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일로 꽤나 키배를 벌인 적이 있었다. 말이 좋아 키배지, 그 흔적 중 일부를 따로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걸어놓기까지 했을 만큼 나에게는 단순 키배가 아니라 일종의 진지한 싸움이었는데.
그때, 상대편들은 나보다 최소 10살 이상 연상이었고, 우리를 어린애 취급했으며, 이쪽이나 저쪽이나 세상에서 보기에 과히 고상하지 못한 매체인 것은 피차일반인데도 우리보고는 “철없는 어린 팬들” 운운 하고, 내가 존경하는 분에 대해서는 “애들 사주하는” 운운 하는 뻘소리들을 해 댔다. 어이, 이봐요. 맹목적으로 감싸는 것이야말로 팬의 자세는 아니잖아. 그걸 모르는 30대 중반의 아줌마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퍽 곤혹스럽고, 짜증이 만발했으며, 나중에는 저것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거야 하고 혼자 화장실 문짝을 걷어찰 지경에 이르렀다. 근거를 찾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내밀면, 법조계 쪽이라는둥 명예훼손이라는둥 자기들 말로 “어린애들”이라고 한 사람들을 협박이나 슬슬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떠들어대는 그쪽에서 어른의 모습을 찾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내 성질을 참 긁은 여성이 몇 분 계셨다.
나는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립성 저혈압 치료에 참 도움이 되고, 어떻게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음, 참 짜증났지. 그런데 요즘은 거기에 하나 보태서, 솔직히 고맙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그때 선생님께서는 내게 글 쓰고 싶은 사람은 그러면 안된다고 몇 번이나 엄격하게 말씀하셨음에도, 정서면에서 의지하고, 팬심을 불태우고, 그러는 면이 꽤 있었다. 정말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찾기가 어려운데, 음. 그런 걸까? 팬으로서 많이 가까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영향을 받는, 비유하자면 일종의 가신같은 것. 그런 것이 되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2005년 겨울에 깨달았다. 스물 다섯에 그러는 것이야 귀엽지만, 서른다섯 넘어서 저러면 징그럽구나, 라고. 팬이야 징그럽건 어쨌건 봐줄 만은 하다고 쳐도, 글 쓸 사람은 그러면 안되겠구나 하고. 존경하더라도 가는 길은 달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만화나 소설이라면 아류작에 불과한 것 밖에 만들지 못할 것이고, 방송작가라면 늙도록 새끼작가 노릇밖에는 못하겠지. 그 역시도, 스물 다섯에 그러는 것은 젊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서른 다섯 넘어서 남의 아류, 남의 따까리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건 끔찍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그 일은 내 선생님께는 참 뭐랄까, 테러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바뀌었다. 팬으로서의 숭배는 희미해졌다. 같은 길을 쭐래쭐래 따라가려는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나는 사실 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의 제자가 아니고, 그렇기에 오히려 자유로웠다. 나는 그 무엇에도 묶일 필요 없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을 쓰며 달려가면 되는 것이었다. 참으로 건방지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말이지만, 나는 그분을 내 목표가 아니라 경쟁상대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한 30년쯤 후에 내가 정말로 뭔가를 이뤄내면, “그 전설의 레전드 전혜진 작가가 존경하고 초기에 영향을 받았던 엄청나게 훌륭한 분” 으로 내 선생님을 빛내드리면 그것도 참 좋겠구나.건방지다 못해 그런 생각도 하고 있다. 아, 참고로 이 생각은 현재 진행형이다. (훗)
뭐, 경쟁상대로 삼는다고 쳐도 그분은 30대 초반에 이미 탑클래스였으니, 신발 벗고 쫓아가도 이건 뭐 장난 아니겠지만.
어쨌건 반면교사라는 점에 있어서, 나는 그때 내 속을 긁던 인간들에게도 뭔가를 배운 셈이다. 서른 다섯살에 그런 꼴로 살지 않게 스물 다섯살의 내게 온갖 안좋은 것은 다 보여준 것, 그런 점은 정말로 많이 고맙다. 일 쪽이건 사적이건 드라마쪽 관계자는 절대 신뢰하지 않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편견을 심어놓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ps) 그때 나를 집중으로 긁던 양반들은 35세 이상이었다. 얼마 전에 일없이 남한테 뒤돌려차기 날리고 간 분도 30대 중반이다. 30대 중반은 뭔가 사람을 구질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나이인 것은 아니겠지. 신독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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