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eview
  2. Review : 소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서술 트릭의 고전이다. 사실은 이 말만 해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누구인지 견적이 나오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말하지 않고 이야기하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다.

킹스 애벗 마을의 중심은 펀리파크 저택이다. 이 집 주인인 로저 애크로이드는 전처가 죽은 뒤 재혼하지 않고, 전처가 데려온 의붓아들 랠프 페이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가정부인 미스 레핀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현재 작년에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 애슐리 페러스가 죽은 뒤 혼자 살고 있는 킹스패독 저택의 페러스 부인과 재혼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편 로저 애크로이드의 동생 세실이 죽은 뒤, 그 부인인 애크로이드 부인과 딸 플로라 애크로이드가 이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페러스 부인이 수면제 과용으로 사망하고, 페리스 부인이 남긴, 협박범의 이름이 적힌 편지가 펀리파크에 도착하던 날, 로저 애크로이드는 살해된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하필 포로트 씨, 혹은 헤이스팅스가 아르헨티나로 떠난 뒤 호박을 키우고 있던 에르퀼 푸아로가 머무르고 있었다.

독자의 눈을 흐릴 만한 여러 단서들을 깔아놓은 채, 이야기는 헤이스팅스를 대신해 푸아로의 조수 노릇을 하던 닥터 셰퍼드를 통해 그려진다. 의사이자 탐정의 조수이고 기록자라니, 여러 면에서 존 H. 왓슨같은 이 캐릭터에게는 수다쟁이이고, 푸아로에게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노처녀 안락의자 탐정의 원형같은 누이 캐롤라인이 있다. (캐롤라인은 탐정은 아니다) 진범이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다시 읽으면 이래서 이 부분이 모호하게 넘어갔구나 하고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는데, 피에르 바야르의 비평집인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에서는 이와 같은 트릭과 단서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진범(다른 범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라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