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마흔 – 야나기사와 고노미, 이승빈, 반니

나답게, 마흔

나답게, 마흔

지난 주 군산에 가던 길에 용산역 1층 서점에서 적당히 구입한 책. 어떤 시기에는 나이를 의식하면서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를테면 서른이 될 무렵에는 서점에서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자기계발서들도 꽤 구입해서 읽었다. (…..) 책 좋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자기계발서 그거 어디다 쓰냐”고 하기는 해도, 사람에게는 그런 것을 좀 열심히 들여다보는 시기가 존재하긴 하는 것 같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시기 말이다. 그때 읽은 건 자기계발서, 재테크, 이직, 그리고 투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샐러던트의 시간관리, 그런 책들을 찾아 봤던 것 같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도 있고, 다니던 회사에서 상사의 괴롭힘이 극에 달하던 때이기도 했고, 또 지금 갖고 있는 두 직업이 둘 다 본 궤도에 올라가기 직전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그런 걸 누가 읽어”하고 낄낄거려도 결국 그런 걸 돈 주고 사서 읽는 인간들은 결국 책을 사던 사람들이다. 아예 책을 안 보던 인간은 그런 시기에도 굳이 그런 걸 사서 읽진 않는 것 같았다. (아, 하지만 시간관리 책이라면 모를까, 힐링 책은 지금도 저걸 어디다 쓰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 각종 만화 캐릭터를 두고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잔뜩 있어”뭐 그런 책이 나오더니 이젠 고길동으로도 그런 책이 나왔다는 말에는 그저 웃음만.)

마흔이 가까워오자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들은 주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책들. 출산을 두 번 했고 몸의 형태가 많이 바뀌어서 옷도 새로 사야 하는데 뭐가 어울리는지 혼란스럽고, 언제까지나 집 꼴을 귀신 나오는 책 창고처럼 하고 살 수도 없으니 정돈도 하고 싶고, 슬슬 좋은 것, 멋진 것이나 예전에는 눈에 들어왔어도 지갑이 용납하지 못하던 소소하고 아름다운 것들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는데 일단 이 책 창고에 무엇을 갖다놓는다고 환경이 개선이 될지 모르겠고. 그런 상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비참하게도 건강관리에 대한 책들에도 슬슬 눈이 가고 있다. 의사선생님은 마흔에서 마흔다섯 사이가, 남은 평생 데리고 살 몸을 정비할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고 지금 노력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음.

여튼 라이프스타일이란 위에 말한 것들을 대체로 다 포함하는 개념이라, 여행 다녀오는 동안 가뿐하게 읽었다. 읽고 가방 속에 넣어둔 채 일주일 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여튼

마흔이 넘어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몸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같은 대목을 읽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 바쁜 가운데에도 시간의 여유를 만들고 자신을 돌보고 살피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책이 말하는 것이라면, 작가란 그런 것과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낮에 회사에 가는 작가라면. 그래도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종아리 마사지 하는 법을 읽으면서, 집에 있는 전자렌지 핫팩으로 종아리를 감싸 주물주물 하는 시간을 잠깐 가져보았다. 마사지용 라크로스 볼도 구입해서 벽에 대고 마사지를 시작했다. 마트에 갈 때 구입할 물건들을 적어두면서 전골 재료들을 조금 추가했다. 아름답고 여유를 찾아가는 삶 같은 건 역시 아직 요원한 일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당장 발등의 불을 좀 줄여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다보면 언젠가는 좀 남들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게 생길 지도 모르지. 여튼 책을 산더미만큼 쌓아놓은 채 바쁘게 살고 있지만, zen하고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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