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 올리버와 지인인 작가 마크 이스터브룩의 시점에서 기술된 이 이야기는, 아리아드네의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원격 조종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 가능한가?”
누군가의 종부성사를 주고 마지막 고해를 받고 돌아서다가 살해된 신부, 그 신부가 메모한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사망자들의 이름, 강령술사와 부두교, 시름시름 앓다가 머리카락이 한줌씩 빠진 채 죽은 부인, 유산을 노린 계모, 누군가의 살인사건 증인이 되고 싶다는 꿈으로 관찰력을 갈고닦았다는 동네 약사, 여기에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면 ‘창백한 말’에 가라”는 말까지. 다시 읽어도 흥미진진한 요소가 가득하다.
흔히 추리소설 속 독살에 사용되는 청산가리나 비소가 아닌 탈륨을 이용했다는 점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중간에 방사선을 이용한 살인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만큼 이 소설은 현대적이다. 작품 초반에 마크 이스터브룩의 주변을 묘사하면서 나오는 에스프레소 머신, 식기 세척기, 냉장고, 압력솥, 진공 청소기, 플라스틱 컵, 신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첼시의 카페, 음악 페스티벌, 비트 족, 유람선 여행 등은 낯설도록 가까워서, 이 이야기가 1961년에 나왔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잊게 만든다. (물론 우리나라의 1961년과 서구의 1961년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위 대목만 보면 솔직히 우리나라의 1980년대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