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케빈 콴, 이윤진, 열린책들

크레이지리치아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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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임신 막달 및 출산과 겹쳐서 보러 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리디북스에서 오늘 1권 무료로 풀려서 얼른 읽기 시작했는데, 점심먹기 전에 2권을 구입했다.

한마디로 무척 익숙한 이야기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똑똑하고 강단있는,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여성이 잘생기고 부유한 상속자인 남자친구의 집에 인사를 갔다가, “어디서 근본없는 년이 우리 아들을 꼬여내!”하고 분노하는 시월드와 맞닥뜨리고, 여기에 이 남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다른 부잣집 딸들의, 소위 토슈즈에 압정을 넣는 것 같은 질투가 이어지는. 한국 드라마에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아침드라마부터 심지어 한밤중에 하는 사랑과 전쟁까지 정말 밥먹듯 나오는 이야기이자, 만화 “꽃보다 남자”도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 (실제로 읽으면서 많은 부분, “꽃보다 남자”의 여러 장면을 연상했다.)

그런 것 보면 정말 이 “부유한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 아니라 “부유한 시월드에 맞서 싸우는 가난한 여자”이야기는 동아시아 어디에서도 보편적일 듯. 아, 오랜 친구가 예전에 자신의 친척분이 홍콩인지 싱가포르의 상류층과 결혼했을 때의 일을 들려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도 새삼 생각났다.

뉴욕 대학교의 부교수인 레이철은 동료 교수이자 연인인 닉의 고향인 싱가포르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닉은 싱가포르 최고의 명문가 출신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한 레이철은 그동안 상상도 못 했던 사건들, 닉을 노리는 여자들의 질투와 음해에 휘말린다. 레이철은 이런 사건들 속에서 닉에게 결별을 선언할 뻔 하지만, 꽃보다 남자의 츠카사보다는 훨씬 지적이고 어른인 닉은 레이철의 말을 듣고, 오해하지 않고 믿어주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 가족들을 떠나 휴가를 보내려 한다. 하지만 닉의 어머니인 엘리너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와 함께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는 저 레이철을 아들과 떼어놓을 생각 뿐이다. 그녀는 할머니와 닉, 레이철 앞에서 레이철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을 까발긴다.

와.

이렇게까지 우리가 알던 클리셰를 노골적으로 보니까 진짜 재미있다.

그런데다 이 소설의 강점은, 재벌 나오는 로맨스코미디의 배경은 화려찬란하고 사치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두 번 세 번 밑줄 그어 강조하듯이, 닉의 가문의 부를 공들인 구체적인 묘사와 실재하는 브랜드들을 인용하며 무척 화려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지, 제목부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인데, 돈으로 싸대기를 때릴 정도의 로코라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배경이 재벌가라면서 묘사 빈티나는 소설들이나, PPL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물건들을 강조하는 드라마를 보면 정말 없어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이 점 하나는 무척 훌륭하다. 워낙 묘사가 화려하다 보니, 이거 만화로 그리면 되게 연출이 즐겁게 나오겠다 싶은 대목들이 있는데 이건 영화를 보기 전이라 떠오르는 것일 듯.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머릿속 연출은 그쪽으로 고정되어 버리곤 하니까……

그건 그렇고 엘리너는 부유하고 권력이 있던 중국 본토 명문가 숭 가문 출신으로, 싱가포르의 명문가 출신들 사이에서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왕 숭(송)씨라면 그 송씨 집안, 송가 황조라 불리는 그 가문 출신이라는 설정이 붙어도 재미있겠네. 영화를 못 봐서 몰랐는데 밀밭님 말씀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에서 엘리너(엘레노어) 역을 양자경이 맡았다는데, 송가황조에서 송애령 역을 양자경이 맡은 것을 생각하면 특히 재미있다. 이쯤되면 고모할머니 한 명은 본토의 부주석, 다른 고모할머니는 대만의 영부인인 부유한 본토 출신 명문가 여성이지만 여기서는 컴플렉스를 갖고 산다는 뇌내망상 정도는 해 줘도 좋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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