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들인 재코가 어머니인 레이철을 살해하고 체포된 “태양의 곶”의 아가일 가에,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질학자 아서 캘거리가 나타난다.이 눈치없고, 해맑으며 자신이 하는 일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인 캘거리는 경찰에게 이 사실을 알려 다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재코는 감옥에서 죽었고, 가족들은 겨우 평화를 되찾고 있는데도, 그는 이 사실을 기왕이면 누명을 쓴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고 가족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까지 보고 싶어하다가, 이 가족들이 공포와 혼란에 빠지고 자신을 원망하기까지 하자 당황한다.
살해당한 레이철 아가일은 모성본능이 넘치는 여성이었지만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대신 레이철은 어린 메리를 입양하고, 이후 전쟁 중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을 돌보다가 전쟁 후 그 중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이들을 입양하여 다섯 남매의 대가족을 꾸린다. 레이철은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였고, 무엇이든 아낌없이 해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 채워지지 못한 모성본능은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되었다. 결코 아이들을 품 안에서 놓아주지 않고, 아이들을 소유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소위 “독이 되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다섯 아이들은 레이철을 자신의 가족, 친엄마, 혹은 은인으로 여기는 대신, 미워하고 증오하거나 죽이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다섯 형제 중 재코는 사기를 치거나 가족 몰래 결혼을 하고, 그러면서도 여성들을 쉽게 사로잡는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전쟁 중 레이철의 돌봄을 받으면서도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어 울부짖던 미키는 자신의 친모가 죽은 것이 아니라 레이철이 친모에게 돈을 주고 자신을 데려왔다는 것을 알고 레이철을 증오하게 된다.
눈치없고 해맑은 아서 캘거리, 자신이 하는 일이 이 가족의 앞날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그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아서 캘거리는 레이철이 죽고, 가족의 골칫거리였던 재코가 그 범인으로 지목되어 감옥에서 죽은 뒤에야 서서히 봉합되어 가던 가족의 갈등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재코가 범인이 아니라면, 이제 겨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려던 가족들 중 누군가가 범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캘거리의 행동은 레이철 아가일이 아이들에게 저지른 행동과 본질적으로 것과 같다. 스스로는 호의와 친절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저지르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들과, 그 피해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읽고 있으면, 현실에서 보았던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읽는 내내 도망치고 싶은 소설이었고, 특히 저 캘거리가 나름 탐정 역할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다니는 바람에 탐정에게도 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괴로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