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5] 푸아로 사건집

“서방의 별”의 모험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 그러고 보니 예전에 소년중앙 같은 걸 보다 보면 “어디의 별” 같은 이름의 보석들 이야기가 종종 보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어릴 때 그렸던 연습장 만화 중에도 마이크로프트와 소녀 탐정이 실종된 그런 이름의 보석을 찾는, 레이디 디텍티브의 프로토타이프 같은 단편이 있었다.

그리고 푸아로는 헤이스팅스를 좀 더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마스던 장원의 비극

푸아로가 보험 회사의 의뢰를 받아 멜트레이버스 씨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는 이야기. 보험 조사원이라고 하니 마스터 키튼 생각을 하며 읽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음.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

내 집을 마련했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상황은 사실 그 자체로 종종 호러의 소재가 된다. 심지어는 조선시대 필기야담에도 힘들게 집 장만 했는데 흉가였던 이야기 같은 게 나온다. 일본의 경우는 사고물건에 대한 괴담들이 있고. 이 이야기의 로빈슨 부부는 이상할 정도로 싼 가격에 집을 구했는데, 푸아로는 이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숨겨진 사건을 찾아 해결한다. 부동산은 한정되고 비싼 소재고 서민에게는 종종 전재산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동서고금 어디서나 나타나는 것일지도.

사냥꾼 오두막의 미스터리

셜록 홈즈 시리즈에도 있는 패턴으로, 탐정이 앓아눕는 바람에 친구이자 조수 역인 인물이 혼자서 탐정 역을 맡아 수사를 하다가, 마지막에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태. 이 구조의 장점은 역시 푸아로가 사건의 중심일 때와 달리, 탐정 역을 맡은 인물이 사고의 비약 없이 침착한 관찰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독자와 거의 동등한 눈높이로 간다는 것.

백만 달러 채권 도난 사건

뉴욕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사라진 백만 달러 어치의 채권에 대한 이야기로, 푸아로는 이번 이야기에서도 “사람은 자기보다 재능이 뒤떨어지는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네. (중략) 나는 천재적이기에 그런 벌을 받는 거야.”같은 자신감 150%의 망언을 해 댄다. 이런 것이 푸아로의 습관인 줄은 알지만 마흔 다섯 권 연속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고 있으니 슬슬 푸아로가 밉상으로 느껴진다. 아, 영감님 진짜.

이집트 무덤의 모험

고고학자와 결혼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관심사와, 당시(투탕카멘의 무덤이 1922년에 발견되었고 이 소설은 1923년에 나옴) 유행했던 이집트 피라미드와 미라에 대한 관심이 함께 담긴 단편. 피라미드 발굴 관계자들이 연속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점에서 당시 파라오의 저주에 대한 여러 설들이 겹쳐진다. 여담이지만 1980년대에는 이집트의 신들이나 미라, 파라오의 저주, 피라미드, 카노푸스 단지 등에 대해 어린이 신문 잡지에서 수시로 다루었는데(그래서 멀쩡한 미미 인형에 길게 접은 휴지들에 물 묻혀서 둘둘 감아 미라를 만들기도 했다),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좀 즐거웠다.

그랜드 메트로폴리탄 호텔 보석 도난 사건

어떤 면에서 매우 정석적인, 호텔에서 도난단한 진주를 훔친 범인을 찾는 이야기.

납치된 총리

1차 세계 대전 중 영국 총리가 독일 스파이에게 납치된다. 푸아로는 납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내고 총리를 구해낸다. 푸아로(는 물론이고 셜록 홈즈도)가 첩보물의 형태로 나오는 건 역시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탐정은 제임스 본드 같은 첩보원과는 카테고리가 좀 다르다고.

대번하임 씨의 실종

푸아로는 사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 안락의자 탐정 식으로 재프 경감과 헤이스팅스의 정보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한편으로 그렇게 현장을 보지 않고도 해결을 하다 보니, 푸아로의 정리에 대한 집착과 그 잘난 척은 하늘을 찌른다.

“물적 증거들이라는 것은 대개 중요치 않아. 정말 중요한 것은 한두 개 뿐이네. 바로 두뇌와 작은 회색의 뇌세포.”

한편으로 문득 코로나 시대다 보니 탐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탈리아 귀족의 모험

이탈리아 귀족인 포스카티니 백작이 살해된 사건.

사라진 유언장 사건

앤드루 마시는 숨을 거두며 조카에게 문제를 낸다. 조카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만들었지만, 이를 조카가 찾아내지 못하면 재산을 모두 기부하는 조건을 건 것이다. 조카인 마시 양은 이 문제를 푸아로에게 의뢰하고, 푸아로는 이에 대해 “마시 양은 이 문제를 즉시 내 손에 맡김으로써 스스로 현명한 사람이라는 사실과 함께, 여성에 대한 고등교육이 가진 유익함을 증명했다네. 언제나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한다, 그녀는 재산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증명한 거야.” 라고 뻔뻔히 말한다. 푸아로가 유언장을 찾아내는 내용보다 이 뻔뻔함이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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