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8]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그렇다.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는 언제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느긋한 휴양지인 카리브 해의 한적한 호텔, 미스 마플은 조카인 레이몬드와 조앤 부부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과거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팔그레이브 소령과 잠시 어울린다. 라피엘 소령은 여러가지 지루한 회고를 늘어놓으며 살인자의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하다가, 문득 누군가를 보고 자기 사진을 치워버린다. 미스 마플은 그 사진을 궁금해 하지만, 소령은 곧 시체로 발견되고 미스 마플은 자신이 아끼는 사진이 팔그레이브 소령의 지갑에 들어 있는 것 같다는 핑계로 사진을 확인해 보려다가 팔그레이브 소령이 보여주려 한 사진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이 휴양지에는 영리하고 치밀하지만 다소 까다롭고 팍한 부자 라피엘 씨가 와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경찰들이 있는 세인트 메리 미드와 달리, 이곳에서는 걱정 많고 수다스러운 평범한 할머니로 취급받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보풀이 인 분홍빛 스카프를 쓴 미스 마플은 몸이 부자유스러운 라피엘 씨와 손을 잡고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한정된 인물들 사이에서 용의자를 좁혀 나간다. 이 거대한 밀실같은 휴양지에서의 범죄를 수사하는 이들 노인 콤비의 이야기는 추리 면에서도 좋았지만, 그렇게 로맨스를 좋아하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미스 마플에게 드디어 로맨스 비슷한 것을 부여하려는 건가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오만한 라피엘 씨가 헤어지기 전 미스 마플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야말로, 수많은 로맨스 소설에서 오만하고 부유한 남자 주인공이 주인공에게 무릎을 꿇는, 바로 그런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지는 것이다. 지금껏 이 전집을 다시 읽어오는 동안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었다.


게시됨

카테고리

,

작성자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