와보니 어둑어둑하지만 하늘은 아직 환합니다. 오후 9시 50분 정도 되었는데 9시 20분에 해가 졌다고 합니다. 일단 기후는 비슷해도 우리보다 고위도니까요. 한국과 달리 보송보송한 공기였습니다.

호텔까지 오는 동안 버스가 후끈후끈해서 푹 잤습니다. 자면서 소설 소재로 쓸만한 꿈까지 꾸었을 정도예요. 일단 프라하….. 가 아니라 체코 제 2의 도시인 부르노로 이동합니다. 밤에 이동해 놓아야, 다음 날 바로 헝가리로 버스로 넘어가서 부다페스트 관광을 할 수 있으니까요.

호텔에 도착했어요. 여자가 총 다섯 명. 3인실에 한지연 팀장님 등등이 가셔서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2인실에는 저하고 김순진 선생님이 묵게 되었거든요. 아무래도 2인실이 편할테니까, 연세가 있는 팀장님과 임산부인 김선생님이 같이 지내시는게 낫겠다 싶어서 가서 몇 번 말씀드렸는데, 나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지내라고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내일이라도 불편하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하고 말씀드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들어왔는데, 버릴 옷만 가득 넣어 온 짐에 정작 슬리퍼를 안 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김순진 선생님이 기내에서 주던 1회용 슬리퍼를 챙겨오신 덕에 살았습니다. 내일 구입할 곳이 있으면 구입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대한항공 기내 슬리퍼(1회용)은 여행의 마지막까지 저를 따라다니게 됩니다. 으흐흐흐흐흐…….

마가린 바르기 bookmarkr.net metags WZD.com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umfit에 글 올리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댓글 RSS 붐바

Comments 1 Comment »

처음에는, 기가 막혀서 웃었다.

1분쯤 웃다가, 디카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마치, 책상 빼라는 듯이 황량하게 밀어버린 내 책상을. 거기는 채점을 앞둔 연수 시험지도 있었고, 내 사적인 물건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라도, 곤란한 일이지. 그리고는, 정말로 전출 신청서를 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다음에는 시궁창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디서 그 단어를 들었더라. 생각해 보니 내가 이곳에 오기 며칠 전 사직했다는 전산서기님이 사직하며 했던 말이었다. 그래, 이해한다. 투표장을 지키고 있다가, 교대로 밥 먹고 오라고 시간주신 틈에 직장, 사무실에 달려와야 했던 것은, 어제 잠들기 전에 굳이 전화까지 걸어 네 책상 치워버렸다고 하고 끊은 그 목소리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오늘 밥도 못먹었다. 참, 그 전화를 걸어놓고 얼마나 고소해서 깨소금 맛이었을까. 당신 표정이 상상이 갔다.

얼마나 내 책상을 빼버리고 싶으면 이럴까. 참나.
근데, 내가 그분의 바람에 부응해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나는 열 가지 중에 아홉 가지가 마음에 안 들어도, 한 가지 붙잡고 있을 이유가 확실하면 그걸 안고 갈 궁리를 하는 사람이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집 근처인 직장과, 나름 괜찮은 상사님들이 계신데 내가 왜 그분의 그런 바람에 부응하여 내 스스로 개고생의 길을 자처하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건 도를 지나쳤다. 길을 막고 물어보라. 이것이 지나친 일인지 아닌지를. 사진을 찍어놓고, 신문 폐품 쌓아놓는데 쌓아놓은 내 짐들을 책상 위에 갖다 부려놓으면서,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이 악물고 참았다. 짐만 부려놓고, N쌤한테 전화를 하면서 택시 잡아타고 다시 투표소로 향했다. 밥먹을 시간은 한시간, 가좌동에서 계산동 왕복으로, 가서 사무실 갔다가 돌아오는데 57분 걸렸다.

하루종일 선거사무를 하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다. 별 실수 없이 끝났고, 사람이 안 올때 꾸벅꾸벅 하기도 했지만 속독시력이 워낙 좋다 보니 사람들 몰릴때 완전 진가 발휘했다. (대체 왜, 도장 찍는 것도 아니고 선거인명부 번호 찾는데 엑셀을 도입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눈이 아프고, 머리는 멍하다. 누워 있는데 또 눈물이 찔끔 난다. 아놔, 씨발. 그만둘까. 이게 한두번이야. 생각하다가, 광명진언을 중얼거렸다. 더듬더듬, 반야심경도 중얼거려본다. 생각해 보니 그 양반이 딱하기도 하다. 그 양반도 자식 키우는 부모 아닌가.

그냥, 나도 당신이 마냥 좋아서 인상 안 쓰고 있는 것 아니다.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고, 그나마 전산바닥 쪽에서는 맞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같은 사무실에, 이렇게 취향 정반대인, 여성적이고 섬세한 분이 계실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도 못했다. 그러니, 내가 참 둔하고 너저분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하나도 몰라서, 이야기 자체가 서로 외계어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

근데, 난 당신의 아홉가지 마음에 안드는 점 속에서도 한두가지 좋은 점은 찾잖아. 그 험한 소리 다 들으면서도 정작 나는, 밖에 나가서 당신 험담 안 하잖아. 당신이 뭐 필요하다고 부르면 내 일 만사 제쳐놓고 당신 지시한 일부터 처리해 주잖아. 레이디 퍼스트라고 생각하고 그정도는 하고 있는걸. 그러면 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적어도 필요할 때 쓸모는 있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런 식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까지 생각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진심으로.

