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황후
재혼황후

“어떤 여성향 웹소설 및 로맨스판타지가 인기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내 질문에 편집자가 답한 거의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아주 “알아보기 쉽게”(적나라하게) 정리된 로판. 실제로도 무척 인기가 높다.

제목과 표지만 봐도 주인공이 개새끼같은 전남편을 버리고 재혼해서 황후가 되겠구나 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만, 1화에서 바로 이 이혼 법정이 나온다. 첫 화에서 남편인 소비에슈가 개새끼인 것, 주인공인 나비에가 존경받는 훌륭한 황후였다는 것, 그리고 왕이나 황제의 결혼은 그 나라 안에서 주관하는 게 아니라 대신관이 주관한다는 것(따라서 왕이나 황제의 독단이 아니라 중립적인 판결을 내릴 인물이 있다는 것)을 첫 화에서 셋팅해서 다 보여준 뒤, 이혼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나비에가 바로 재혼 허가를 요청하고, 그 재혼 상대가 나타나며 전남편이 된 소비에슈가 충격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약 80화 가까이, 약간 냉랭하지만 좋은 정치적 파트너였던 나비에와 소비에슈 사이에 노예 출신의 미녀 라스타가 끼어들며, 소비에슈가 어떻게 양손의 떡을 다 쥐려 하며 나비에를 상처입히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동왕국 왕세자인 하인리가 위로해주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인 나비에는 선량하고 올바르며 노력하는, 보수적이고 귀족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그에 적대하는 라스타는 얼굴만 예쁘고 머리는 나쁜 노예이자, “어린아이같은 매력”으로 소비에슈를 유혹하지만 그 전에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적이 있고, 지금 낳은 아이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잔뜩 나온다. 독자들의 댓글에서 라스타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이 구도가 어떤 식으로 기능하는지 바로 볼 수 있다. “나”는 올바른 마음을 갖고 노력하지만, 지금 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노력하지 않고 운만 좋은, 혹은 아첨만 잘 하는” 다른 사람 때문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실질적으로 나쁜 놈은 소비에슈이지만, 소비에슈는 여기에서 “아첨만 잘 해서 내 자리를 빼앗은” 경쟁자 쪽이 아니라 그 아첨을 받아주는 직장상사 포지션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공격을 상대적으로 좀 덜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버림받은 황비”의 앞부분을 연상하게도 하고, 또 사랑과 후계자를 위해 중전을 폐비하고 후궁을 중전으로 올렸던 국왕이 자기가 내쫓은 중전을 그리워하더라는 점에서 “인현왕후전”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전개와 테이스트는 사실 옛날 드라마 “아줌마”에 가깝다. 왜, 실속없이 잘난 척만 하면서 아내를 무시하는 장진구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드라마 말이다.

“아줌마”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해야 할 일은 다 하며 열심히 살았건만 남편 장진구는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무시하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 나비에 역시 하인리와 재혼한 뒤 자신의 몰랐던 재능을 펼치고, 이혼한 뒤에도 소비에슈는 이제는 옆 나라의 황후가 된 나비에에게 자꾸 집착하는데, “아줌마”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줌마”의 이혼한 주인공은 일을 통해 자신의 몰랐던 능력을 펼치며 연하의 남자친구도 생기고 활력있게 사는데, 장진구는 자꾸 집착한다. 200화가 넘어가는 이 웹소설은 내용 뿐 아니라 속도감 측면에서도 그런 한국드라마의 속도감과 적당한 막장성, 그리고 “주인공은 능력있고 올바른 사람이며, 주인공이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자기 인생을 꼬아버린 것들에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철저히 잘 밀고 나간다. 현재 인기있는 로맨스판타지는 바로 이런 점들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재혼황후”의 인기는 이런 점들을 사형을 당했다가 회귀하거나, 소설 속에 빙의되어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번 생에서 바로 시련을 카운터로 날리며 “전남편과 상간녀가 망하는 꼴을 내 손 안 대고 관람”하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1화에서 필요한 요소를 싹 셋팅해 놓고 시작하는 것, 주인공들이 멋대로 날뛰지 않게 잘 통제하면서 정확히 1화의 그 장면으로 돌아가는 솜씨와, 거의 매 화 주요 사건들을 터뜨리고 다음 화 쯤에서 해결시키는 속도감까지. 처음에는 분석삼아 앞부분을 읽었다가 결국 이런 요소들 때문에 끝까지 보고 있는데, 과연 지금 요구하는 인기 요소를 전부, 훌륭한 배합으로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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