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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황비 – 정유나, 디앤씨미디어 블랙라벨 클럽

버림받은 황비
버림받은 황비

조금 뒤늦게 읽었지만, 로맨스판타지에서 회귀물 및 이계진입이 결합된 거의 최초의 사례. 2011년 정도에 연재되었고 단행본이 2013년에 나왔다.

남성향에서는 이전에도 회귀물들이 있었고, 어떤 계기로 이세계(판타지 세계든 무협세계든)에 떨어지는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지만(“묵향”만 해도 그렇다) 이 경우 “이세계 고교생 깽판물(줄여서 이고깽)”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주인공이 경제면 경제, 정치면 정치, 혹은 가끔은 과학지식까지, 현대의 지식으로 이세계에서 깽판을 치고 살며 절대지존이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로맨스판타지에서는 이 흐름이 시작부터 좀 다르게 들어간다.

“버림받은 황비”는 지금 읽기에는 뻔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자신의 뜻이 아닌 정략결혼으로 혼인한 주인공은 시작부터 남편인 황제에게 냉대당하다가, 황제의 “진정한 연인”에게 밀려나 고초를 겪고, 결국 반역죄로 처형당한다. 그리고 회귀하여 원래 자신의 남편이 되었어야 할 사람에게 복수하거나, 혹은 그와 결혼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검색하면 아마도 수도 없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클리셰의 시작점에, 이 소설이 있다.

차기 황후로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루블리스의 완벽한 반려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아리스티아는 회귀 후 기사가 되기 위해 검술을 배우고,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다가 이세계로 끌려온 지은은 황후가 되었지만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다시 회귀해서는 살아남기 위해 먼저 권력자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회귀한 아리스티아의 노력과 지은의 의지가 다시 역사를 바꾼다. 그 노력의 결과로 아리스티아가 손에 넣는 트로피가 고작 만악의 근원 루블리스라는 것, 회귀한 뒤의 세계에서 아리스티아가 마지막으로 차지하는 것들이, 원래의 세계에서 아리스티아가 소망했던 것들이라는 점은 이 이야기가 아직 초기이고, 보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지만 지금은 대세가 되고 클리셰가 된 이야기들의 원점에 있었던 이야기로서 “버림받은 황비”는 여전히 유용하다. 물론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솔직히 조금 지루해질 무렵에, 냉정하고 자기만 아는 루블리스 새끼가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었다는 기억을 갖고 회귀한 지은이 이전 생에서보다 좀 일찍 나타나는데, 그때부터야 꼼짝도 못 하고 앉아서 끝까지 볼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