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상당히 파란만장한 일이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등기하던 날, 반년 전에 세이군에게 돈을 빌려가놓고는 그대로 주지도 않고 버티다가 계속 달라고 요구하자 애를 협박하고 적반하장격으로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없네 어쩌네 하고 폭언을 퍼붓고는 애를 초토화시킨 뒤 룰루랄라 제주도 여행을 가신 그 부모님 일도 있고 해서. (그게 잔금 전날 밤에 일어난 일)
(그 바람에 잔금날 아침, 세이군이 준비해와야 하는 등기비용 및 기타 잡비가 모자라서 많은 당혹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뭐, 참나, 부모로서 그런 말이 잘도 입에서 떨어지는군 싶은 다양한 표현을 들었는데, 앞으로의 작품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작가를 적으로 돌리면 말이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해명처럼 덕이라고는 한 줌도 없는 나쁜 인간은 언젠가 그 체험을 써먹을 겁니다. 예를 들면 송모씨라든가 송모씨라든가 송모씨라든가……)
부부재산 약정등기를 했습니다.
평등부부를 위한 것이냐? 글쎄요, 사실 평등부부 하려고 약정등기를 해도 법무사, 등기소, 구청 등에서 헉 이런 것을 다 하네 하고 놀라거나 내용물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뜯어말리려 드는 판인데.
같이 살 때는 대단히 평등합니다. 정상적인 이혼이라면 역시 평등하겠죠. 그런데
세이군이 바람을 피웠거나, 그 부모님이 개입해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경우 대단히 불평등하게, 그야말로 개털을 만들어버리고 제가 싹 챙겨나올 수 있도록, 특약사항을 잔뜩 넣었습니다.
그리고 혼인신고 전에도, 등기 후부터 발효되도록 따로 define을 하고요.
예를 들어 약정중에 “세이군 부모님의 과도한 간섭, 언어적 물리적 폭력, 기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일들로 인하여 이혼이나 별거나 파혼 등을 하게 되면, 집부터 시작해서 자산이란 자산은 모두 제가 챙기게 되어 있습니다. 위자료는 세이군 월급에서 받고요. 친권도 안 주고요. 아, 혹시나 폭력적인 일이 중간에 있거나 할 경우 세이군 부모님과의 민형사상 합의와는 상관없는 위자료입니다. 그건 그분들께 받아야죠. 아이가 있을 경우 세이군 부모님에 대한 접근금지가 발효되기 전에는 세이군은 애도 못 만나게 됩니다. (단 접근금지를 받아오면 면담권이 보장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어디로 보아도 훌륭한 조항이죠.
뭐 그런 무시무시한 것들로 가득한, 아주 흉악한 약정서를 보고 세이군은 안심하였습니다.
저는 세이군 돈을 떼어먹지 않거든요.
오히려, 그분들이 애가 발령받기 전에 몇푼 벌어놓은 돈을 몽땅 털어 빌려가놓고 안 돌려준 채 낚시여행을 가버려서
애가 출근할때 입을 옷도 구두도 하나도 없어서 쩔쩔 맬 때
(이녀석의 전 직장은 IT업체였지요……)
제 카드로 그어서 수트부터 사고(그 겨울이 그렇게 추웠고 세이군은 소매가 다 닳은데다 얼룩덜룩한 아크릴 소재 코트 한 벌 밖에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코트는 못 샀습니다. 저도 가난해서 말이죠.)
구두하고 셔츠하고 속옷하고 양말 1주일치하고 넥타이를 제가 사줬습니다. 선물로요.
저희 엄마는, 추운데 출근한다고 저희 외할머니가 아버지 입으라 보내주신 가디건 중 색깔 차분한 것으로 주셨고요.
가방은 일단 학교때 메던 꾸리꾸리한 가방 들고 나가다가,
생일때 제가 출근가방을 사줬죠. 흑.
(뭔가 그때 이야기를 하면 또 눈물겨운)
(그러고 보니 이분들은 아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에 돈 빌려간 것은 안 돌려준 채 폭언을 퍼붓고 날라버리는 데 도가 튼 분들인 것 같습니다.)
집 등기를 하고
부부재산 약정등기를 하고
세이군은 그런 곤경에 처했으면서 미리 이야기를 해서 수습할 방도를 마련하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죽도록 혼나고, 빌고.
