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자들의 소비욕의 기준이 어디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냥 주변 여자들을 보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들과 장르는 다르지만, 내게도 소비의 욕구는 분명히 있고, 취향이니까 존중해 드리자. 뭐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없기는 하다. 소비할 여력이 된다면 500만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건, 천만원이 넘는 가방을 들고 다니건 그 사람의 문제. 그런 여자들을 된장녀니 뭐니 하고 가름할 이유가 없다. 온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자신의 힘으로 손에 넣은 것들에 대해서야, 남에게 그 취향을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그게 천만원짜리 가방이건 인간하고 하는 것과 느낌이 똑같은 똑같은 섹스돌이건 온갖 종류의 덕물품이건, 남이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니까. 자신의 힘이 아닌, 남의 힘, 혹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당겨 쓰며 그렇게 누리고 있는 것이라면…… 그에 대해 사람은 언젠가 어떤 형태로건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니 그 역시, 남이 뭐라 할 부분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남자들이 된장녀 운운 하는 것이 꼴같지 않다. ^^ 남이사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건 뭘 하건, 당신도 밥보다 비싼 술 마시고 있을 테니까. 분수에 맞지 않는 가방을 탐내네 어쩌네 해도, 많은 남자들이 자신의 연봉에 비추어 볼 때 분수에 맞지 않는 차를 원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놈이 그놈이다.
된장녀니 어장녀니 욕하는 것도, 까놓고 말해서 “지가 못 먹을 여자”에 대해 한탄하는 것 뿐이지 않는가. (결국 분수에 맞지않는 것을 탐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게 없는 일이다.)
하여간 나에게도, 장르가 좀 다를 뿐 정상적인 소비욕이 있는데.
절약을 하고 저축을 한다고 하면, 그 소비욕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를 절제하는 것은, 욕망을 거세한 고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누군가 앞에서 흔든다고, 이걸 지르면 당신도 쏘 쿨해진다고 부추긴다고, 이런 것이 집에 있어야 만족스런 주방이 된다고, 그렇게 사방에서 유혹해온다고 팔랑팔랑 팔랑귀로 흔들리는 것이 더 우습지는 않은지.
뭐, 그것도 당신 선택이니 나는 취향이니 존중할 뿐이다. 다만,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소비하고, 부추김에 넘어가는 대신 펀드에 꼴아박는 사람을 고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 언젠가는 철이 들 날이 올 것이다.
부모의 돈도 형제의 돈도 내 돈은 아니다.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돈이라고 해서 내 돈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 벌어 함께 움직이는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고, 남편의 돈이란 내가 전업주부일 경우에 한해 일정 부분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이지, 내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돈은 더더욱 아닐 거다. 전업주부로 사시면서, 아버지 월급은 생활비 빼고 무조건 저축하거나 하시면서 당신을 위해 쓰는 것도 아버지와 늘 의논하셨던 우리 어머니나, 직접 벌어오시면서도 출퇴근비와 식대 외에는 당신 용돈으로 새 라켓이나 운동화 사는 것도 어머니와 의논하셨던 우리 아버지는, 답답하고 보수적이지만 완벽하게 소통하고 의논하는 경제공동체였다.
아마도 나와 세이군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쪽은 둘 다 돈 벌어오는 주체긴 하지만. 나는 세이보다 많이 벌고, 책을 사다 보니 소비가 조금 더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뭔가 살 때는 세이에게 늘 의논을 한다. 네 돈이 아니라 해도 의논은 해준다. 그리고 세이도 그건 마찬가지다. 반찬 사고 뭐 하고 하는 것이야 의논하지 않겠지만, 퍼즐을 사거나 컴 부품이나 그런 것을 살 때는 보여주고 같이 의논하고 한다. 두 사람 다, 부모님께 금전적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어차피 인하대 가는 것 탐탁해하시지도 않았으니 대학 학비는 대출받아 다니고는 칼같이 맞추어 갚았고, 세이는 집과 의절해서 용돈은 안 드리고 있지만 나는 용돈도 드리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돈은 한푼 아까워서 잘 쓰지도 못하던 우리 어머니는 그걸로 친구분들에게 폼을 내고 다니신다 ^^ ) 아마도 평생, 남 덕 보고 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편하다. 학비대출 갚을 때야 죽는 줄 알았지만 ^^ 결국은 그걸 내 손으로 갚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부모님께 내 하고 싶은 말 하며 살 수 있는 거다. 결혼 비용이나 집 구입도 내 손으로 다 준비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부모님께 간섭 덜 받을 수 있을 거다. (지금 그 일 있고 나서 결혼을 보류시킨 것은 사실, 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자에 가깝다.) 2년 반 죽어라 고생한 게, 돈 몇푼 때문에 부모님한테 쥐어 지내고 그러는 것 보다 훨 자유롭고 낫다. 곤란에 처했을 때, 어떻게든 부모님이 도와 주실거야 하고 철없이 아가리 삐약삐약 거리면서 하늘 바라보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낫다.
앞서 말한 통제를 넘어선 범위, 분수를 넘어선 소비, 이런 것은, 결혼한 상태라고 남편의 벌이까지 자신의 수입으로 생각하거나, 결혼하고도 부모님께 용돈 받는 사람들을 두고 든 생각이기도 했다. 운이 좋아 남편의 사업이 점점 번창하고 자신의 소득도 꾸준히 올라준다면 그건 그 사람의 천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그 소비에 대한 대가는 나중에, 자식이 성장할 때나 자신이 일을 그만두고 은퇴생활을 누릴 때 지불하게 될 거다.
사실은 그게 더 비참하고, 통제 안되는 상황일 거다.
내가 소비욕이 거세된 고자인 줄 아는 인간이 있어서 모처럼 몇줄 적어봤다.
중요한 건 수입이 아니야. 어떻게 쌓아서 굴리느냐지. 어디, 20년 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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