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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갓난아이가 한 살이 될 때 까지, 체중이 거의 세 배 늘어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저귀와 옷가지, 온갖 용품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일회용 기저귀가 없다면 성인 한 명의 노동력을 온전히 기저귀를 빠는 데 쏟아야 한다. 물티슈는 대체할 수 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냉동 이유식 패키지 같은 것을 생각하면,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려면 이런 것들이 필요한데 매주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무겁다.

이런 관심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무시무시하다. 친환경적인 것 같은 유기농 순면은 물 부족을 야기한다. 목화를 기르는 데 전세계 농약의 10%와 살충제 재고의 22%가 쓰이며, 목화 노동자들은 농약과 살충제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다. 어떻게 하면 환경 문제를 덜 일으키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인간이 없는 게 친환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프닝이다. 대마는 친환경적이지만 거칠고, 대나무는 섬유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텐셀은 지속 가능한 소재이지만 화석연료를 꽤 소모한다. 동물성 섬유들은 그보다는 환경에 영향이 적지만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비폭력 실크와 같이 누에가 고치를 완전히 떠난 뒤의 고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모피는 재생 가능하다고 하지만, 부패를 막기 위한 매염제가 강을 오염시킨다. 결국은 업사이클링이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아기 옷이나 장난감들을 중고로 나눔받고 나눠주는 것이다.

재활용, 공정무역, 슬로 패션, 오래 입을 수 있고 착용감이 좋은 전통 직물들에 대해 읽다가, 결국은 소비자의 의식이 있더라도 기업이 대안을 내놓아 줘야 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막막해졌다.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이지만, 친환경적인 옷을 구입하기 위해 너무 멀리 이동하거나 외국에서 직구를 한다면 결국은 탄소발자국은 더 늘어난다. 있는 유통망 안에서 옷을 사는 것이 그나마 탄소발자국을 더 늘리진 않는 길일텐데, 옷의 품질 자체도 문제다. 최근에 구입한 출근용 정장들은 봉제가 예전에 비해 엉망이다. 사 오자마자 수선집에 들고가서 바짓단을 줄이는 김에 바지의 옆선 시접에 박음질을 한번씩 해 오는데, 그냥 더 주고 튼튼한 옷을 입고 싶다.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은데, 그 고민을 실천으로 이어가기 위한 중간과정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갑갑하다. 하긴, 단단한 봉제와 튼튼한 옷감, 친환경적인 소재까지 갈 것도 없이 “프리사이즈”라면서 55 반 사이즈로 통일해 버리려는 짓거리부터 어떻게 해야 그 다음 이야기가 되지.