마가린 바르기 bookmarkr.net metags WZD.com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umfit에 글 올리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댓글 RSS 붐바

Comments 2 Comments »

3년 8개월 중 인천에 온 후로 2년 4개월동안 감히 코딩에는 손도 못 대고 오로지 하루 여덟시간 죽어지게 전화만 받느라 죄 다 잊어버린 프로그래밍을 다시 시작하고, 예전에 보았던 C책을 일단 빠르게 복습한 뒤 알고리즘 책을 보고, 선선생님이 추천해 준 마법사 책을 보기 시작하고, 지금 고 1 수준으로 수복해 놓은 수학실력을 다시 고3수준으로 수복해 놓고, 컴퓨터쪽 신간 원서를 읽고, 홈페이지를 수리하고, 하루 여덟 시간 매일매일 만족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것저것 작은 애플릿이나 위젯부터 다시 만들고. 가능하면 학원에 다니면서 네트워크 기초를 좀 다시 공부하고.

그리고 나서는 저녁이나 밤으로는 그저 책 읽고. 글 쓰는 것 없이 그저 책 읽고 뒹굴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밤 새도록 책 읽고, 그러다가 아침에는 약간 느지막히 일어나고.

한달 내내 그렇게 나를 좀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러면 나는 다시 3년동안 전화만 받아야 하더라도 참을 수 있을 텐데.

읽어야 할 책, 해야 할 공부. 충전없이 방전만 계속하는 배터리같은 나.

전산직으로 들어와서, 정작 개발은 한 줄도 할 기회 없이 하루 여덟시간 전화만 받다가 끝날 인생이 되어버려서는. 충전이 필요하다. 조바심내며 자꾸만 쓰는 글도 잠시 멈추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 젠장. 정말 이럴 때는 내 왼쪽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한 달을 쉬고 싶다. 내가 왜, 작년에 인대 나갔을 때 목발을 끌고 출근했던가. 아무리 대체 인력이 없어서 다친 것이 곤란하다는 그 노골적인 반응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해도 말이다.

지금 내가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면 제일 부러울 단어가 그것일거다. 사가독서. 흑(먼산) 이대로 계속 방전되다가는 정말 일 한번 낼 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다리 부러졌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는다면, 전혜진이 드디어 자신을 충전하기 위해 한쪽 다리를 계단에 내던졌구나 하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충전이 필요하다는 요 옆의 위젯이 농담으로 보이는가. (훗)

방에 들어오자마자 코피를 쏟으며 엎어져 있다가, 침대 아래, 책꽂이 하단에 졸졸이 꽂아놓은, 이 방으로 오면서도 끝내 광에 처박지 못하고 가져온 책들을 바라본다. 그래, 걱정하지 마라. 내가 다리를 하나 부러뜨려서라도 너희들, 다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다 볼 거다. 다시 충전해서 돌아갈 거다. 그러니까.

몸도 머리도 마음도.

배터리 경고등이 깜빡깜빡하는 느낌이다.

마가린 바르기 bookmarkr.net metags WZD.com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umfit에 글 올리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댓글 RSS 붐바

Comments No Comments »

*

일식 소식을 듣고 기대기대기대 하다가, 아침에 출근해서 알바학생에게 아크릴판을 사다달라고 했습니다.

*

일식을 보러 나온 학생 여러분.

*

처음에는 아크릴 한장으로 했는데 눈이 부시더군요.

*

그래도 일식의 형태를 슬쩍 엿볼 수 있습니다~~~

*

아크릴을 반 잘라 두장 겹친 상태. 어떤가요?

*

한번 더 잘라서 세 장을 겹쳤습니다.

*

이쯤 되면, 처음에는 저 학교 대표 변태가 또 뭔 짓을 하는가 하고 쳐다보시던 다른 선생님들, 모두 창문에 달라붙어 계시죠…..

구름 낀 날 처럼 하늘이 어둡습니다. 광량이 전체의 20% 정도로 줄어 있어도 밖이 크게 어두워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보통 일식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일식 사진에서 보이는 그런 것이죠…… 어둠 속에 불타는 태양;;;;;)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태양의 존재감도 그렇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이 사진은 현재 제 바탕화면.

*

이건 12시 무렵에 찍은 사진. 거의 마무리….. 죠.

파란 아크릴로 찍었더니 재미있는 느낌이 나죠? 파란 하늘에 일식이 보이는 듯이. 하지만 파란 하늘에 일식…을 맨눈으로 보면 한참 눈이 어릿어릿합니다. 주의하세요. 그리고 그건 둘째치고, 저는 30년을 속았다 이겁니다. 부분일식이라서 날이 안 어둡지 하고 생각하고 그러긴 해도, 일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거죠. 검은 바탕….에 선명한 일식. 그동안에 있었던 일식이야 그렇다고 쳐도, 이번에는 한 70~80% 가린다고 하길래 하늘이 어두워지고 뭐 그런 것을 생각하죠. 근데 음……

아, 그러면 옛날 사람들은 부분일식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대야에 물 받아놓고 비추어 보면, 해의 모양이 보입니다. 아마 그렇게 보았겠죠. 지금처럼 아크릴 판이나 디스켓 조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마가린 바르기 bookmarkr.net metags WZD.com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umfit에 글 올리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댓글 RSS 붐바
Tags:

Comments 2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