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 이소정, 위즈덤하우스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이 책은 트친님이자 번역가이고 청나라 좋아하시는 이소님이 쓰셨다. 전부터 중국 여행 다녀오신 이야기를 종종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하셨는데, 책이 나왔다고 해서 구입했다. 일단 지금은 출산하고 얼마 안 되었고 아이도 어려서 여행 책을 본다고 바로 어디로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사의 방향이 비슷하고 취향이 좋은 분이 여행을 잘 다녀온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언젠가 거길 놀러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채다인님 블로그에서 여행가서 먹은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 것 처럼.

문제는 내가 이 책이 도착할 때 까지, 청두와 청도(칭다오)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이럴수가. 어쩐지 “칭다오는 맥주로 유명한 데 아니었나? 거기 가깝다는데 차도 맛있다고 전에 이소님이 그러셨으니 다음에 가서 차도 마시고 맥주도 마셔야지.”하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게 아주 큰 착각이었던 거다. 청두는 한자로 성도(成都)라고 쓰는데, 이 청도 시는 쓰촨 성의 청사 소재지, 그러니까 성도다. 쓰촨이라고 하니까 여기가 어딘지 감이 잡혔다. 마라탕의 고향이고 삼국지의 시대에 촉나라가 있던 거기였다. 칭다오하고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잖아! 그런데다 프롤로그에서, 멀고 먼 옛날 수능 모의고사 언어영역 풀던 시절에 서정주의 “귀촉도”를 배우다가 나온 단어가 튀어나왔다. 파촉 삼만리 할때의 파촉. 그때 들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만큼 아주 먼 곳”정도로 들었던 그것이 청두의 옛 이름인 촉과, 충칭(중경. 여긴 또 광복군 총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왜, 징용으로 끌려갔던 장준하 선생이 광복군에 합류하겠다고 도망쳐서 도착한 곳이 이쪽임)을 의미하는 파, 를 합친 단어인 줄은 또 몰랐네.

아시아나 직항이 생겼다고 하니 아이들이 좀 자라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중국어를 모르니까, 이소님처럼 이렇게 깊이 파고드는 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테고. 서점이나 북카페도 그렇고….. 1일 1마라는 어떻게든 해 보고 싶고. 적당한 찻집에 차 정도는 마시러 갈 수 있으려나. 대만에서도 차 마시러 다녔으니 여기도 어떻게든 분발하면….. 하면서 책을 읽는 내내 몇년 뒤 청두에 놀러간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일지 생각했다. 아마 삼국지 사당인 우허우츠하고, 두보 초당 같은 데는 관광지로 유명할 테니 가볼 수 있을 것 같고. 천극을 보거나 촉금 박물관 같은 데도 가 보고 싶어졌다. 천극에 우리말 자막이 부실하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영어 자막은 있겠지. 읽다가 장융 지방에서 여성들이 쓰던 표음문자 “뉘수”를 배우러 가신 이야기가 나왔는데, 깜짝 놀랐다. 이건 예전에 읽은 소설 소녀와 비밀의 부채에 나오던 여성들의 문자 “누슈”가 아닌가 해서. 그 책 읽을 때 그렇게 찾찾아도 이 문자에 대해 뭐가 나오질 않았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이 책을 구입하려고 할 때 보니 올 3월에만 청두 관련 책이 두 권 나왔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지. 어쩌면 내가 애들을 좀 키워놓고 다시 여기저기 놀러다닐 수 있을 때 쯤에는, 청두는 그 사이 핫플레이스가 되었다가 다시 후쿠오카처럼 적당히 놀러가기 편한 만만한 도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그렇다고 박물관이나 사당이 어디 가진 않을 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리고 내가 지금 간들, 이런 농밀한 여행을 하고 다닐 수는 없겠지만(중국어를 모르니까).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차라리 여행 중국어라도 좀 들여다 보면서 몇 년을 더 기다리면, 아이들과 함께 가서 청두에서의 휴가를 누릴 날도 올 지 모른다. 아쉽지만 아직은 더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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