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혈맥 – 야스히코 요시카즈, 미우

하늘의 혈맥
하늘의 혈맥
하늘의 혈맥

러일전쟁 직전, 도쿄 제1고등학교 학생인 아즈미 료는 우레시다 교수를 따라 광개토대왕릉비를 연구하러 만주로 간다. 우치다 료헤이의 후원을 받고, 새로운 학설로 경쟁자를 이기겠다는 우레시다 교수의 야심이 더해진 이 연구의 목적은 진구 황후(오키나가 타라시 히메)가 삼한을 정벌했다는 임나일본부 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우치다가 이 연구를 후원한 목적은, 어떻게든  한반도와 덴노 가문의 연고를 찾아내어 조선 및 대륙 침략을 정당화 하겠다는 데 있었다. 그는 (일단 실존인물인지의 여부부터 불확실한데다) 남편이 죽고 아들을 낳을 때 까지의 기간이 도저히 정상적인 임신기간일 수 없는 저 진구 황후의 임신을 두고, 아이의 진짜 아버지로서 격에 맞는 인물(광개토대왕)을 내세워 날조할 것을 요구한다. “그의 자손이 돌아와 그 땅을 취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식의 주장과 연결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는, 소위 역사적 터부를 건드리는 이야기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광개토대왕릉비의 글자를 훼손한 것이 중국인 탁본업자로 나온다) 두루두루 자극할 만한 오프닝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쨌든 진구 황후가 바다를 건너 온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임나일본부 설에서 말하는 삼한정벌이 아닌, 백제의 요청을 받아 원군을 보낸 것으로. 타라시 히메가 낳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 다양한 떡밥이 나오지만 결국은 당시 백제의 태자였던 근구수왕이 아이의 아버지였고, 그 아이를 축복하기 위해 칠지도를 선물했다는 것으로 나오고 넘어간다.

이 이야기는 그런 고대사의 미스테리, 이런저런 설들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주목하는 것은 우치다 료헤이와 같이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날조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우치다 료헤이는 나름대로의 이상과 신념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 이상을 위해 잘못된 신념을 갖고 사람들을 속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만화는 그 점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아즈미는 지적이지만 소심하고 어리숙한 면이 많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문약한 인물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우치다에게 맞서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우치다는 아즈미에게 다소 호감을 품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아즈미는 위기에 처했다가 도움을 받기도, 더 많은 인물들을 만나거나 만주로 갈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그는 우치다가 자신에게 베풀어 준 도움과, 우치다가 역사를 왜곡할 것을 종용하는 것을 따르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치다는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저 광개토대왕릉비의 구절이나 칠지도, 진구 황후가 낳은 아이의 진짜 아버지를 밝히는 문제를 입맛대로 바꾸려 하지만, 아즈미는 끝까지 저항한다.

러일전쟁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사회주의자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아즈미의 아내 미도리, 조선인이지만 우치다의 말에 감복했다가 일본인의 방식이 뭔지 알았으니 더는 속지 않겠다고 말하는 호쿠토(유두성)나, 알면서도 그를 따르는 송병준, 아즈미에게 우치다의 방식을 경계하라고 말하는 송교익, 나가사키 출신으로 러시아인 아버지를 두고, 한, 중, 일, 러, 네 나라의 역사가 맞부딪치는 만주에서 스파이가 되는 하나, 그리고 호방함과 허세가 뒤섞인 안중근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아즈미에게 영향을 끼친다.

의외의 인물은 아즈미의 지도교수인 우레시다이다. 생긴 것부터 초반에 하는 짓까지 어쩐지 정권에 아부하고 명예에 집착하며 곡학아세 할 것 같던 이 인물은 우치다에게 대놓고 반항은 못 하지만, 역사를 권력의 뜻에 따라 왜곡하지 않고 일면 소시민적으로나마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인물이다.

마지막 부분은 다소 허망하거나, 혹은 판타지라는 느낌이 들지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아즈미가 타라시 히메의 꿈을 꾸며 이것이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조사와 맞물리는 것 자체가 판타지인걸. 서둘러 끝낸 감이 없진 않지만, 이야기 자체가 급히 대충 넘어가며 끝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난세를 살아가는 사람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로도, 권력 앞에서 역사는 왜곡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고대와 당시,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게 던지는 쪽으로도 무척 인상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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