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8개월 중 인천에 온 후로 2년 4개월동안 감히 코딩에는 손도 못 대고 오로지 하루 여덟시간 죽어지게 전화만 받느라 죄 다 잊어버린 프로그래밍을 다시 시작하고, 예전에 보았던 C책을 일단 빠르게 복습한 뒤 알고리즘 책을 보고, 선선생님이 추천해 준 마법사 책을 보기 시작하고, 지금 고 1 수준으로 수복해 놓은 수학실력을 다시 고3수준으로 수복해 놓고, 컴퓨터쪽 신간 원서를 읽고, 홈페이지를 수리하고, 하루 여덟 시간 매일매일 만족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것저것 작은 애플릿이나 위젯부터 다시 만들고. 가능하면 학원에 다니면서 네트워크 기초를 좀 다시 공부하고.
그리고 나서는 저녁이나 밤으로는 그저 책 읽고. 글 쓰는 것 없이 그저 책 읽고 뒹굴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밤 새도록 책 읽고, 그러다가 아침에는 약간 느지막히 일어나고.
한달 내내 그렇게 나를 좀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러면 나는 다시 3년동안 전화만 받아야 하더라도 참을 수 있을 텐데.
읽어야 할 책, 해야 할 공부. 충전없이 방전만 계속하는 배터리같은 나.
전산직으로 들어와서, 정작 개발은 한 줄도 할 기회 없이 하루 여덟시간 전화만 받다가 끝날 인생이 되어버려서는. 충전이 필요하다. 조바심내며 자꾸만 쓰는 글도 잠시 멈추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 젠장. 정말 이럴 때는 내 왼쪽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한 달을 쉬고 싶다. 내가 왜, 작년에 인대 나갔을 때 목발을 끌고 출근했던가. 아무리 대체 인력이 없어서 다친 것이 곤란하다는 그 노골적인 반응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해도 말이다.
지금 내가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면 제일 부러울 단어가 그것일거다. 사가독서. 흑(먼산) 이대로 계속 방전되다가는 정말 일 한번 낼 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다리 부러졌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는다면, 전혜진이 드디어 자신을 충전하기 위해 한쪽 다리를 계단에 내던졌구나 하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충전이 필요하다는 요 옆의 위젯이 농담으로 보이는가. (훗)
방에 들어오자마자 코피를 쏟으며 엎어져 있다가, 침대 아래, 책꽂이 하단에 졸졸이 꽂아놓은, 이 방으로 오면서도 끝내 광에 처박지 못하고 가져온 책들을 바라본다. 그래, 걱정하지 마라. 내가 다리를 하나 부러뜨려서라도 너희들, 다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다 볼 거다. 다시 충전해서 돌아갈 거다. 그러니까.
몸도 머리도 마음도.
배터리 경고등이 깜빡깜빡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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