그래도 그런 무지막지한 등기를 해 놓으니 일단은 안심이 되더군요.
이 등기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혼인신고 전)들이 할 수 있는 등기로(결혼한 뒤에는 못합니다. 부부간에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아요)
일단은 이혼이나 사별, 파혼 등등 시 재산 분할에 대해 지정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동산의 권리는 공동으로 한다던가, 현금자산은 5:5, 혹은 연봉비율로 권리를 갖는다던가.
보증을 서지 못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고, (보증이 무효가 됩니다. 단, 그에 대한 민사상 손실은 보증을 선 사람이 자신의 특유자산으로만 갚아야 해요. 저한테 손 벌릴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에는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던가. 제가 동의 안 해주면 돈도 못 빌려줍니다. 당연히 차용증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놓았고요.
여러가지를 설정할 수 있어서 좋아요. 좋은데
“계약결혼하나요?”
“그런 흉악한 것을 어찌……”
“사랑하는 사람을 믿으니까 결혼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못 믿어서 어떻게 결혼을 해요.”
“이혼이나 사별이라니, 결혼 앞두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선 봐서 결혼해요?”
“……헉.”
자, 이런 말들은 법무사, 무료법률상담(변호사), 구청공무원, 등기소 등에서 들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시골바닥에 내려간 모던 걸같은 기분이 되어서 말이죠.
신이 나서 룰루랄라 돌아다녔습니다.
(뒤에는 잔뜩 야단맞고 주눅든 세이군과, 저거 또 신기한 일 하고 다닌다고 혀를 차시는 엄마가 따라오고 계셨습니다)
어쨌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데 어떻게 저런 것을 하냐니.
한국사람들은 생각보다 로맨틱하더군요. 하긴, 밤이나 낮이나 나오는 드라마가 다 삼각사각오각관계 눈물겨운 순애보니 인간들의 대뇌구조가 그리 될 만도 하지. -_-+ 그래도 등기소에서 뵌 분은 예전에 이 등기를 한번 본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용 흉악하죠? 얘도 다 동의했어요. 괜찮아요오오~”하면서 천연덕스레 등기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죠.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다른 데서는 “법전에서만 봤다” “이런 등기가 실제로 있는 거였냐” 등등의 반응이기는 했죠…..;;;; 뭐 하여간, 이 법 생기고서 지금까지 100커플 정도만 이 등기를 했다고 하니 알만합니다. 전날 미리 구청과 등기소에 예고 때리고 갔음에도.
구청에서는 등록세를 얼마 받아야 하는지 몰라 당황;;;;;;;;
(제가 미리 조사해 갔지요. 등록세 6000원, 교육세 1200원)
구청에서 등기소에 확인해서 세금을 받고요.
등기소에 갔더니 아예 규정집을 펴놓고(구청 옆에 등기소가 있지요) 기다리고 있더군요. -_-+
하기사, 집 등기하느라 부동산에서 뵈었던 법무사님도
이런것 셀프로 등기하려는데 절차 어떻게 되나요 하고 여쭤봤더니
“대체 왜 이런 흉악한 것을 합니까?”
같은 반응이 나오기는 했지만.
해두니 나름 안심이 되고 즐겁네요. 그것까지 끝나고 나서야
저희는 다시 열쇠를 들고 저희들의 새 집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마음이야 잔금 치르자마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뭐……
아참, 양식은 서울 여성의 전화 사이트나 인터넷 대법원 사이트에서 받으실 수 있고요,
등기비용은 다 해서 9200원입니다. 세금이 7200원이고 증지가 2천원.
야박하지만 뭐, 저도 가정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빠지게 벌어서, 제 가족 건사하고 지키고, 혹시 역량이 되면 저희 부모님께 잘 하고.
그런데 저건 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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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해명님 부부재산약정등기를 하셨네요.
등기시스템 유지보수하는 저도 안했는데…. (이런저런 일들이 귀찮고…;;)
뒷자리의 과장님이 들으면 기뻐하시겠군요.
작년에 시스템 개비한 이후 처음으로 하셨을지도…;
그렇지 않아도 등기부등본 떼어보니까 2008 하고 숫자가 한참 000000이 나오다가 끝에 1이라고 찍혀 있는데
이게 인천에서 올해 1번인지, 전국에서 1번인지는 모르겠어요.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