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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3] 그들은 바그다드로 갔다

실수투성이에 남을 잘 흉내내는 속기사 빅토리아 존스는 직장에서 해고되던 날 우연히 만난 미남 에드워드가 바그다드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그다드로 갈 방법을 찾는다. 그는 바그다드에 도착한 다음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는 상태로, 공짜 비행기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고고학자인 폰스풋 존스 박사의 조카이자 주교의 조카라고 거짓말을 하고 바그다드로 가는 부인을 수행해 간다.

초 강대국들의 비밀 정상회담장이 될 이곳 바그다드에서, 영국의 첩보원인 헨리 “파키르” 카마이클은 적들에게 쫓기고 있다. 그는 영국 대사관에서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적이 숨어들어와 있었다. 카마이클은 염주로 모스 부호를 쳐서 옛 이튼 동문이자 고고학자인 폰스풋 존스 박사와 함께 일하는 리처드 베이커의 주의를 끌고, 셰아크 후세인 알 지리야에게 맡겨 놓은 마이크로필름을 찾을 암호를 둘로 나누어, 그 절반을 리처드의 주머니에 밀어넣고 사라진다. 도망치던 그는 빅토리아가 묵고 있던 호텔 방에 숨어들지만 살해당하고, 죽어가며 “루시퍼, 바스라, 르파즈루”라는 말을 남긴다. 카마이클의 죽음을 알게 된 정보부 직원 데이킨은 빅토리아를 첩보원으로 삼고, 빅토리아는 카마이클이 남긴 단서이자 사모하는 에드워드가 있는 바스라로 향한다.

이야기 자체에는 이런저런 구멍들이 있고, 다소 우연이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거대 범죄집단과의 대결이나 묵직한 첩보물을 추구하려다가 다소 무리수를 둔 듯한 이야기들과 달리 사랑과 모험을 위해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빅토리아 존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첩보원의 죽음과 암호, 정상회담과 같은 묵직한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하고 흘러가는 이 흥미진진한 로맨틱 첩보물은, 사랑과 적당한 배신, 그리고 낯선 나라에서 만난 새로운 사랑까지 완벽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번째 결혼에 비추어 보면 더욱 즐겁다. 이야기 자체도 스피디한데다 번역도 좋아 걸리는 데 없이 술술 읽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