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 출근 길에 아이리버 PMP를 주웠습니다.

예전에야 폭풍간지를 자랑하던 아이리버였지만, 요즘은 뭐.
그래도 학생들 쓰기에 적합한 가격대이기는 하지. 하고 생각했죠. 어쨌거나 케이스째 떨어져 있었는데.

*

출근하느라 진주아파트 단지를 지나 정류장 쪽으로 빠지는 샛길로 나서려는데
바로 그 샛길 입구에 떨어져 있었어요.
주인을 알아보려고 일단 켜 보았는데, 동영상이라고는 EBS 강의 뿐이고, 텍스트 파일은 모두 언어영역 단편이었으며, mp3는 모두 클래식 아니면 찬송가…… 어떻게 확인했느냐고요? 이름도 봤고 몇개 랜덤으로 켜보기도 했거든요. 우와, 이런 모범생이.

*

이렇게 공부하는 애가 PMP를 잃어버리고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출근하자마자 아이리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음, 그런데.

당연히 학생 연락처 안 가르쳐 주는 것이야 이해가 가죠. 그거야 요즘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학생 번호를 알려주었다면 곤란했을 겁니다.

근데 참, 사람을 아주 기분나쁘게 하네요?

시리얼번호가 등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저는, 학생에게 제 연락처 가르쳐 주거나, 아니면 저희 동네 파출소에 맡겨 놓을 테니까 학생이 찾아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거기서는 반드시 본사를 거쳐야 하니 본사로 택배를 보내달라고 하는군요. 참고로 인천에도 아이리버 존도 있고, 이 물건을 습득한 장소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파출소도 있습니다. 학생과 직접 만날 필요도 없죠. 그런데.

“여보세요. 애가 고등학생이고 순 공부할 것만 넣어 놓았는데, 급하게 찾고 있을 것 아닙니까. 애한테 연락은.”

“연락을 했는데 안 받아요.”

…….9시거든요. 내가 전화하고 5분도 안지나 다시 전화했는데, 학생에게 대체 몇 번이나 걸어봤을 것이며.

아침 9시. 고등학생이면 학교에 있겠죠. 아, 좀 평범한 시간에 전화해주는 센스도 없어? 문자 보내거나?

“하여간 내가 주운 곳은 우리 동네, 그것도 아파트 단지에서 정류장 가는 길목이에요. 뻔히 이동네 애거든요. 거기서 주운 것을 본사까지 갔다가 돌려주라니, 1주일이나 걸리라고요?”

“그래도 직접 주시면 안됩니다. 직접 연락이 되더라도 본사를 통해서.”

오히려 뭐랄까, 좀. 사람을 아주 기분나쁘게 하는 게.
왜, 직접 만나면 애를 해꼬지라도 할 까봐서요?
아니면 물건 돌려준다고 하고 돈이라도 뜯을까봐?
저도 고등학생 집에 가는 시간 일일히 챙길 수 있을 만큼 널럴한 인생 아니거든요. 같은 아파트 단지면 경비실에 맡겨놓고, 혹시 단지가 다르면 가좌 파출소에 물건 맡겨놓고, 애한테 집에 가는 길에 찾아가라고 하면 되죠. 근데, 본사를 경유하지 않으면 돌려주더라도 분실물 처리가 되고 그러면 고객님(저 말입니다)께 피해가 가고 어쩌고. 그래 어쩌라고? 너같으면 이러고도 남의 물건 찾아주겠냐?

……..그만두죠.

아, 예. 이 시점에서 저는 그냥 연락 끊고 이놈의 귀찮은 PMP를 갖다 버려도 도의상 문제 없을 겁니다. 근데 문제는 저기서 제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거죠. 씨발. 그러려고 전화번호 물어봤냐.

부평 아이리버 센터에 갖다 맡길까 하다가, 그러려면 환승지점 아닌 데서 내려야 하니 귀찮더군요.

이번에는 레인콤으로 걸었는데, 어쨌건 상담원과 연결.

위 내용에 대해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으며, 고등학생은 이게 급할 거고 나도 택배 부치기 귀찮으니까 우리동네 파출소에 맡기겠다. 알아서 해라. 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사람은 제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러시고 내일 파출소 위치하고 담당경찰 성함 및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학생에게 문자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물건 사고 제일 열받을 때 중 하나가…….

잃어버린 줄 알고 샀는데 다음날 나타나는 겁니다. 1주일이면, 요즘 세상에야 삽질하다가 새로 살 만한 시간이죠. 그걸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물건 잃어버린 고객과, 그걸 줍고는 주인 찾아주려고 연락한 사람의 사정 정도는 이해하는 회사가 되어야 할 것 같네요.

학생은 전화 못 받을 아침 9시에 달랑 한 통 걸어보고 연락이 안되니 배째쇼 하는 마인드로는. 사실은 저 역시 아이리버 존 등에서 몇몇 기분상하는 일을 겪고, 그 이후 구입한 mp3는 차라리 서비스 센터라도 동네마다 있는 삼성 yepp으로 샀습니다만.

고객 응대의 기본은, 적어도 기분 멀쩡하던 상대방을 기분 더럽게 하지는 않는 겁니다. 예 고객님 소리만 하면 듣는 상대가 좋아하는 줄 압니까? 상대를 뭘로 취급하는 겁니까, 아이리버.내가 그딴 소리 들으려고 아침부터 삽질한 줄 압니까?

참, 아주 훌륭하십니다 그려. 오지랖 넓은 내 죕니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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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아이리버 이래서 안되는 거구나;;;;;”
  1. jin says:

    음.. 뭐 그런거조.. 귀차니즘…
    하지만 좀 너무한듯…
    그리고…
    학생은 요즘 유행가도 안넣고 다니남…
    창송가… ㅎㄷㄷ

  2. jin says:

    아마도…. 본사에서…
    목에다 힘좀 줄려구 그런건아닐지…
    괸시리… 잘난척좀 할라구?
    아마도… 고객관리를 잘한다 뭐 그렇게…
    제대로 하는것도 없으면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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